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불어 닥친 장기 불황은 단순한 소비 위축을 넘어 창업자의 판단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과 제품력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구조. 그래서 물었다. 그리고 AI가 답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서 ‘분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떡볶이, 순대, 튀김, 김밥으로 대표되는 분식은 어린 시절 학교 앞 포장마차의 추억이자, 서민의 일상과 함께해온 감성의 음식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추억의 음식’이 체계적인 브랜드 시스템 속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성장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분식은 더 이상 값싸고 간단한 간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포화 속 차별화 전쟁
2020년대 중반 들어 분식 프랜차이즈는 전국 곳곳에 자리 잡았다. 골목마다 ‘떡볶이 전문점’이 하나쯤 있고, 대학가와 상권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즐비해지기 시작했다. 2025년 현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분식업종 프랜차이즈는 약 250여개 브랜드, 가맹점 수는 2만곳 이상으로 집계된다. 이는 커피전문점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들 브랜드는 각각 매운맛, 즉석조리, 퓨전 스타일 등으로 콘셉트를 달리하며 고객층을 세분화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식 브랜드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선호 트렌드가 맞물리며 ‘분식=배달음식’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유사한 메뉴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단순히 맛으로만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이에 각 브랜드는 브랜딩·스토리텔링·공간 디자인 등 비(非)식품적 요소로 승부를 건다. 예컨대 ‘청년다방’은 카페형 인테리어를 도입해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고, ‘두끼’는 고객이 직접 재료를 선택해 조리하는 ‘체험형 즉석 떡볶이’ 모델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분식 프랜차이즈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소비자 세대의 변화에 있다. 과거 분식의 주 소비층이 학생과 직장인이었다면, 이제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단순히 ‘저렴하고 배부른 음식’을 찾지 않는다. SNS 인증이 가능한 비주얼,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의 스토리와 세계관 같은 ‘경험적 가치’를 중시한다.
예를 들어, 일부 분식 브랜드는 메뉴 이름에 유머를 담거나, 매운맛 단계를 게임처럼 구성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한다. 또 ‘한정판 메뉴’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해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떡볶이+라면+치즈’의 익숙한 조합을 넘어, ‘떡볶이+트러플오일’이나 ‘떡볶이+까르보나라’처럼 퓨전 콘셉트가 등장한 것도 이러한 소비자 변화의 결과다.
더불어, 비건·글루텐프리·저당 메뉴를 도입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와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맛’보다 ‘경험’ 중시 세대의 등장
낮은 진입장벽이지만 높은 폐점률
분식 프랜차이즈는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낮고 조리 난이도가 쉬워 예비 창업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는다. 평균 가맹비는 1000만~2000만원, 인테리어를 포함한 총 창업비는 8000만~1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전문점이나 고깃집에 비하면 진입 장벽이 낮다.
하지만 문제는 높은 경쟁과 낮은 수익률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분식 프랜차이즈의 평균 순이익률은 10% 안팎으로, 원가 상승과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 유사 브랜드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상권이 겹치는 경우가 많고, 가맹본부의 과도한 로열티나 광고비 부담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창업자들은 ‘브랜드 가맹’보다 독립 분식점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SNS 홍보를 활용해 지역 맛집으로 성장한 개인 분식점 사례가 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가맹점 지원 시스템의 개선과 상생 방안 마련이 절실해졌다.
흥미롭게도, 최근 분식 프랜차이즈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끼’는 이미 10개국 이상에 진출해 ‘떡볶이 부페’ 콘셉트로 호평받고 있으며, ‘죠스떡볶이’ 역시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K-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분식 역시 ‘한류 음식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분식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체험형 콘텐츠’로 소비된다. 외국인들은 떡볶이를 먹으며 한국어 간판, 한글 메뉴판, 케이팝 음악이 어우러진 매장 분위기에서 ‘작은 한국’을 경험한다. 즉, 분식 프랜차이즈는 이제 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새로운 선봉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성공 열쇠는 현지화와 표준화의 균형이다. 떡볶이의 매운맛이나 질감은 국가별로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은 지키되 지역 입맛에 맞게 조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들은 R&D센터 설립, 냉동소스 수출, 로봇 조리 시스템 도입 등으로 기술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분식 프랜차이즈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품질 관리, 친환경 포장재 사용, 지역 상생 프로그램 등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필수 요소다. 또 ‘청년창업 지원형 분식 프랜차이즈’처럼 사회적 가치를 내세운 브랜드는 점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환경 이슈가 대두되는 시대에, 일회용품을 줄이고 리필형 소스나 재사용 용기를 도입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실질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미래의 분식 브랜드는 ‘매운 떡볶이의 자극’보다 ‘지속 가능한 문화의 맛’을 전달해야 한다.
진정성과 사회적 가치
분식 프랜차이즈의 역사는 결국 한국인의 정서와 시대의 변화를 함께 걸어온 이야기다. 가난한 시절 배고픔을 달래던 떡볶이는 이제,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분식 산업은 추억의 음식보다는 ‘혁신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맛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기술, 문화적 가치를 융합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으며, 미래는 한국인의 감성을 세계로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K-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