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력 뻥튀기’ IT 파견 업체 민낯

개발자 울리는 악덕 중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취업을 위해 사회로 발을 들인 청년은 어느새 ‘고경력자’가 돼있었다. 다닌 적 없는 학교와 존재하지도 않는 경력이 이력서에 빼곡했다. 가짜 이력서를 달달 외워 면접을 보고 3년간 현장에 투입 됐지만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A씨는 해당 업체에서 3년간 근무했다. 당시 IT를 전공했던 A씨는 군 전역 후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현장에 투입돼 경력을 쌓기 위해 2018년 무렵 한 IT 파견 업체 B사에 지원했다. 해당 업체는 IT 인력을 모집해 외부 기업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IT 파견 업체였다.

가짜 서류

주로 신입 또는 경력이 많지 않은 개발자를 채용한 뒤, 외부 고객사 또는 협력업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인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외부 기업과 계약을 맺고 개발자를 현장에 투입하는 구조다.

B사에 면접을 보러 간 A씨는 다소 이상한 설명을 듣게 됐다.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이력서와 관련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입사 조건으로 20만원을 선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당시 면접관이 ‘여기는 경력 뻥튀기라는 걸 한다. 기존 경력을 부풀려서 면접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며 “‘좋은 건 아니지만 이 바닥에서는 다 하는 일이고, 현장에서도 대부분 알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입사할 때 20만원을 선입금 받고 있다”며 “입사 후 쉽게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며, 1년 이상 근무하면 돌려준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취업이 간절했던 상황에서 해당 금액을 송금했고,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A씨는 파견이 확정되지 않아 약 2주간 대기 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출근 이후에도 바로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으며, 이 기간 동안 급여 또한 지급되지 않았다. 이후 외부 업체 투입이 확정된 시점에서야 계약서가 작성됐다.

2주간의 대기 기간 동안 A씨가 한 일은 크게 두 가지였다. 회사 내부 영상 자료를 시청하거나 이력서와 관련된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A씨가 시청한 영상은 특정 개발 툴 사용법을 설명하는 내용이었으며, A씨는 화질이 낮고 오래된 자료였다고 기억했다.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이후 해당 영상의 내용은 업무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면접 준비 과정이었다. 파견 업체에서 채용한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하기 전, 계약 회사와 면접을 진행했는데 이를 대비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실제 이력과 다른 경력 내용이 담긴 이력서를 전달받았다.

“다닌 적 없는 학교 기재”
허위 이력서 만들어 파견

A씨는 군 입대 전 경력이 있었지만, 업체 측은 해당 경력을 제외하고 새로운 경력을 추가해 이력서를 수정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력서에는 A씨가 다닌 적 없는 대학교 이름과 그가 쌓지 않은 경력이 기재돼있었다.


A씨는 해당 내용을 외우도록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체 측이 ‘현장 면접 통과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경력 내용을 숙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직원은 A씨가 수정된 경력서 내용을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켰다. 이 과정에는 대표가 직접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2주 뒤 A씨는 회사 소속으로 여러 외부 프로젝트 현장에 투입됐다. 이후에도 여러 현장을 오가며 일했는데 급여는 매달 약 18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A씨는 B사 소속으로 알고 약 3년간 해당 외부 업체에 파견을 나가며 근무했다. 문제는 은행 대출 상담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출 과정에서 자신이 B사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소속 변경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나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파견 나갔던 회사와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해서 서명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회사로 소속이 넘어가는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이후에도 A씨에게 재직증명서를 보내거나 주간 보고를 요구하는 등, A씨가 여전히 B사의 소속인 것처럼 행동했다.

A씨는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퇴직금 지급 여부를 문의했지만, B사 측은 이미 소속이 변경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외부 업체 역시 A씨를 프리랜서로 계약한 상태라 그가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A씨, 업체 대표, 근로감독관이 함께 출석해 조서를 작성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업체 측은 “실무자의 판단에 따른 일”이라는 취지로 설명했고, 대표는 해당 경위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현재도 사명 바꿔 모집 중”
업체 이름만 6차례나 변경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조사했으나, 파견 관계가 아닌 소속 변경으로 판단된다며 근로자파견법이나 직업안정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놨다. 결국 A씨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경력서 위조와 관련해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장도 제출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A씨가 당시 부풀려진 경력증명서를 용인했기 때문에 범행의 고의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이 담겼다.

A씨는 “당시 취업이 간절해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따랐다”며 “그렇다고 해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8년 차 웹 개발자로, 당시 중견기업 근무 후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B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회사 프로젝트에 3개월간 투입됐다. 프로젝트는 문제없이 종료됐고, 외부 업체는 C씨의 업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추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C씨는 기존 계약 종료 후 외부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B사가 마지막 급여 지급을 지연했고, “계약 위반”을 이유로 이미 지급된 임금 반환까지 요구하며 내용증명을 보냈던 것이다.

이에 C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노동부에 “프로젝트가 제대로 끝났는지 알 수 없고, 도급계약 관계이므로 노동부 관할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알고 보니 C씨와 업체 간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 형태였다.

C씨는 결국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소송 과정에서 그는 프로젝트 완료 사실과 업무 지시 구조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발주사 역시 해당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은 3년에 걸쳐 진행됐고 1심, 2심, 3심 모두 C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고, C씨는 최종적으로 체불된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모르는 일?


한편, A씨는 “B사가 현재도 다른 이름으로 신입사원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확인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B사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상호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는 “문제가 없는 곳이면 업체명을 바꿀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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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