‘BBQ 사필귀정’ 완벽한 반전승리…법원 “bhc 박현종 손해배상책임 인정”

‘치킨전쟁’ 항소심 재판부 1심 판결 뒤집고 “28억 전액 배상하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10년 치킨전쟁’으로 불렸던 BBQ와 bhc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서 13일, 재판부가 BBQ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가)는 지난 2021년 1월, BBQ가 bhc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 72억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서 “박 회장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행위 및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며 BBQ 등 원고에게 약 28억원을 전액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기존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2013년 bhc 매각과 관련한 박 회장의 업무기록을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통해 BBQ가 복구한 것이 이번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사실상 BBQ가 완전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BBQ는 지난 2013년 6월 당시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TRG, 더로하틴그룹)에 1130억원에 매각했으나, 매각 직후 CVCI는 계약하자를 주장하며 약 100억원의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듬해인 2014년 9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CVCI 측은 BBQ가 진술 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며 계약서의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거액의 손해배상 분쟁을 진행했고, 2013년 6월경 bhc 매각과 동시에 bhc 매각업무를 주도한 박 회장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관련자료와 함께 이미 bhc로 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BBQ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BBQ에서는 이 같은 손해배상책임이 2013년 6월 bhc 매각 당시 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던 박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법원, 박 회장의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 및 손해배상책임 인정
2013년 bhc 매각 및 ICC 중재소송의 원인 제공 당사자 재조명

박 회장은 2012년 5월경 BBQ에 입사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6월경까지 bhc 매각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이를 주도해 계약 과정까지 담당했던 임원으로 이듬해 6월, bhc 매각과 동시에 매수인인 CVCI에 스카우트돼 bh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ICC 중재소송 당시 CVCI 측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bhc 매각계약을 주도하거나 총괄한 바 없으며, 실사 과정에도 관여한 바 없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매각 과정서 발생한 이메일 등 업무기록에 자신의 이메일이 수신인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BBQ는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내부 전산 서버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진행해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ICC 중재소송이 진행되던 2015년 7월경 BBQ 전산망에 해킹(무단침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012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bhc 매각이 진행된 기간 동안의 업무기록도 상당 부분 복구에 성공했다.

박 회장이 직접 BBQ 전산망에 해킹(무단침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6월경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박 회장이 BBQ와의 ICC 중재소송서 우위에 서기 위해 bhc 회사 차원의 대책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나선 범행으로 보이므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번 ICC 중재소송피해에 대한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소송에서는 BBQ가 bhc 매각이 진행된 기간 동안의 수천건에 이르는 박 회장 업무기록 복구에 성공함으로써 bhc 매각의 손해발생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동안 bhc는 2013년 BBQ가 bhc를 매각하면서 점포수를 부풀려 과도한 매매대금을 받았다고 허위로 주장해왔으나, 이번 판결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고, 그 동안 박 회장과 bhc 측이 bhc 매각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해왔다는 점이 확인됨으로써 추후 민사·형사사건 등에서도 BBQ의 억울함 등 그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BBQ 전산망 해킹 법원 유죄선고 손해배상소송서도 연이은 패소
박 회장 업무상배임, 소송사기 형사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 점화 예상

특히, BBQ가 ICC 재판 결과 물어준 손해배상 중 상당 부분은 매각 당시 박 회장이 직접 매수인에게 이메일로 통지한 정책변경 사실에 관해 ▲매수인 FSA는 정책변경을 통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박 회장도 ICC 중재재판서 자신이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은폐함으로 인해 BBQ가 매각 과정에서 실제로 통지했던 중요한 정책변경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계약 위반한 것으로 억울한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BBQ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의 담당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손해배상소송 판결이나, 지난해 부당이득금청구소송의 1심 판결을 보면 그 동안 bhc와 박 회장이 BBQ를 상대로 얼마나 심각한 계약위반 행위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를 시사한다”며 “특히 bhc와 박 회장이 그 동안 BBQ가 점포수를 속여 bhc를 팔았다는 식의 악의적 비난을 계속하며, 사실관계를 왜곡시켜왔고, BBQ의 명예를 훼손시켜왔다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 결과를 통해 박 회장의 배신적 행위가 밝혀지고 책임소재가 명확해진 만큼 향후 그의 형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BBQ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되는 bhc 매각 및 ICC 국제소송은 양사 간 진행 중인 소송들의 시초가 되는 사건인 만큼 이제껏 이어진 bhc가 제기한 과도한 소송과 분쟁의 근간이 박 회장이 자행한 배반적 행위에 기인한 것임이 확인돼 이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bhc가 지난 수년간 영업이익 고공행진을 하며 배당 및 재매각을 반복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이익을 실현해왔는데, 결과적으로 가맹점을 통한 부당이익, 계약위반 행위 및 모기업에 대한 배신적 행위를 통한 부당이익 등으로 실적을 만들어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만큼 프랜차이즈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BQ 측은 “(이번 판결이)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bhc 박 회장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지난 10년간 bhc의 계약위반 행위와 배신적 행위로 인해 BBQ는 현재까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 받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모든 소송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회복될 수 있도록(상고심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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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