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생 30만명 붕괴 현주소

줄어드는 아이 죽어가는 학교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올해로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명 아래로 추락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전국 곳곳에서 폐교만 더 늘어날 모양새다. 안 그래도 폐교 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갈수록 태산인 형국이다.

‘초등생 59만8000명, 27년만에 절반으로’. 지난 2010년에 보도됐던 기사 제목이다. 불과 16년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초등학생 입학생 수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약 두 배 가까이 가속화된 것이다.

절체절명
폐교 위기

교육부가 공개한 ‘2025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 보정 결과(2026~2031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수는 29만8178명으로 추산됐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3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당초 2027년에야 3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민등록 인구와 취학률 등 변수를 반영해 감소 시점을 1년 앞당겼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장기간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감소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1999년 71만3500명에서 2000년 69만9032명으로 줄어들며 처음으로 70만명 선이 붕괴됐다.


이후 2008년 53만4816명에서 2009년 46만8233명으로 급감한 뒤 한동안 40만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감소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2023년 40만1752명에서 2024년 35만3713명, 지난해 32만404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0만명대까지 내려왔다. 2023년과 올해 추산치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 10만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생 수 감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계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2027년 27만7674명, 2028년 26만2309명, 2029년 24만7591명, 2030년 23만2268명, 2031년에는 22만48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초등학생 전체 수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체 초등학생 수는 221만7429명으로 추계됐으며, 2028년에는 2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다. 2031년에는 152만8362명까지 감소해 올해보다 약 31%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줄줄이 폐교…올해 더 가속화
오는 3월에도 32곳 중지 예정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문을 닫은 학교 수는 이미 4000곳을 넘어섰다. ‘폐교 재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폐교된 학교는 총 4008곳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3674곳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중학교 264곳, 고등학교 70곳 순이다. 폐교는 대부분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폐교는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폐교된 학교는 158곳이며, 향후 5년 동안에도 107곳이 추가로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16곳으로 가장 많은 폐교 예정 학교를 기록했고, 전남 15곳, 경기 12곳, 충남 11곳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외곽과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 수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폐교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부산에서는 올해만 초등학교 3곳이 폐교됐다. 괘법초등학교와 봉삼초, 신선초는 올해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괘법초의 경우 개교 당시 1200명이 넘던 전교생이 올해 52명까지 줄어든 끝에 폐교가 결정됐다. 마지막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8명에 불과했다. 남은 재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전학 갔다.

경북 지역에서는 폐교 규모가 더욱 크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1일자로 유치원 18곳,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5곳 등 모두 36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의 경우 분교를 포함해 다수 학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 학교가 수십곳에 이른다.

경기도는 올해 3월 포천 삼정초등학교, 여주 이포초 하호분교장, 화성 장안초 석포분교장, 가평 목동초 명지분교장 등 4곳이 폐교됐다.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로 학교 신설도 병행하고 있지만, 학생 수 감소 지역에서는 폐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강원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춘천 남산초 서천분교장과 정선 예미초 운치분교장이 문을 닫았다. 강원도에서는 1980년대 이후 폐교가 누적되며 지금까지 450곳이 넘는 학교가 사라졌다. 특히 정선과 인제, 홍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폐교된 분교들이 여전히 지역 곳곳에 남아 있다.

