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최근 정부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노재헌 주중대사(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가 단연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사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총 약 530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재산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복합건물(55억원),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건물(19억원), 종로구 구기동 단독주택(28억원) 등 부동산 132억원, 예금 126억원, 엔비디아 1만7588주 등 증권 213억원, 채권 4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모친 김옥숙씨 명의의 자산도 포함된 고가의 재산은 그의 변호사 및 외교 경력만으로는 액수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변호사인 노 대사가 주식 보유를 신고한 일부 회사는 차명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한 회사라는 의혹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또 김옥숙 여사의 210억원대 차명 보험과 장외 주식 보유 사실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정치·경제 엘리트의 부(富)’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박선영 전 진실화해위원장은 지난 30일, SNS에 “노재헌 대사가 소유하고 있는 용산 아파트와 토지 등 130억원은 그렇다쳐도, 예금 126억원, 증권 213억원은 엄청난 액수”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노 대사의 누나인 노소영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원인급여로 작용했느냐가 논란이듯이, 노 대사의 재산 형성 과정도 국민 눈높이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사 가족과 관련된 과거 비자금 의혹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5·18재단 등 시민단체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법적 책임을 묻자는 요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단순한 재산 규모 공개를 넘어서, 역사적 불투명성과 권력자 자산의 투명성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3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다 실패하면서 이후 국회에 의해 탄핵되고 파면됐으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며, 이는 전두환·노태우 이후 사실상 전례가 없는 수준의 형사 책임 추구를 상징한다.
내란 혐의의 핵심은 단순 계엄 선포를 넘어,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려 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무회의 구성, 정보 은폐 의혹, 증거 조작 의혹 등이 공소사실에 포함되며 권력 집단의 불법적 결단이 문제시됐다.
외신들도 이번 사안을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가장 충격적인 정치적 사건”으로 보도하며,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은 단지 개인의 범죄를 넘어, 한국 사회의 권력 분립, 법치주의, 정치 행위의 한계를 둘러싼 근본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동시에 큰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 바로 김건희 전 영부인이다. 김씨는 대통령 재직 중 외부 인사로부터 고가의 명품 선물(샤넬 백,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중 일부는 뇌물죄로 인정돼 징역 20개월형이 선고됐다.
법원이 부정 이득 취득 및 정치적 영향력 행사 의혹을 일부 인정하며 실형을 선고했으나, 주가 조작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다른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인정했다는 점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검은 법원의 일부 판단이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포함했다며 항소했다.
이번 김씨에 대한 기소와 재판 과정은 단순히 한 전직 영부인의 개인적 비리 문제를 넘어서, 정치 엘리트와 사적 이익의 결합, 그리고 권력 주변 인사의 불투명한 재산 축적과 영향력 행사 문제를 다시 성찰하게 하고 있다. 특히 재산 공개 논쟁과 맞물려, 불투명한 부의 원천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 권력자 재산 공개와 부의 불투명성이다. 노 대사의 530억원대 재산 공개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경제 권력자들이 세습적 부를 유지하는 구조”라며 비판한다. 부의 출처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공직자 재산 공개는 부분적 투명성을 확보할 뿐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건희 금품수수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권력 주변 인사의 고가 선물 수수 및 영향력 행사 의혹은 단순한 법적 위반을 넘어 “권력과 부의 결합이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이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까지 남겼다. 특히 재판 결과에 대한 찬반 논쟁은 법과 정치의 경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 김씨 일가에 대해서도 부정축재가 이뤄졌는지에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과거 전두환·노태우는 내란 우두머리 및 5·18 범죄로 각각 2200억, 2600억원 추징금을 부과받았으나, 후손 자산에 대한 환수는 미진했다. 5·18기념재단은 노태우 일가 비자금 은닉 고발을 통해 노재헌 재산 포함 수사를 촉구한 바 있으며, 최근 윤석열 내란 재판에서 특검은 “전두환·노태우보다 엄정한 단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부정축재 조사가 단순히 정치적 보복이 아닌,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 절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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