대책 없는…
산 넘어 산
 

대도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구에서는 월곡초등학교가 졸업식과 동시에 폐교식을 치렀고,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청솔중학교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경기 수원에서는 창용중학교가 2028년 폐교를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도 일부 초등학교는 한 학년 입학생 수가 10명 안팎에 그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폐교 이후 학교 활용 여부다. 폐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문을 닫은 학교가 모두 새로운 용도를 찾은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상당수 폐교는 매각이나 대부, 자체 활용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교된 4008곳 가운데 376곳은 현재 활용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66곳은 10년 이상 미활용 상태며, 82곳은 30년 넘게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 지역은 지난해 기준 도내 폐교 489곳 가운데 48곳이 활용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이 중 11곳은 30년 이상 방치된 상태다. 정선 봉양초 덕산분교장(1990년 폐교), 정선 여량초 자개분교장(1991년), 인제초 군량분교장(1993년), 홍천 화계초 화양분교장(1994년) 등은 폐교 이후 수십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경기 지역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이 관리 중인 폐교 103곳 가운데 실제로 활용 중인 곳은 72곳에 그쳤다. 15곳은 활용을 추진 중이며, 5곳은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다.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인 학교도 11곳에 달한다. 지난해 폐교된 학교 8곳 가운데 절반 역시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도심이라고 해서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옛 경신정보과학고등학교는 2018년 폐교된 이후 8년 넘게 사실상 방치돼있다. 해당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등재돼있지 않아 지자체 차원의 공공시설 활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활용은
제자리
 

현재 일부 부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학교 건물 자체는 닫힌 채 남아 있다. 경남에도 교육청이 보유한 폐교 가운데 활용되지 못한 학교가 많다. 경남 지역 누적 폐교 587곳 중 218곳은 교육청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곳은 아직 활용되지 않고 있다.

봉림중학교와 진해여자중학교 등 도심 폐교 부지를 두고도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토록 폐교 활용이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이는 행정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폐교 재산은 교육·문화·복지 등 공익 목적 중심으로 활용이 제한된다. 폐교 직전까지 학교가 운영되는 경우 사전 활용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폐교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유휴 상태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폐교 이후 오랜 기간 방치되는 학교가 적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폐교를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교육시설과 기록관, 체험 공간, 주거시설 등 활용 형태도 다양하다. 서울에서는 폐교된 중학교 부지를 교육시설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공진중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20년 폐교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부지를 생태환경 교육관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연면적 6783㎡,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되는 교육관에는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에너지 등을 주제로 한 생태환경 교육 프로그램 약 40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용도 제한으로 활용 어려워”
4008곳 가운데 376곳 그대로

충남 예산에서는 폐교를 기록 보존 공간으로 재활용했다. 예산군 대흥면에 위치한 옛 대률초등학교는 ‘충청남도교육청기록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시설은 전국 최초로 교육 분야 기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록원으로, 교육청과 학교, 교육지원청 등에 분산돼있던 교육 기록물을 집중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록원에는 약 53만권 분량의 교육 기록물이 이관될 예정이며, 보존 서고와 디지털 콘텐츠 연구 공간, 구술 채록 공간 등을 갖췄다.

강원 삼척에서는 폐교를 교육·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척시는 옛 도계초 소달분교장을 리모델링해 ‘소달 배움터’를 조성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의 거점 공간으로, 감각활동실과 발달놀이실, 베이킹실, 영어 체험 공간, 도서실 등을 갖췄다.

향후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춘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같은 지역에서는 관광·체험 시설로의 전환도 추진되고 있다. 삼척 노곡면에 위치한 옛 노곡분교는 리조트형 시설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 82억원을 투입해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캠핑 사이트, 운동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폐교 부지를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 곳도 있다. 제주에서는 폐교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기존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거시설과 함께 교육시설,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폐교를 지역 정주 공간으로 활용하는 첫 사례다.

이 밖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폐교를 노인 여가시설, 체험학습장, 방과후 거점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갤러리나 문화 공간, 주민 편의시설로 전환된 사례도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다만 이 같은 활용 사례가 있지만 적극적인 활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활용 속도는 더딘 반면에 폐교가 늘어나는 속도는 올해부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감소 추세

교육부의 ‘2026년 시도별 공·사립 초중고 폐교 예정 현황’에 따르면 오는 3월에도 전국 32개 학교가 추가로 문을 닫는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26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1곳이다. 지역별로는 전북, 경남, 전남, 부산, 대구, 경기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폐교가 예정돼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폐교가 늘어나는 만큼 활용 범위가 유연하게 적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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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