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태악 이석’ 논란은 책임 회피? 권위의 상징?

  • 등록 2025.10.16 14: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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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인사말 직후 이석(국감장 퇴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노태악 이석 사태’는 단순한 의전 논쟁을 넘어 우리 정치와 제도 운영 방식이 지닌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번 논란은 크게 ▲헌법기관의 독립과 예우 ▲국회의 질의권과 책임성 및 정치적 균형과 형평성으로 요약된다.

헌법기관의 독립 및 예우는 관례? 특권?

가장 먼저 짚어볼 부분은 헌법기관 수장 또는 권위 있는 기관장의 국감 출석 및 응답 방식이다. 통상 대법원장이나 중앙선관위원장 등은 그 지위의 무게와 독립성 차원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증인신문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답변하는 관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반 증인신문 없이 응답한 것이 최근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관례는 법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관습, 암묵의 균형 감각 위에서 구축된 ‘존중의 룰’이었다. 헌법기관 수장에게 질의석에 나와 의원들의 날선 질문을 감수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례가 곧 정의인 것도 아니며, 과도한 관용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노 선관위원장의 이석을 두고 야당에선 “조희대는 붙잡아두고 왜 선관위원장은 이석하게 하느냐”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장과 중앙선관위원장의 예우가 상이하게 적용되는 것은 제도 안의 이중잣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행안위에서는 선관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없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본질적 질문은 ‘관례’가 제도적 규범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관례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방적으로 권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

국감은 행정·사정 권력에 대한 국회의 감시 기능을 구현하는 국회만의 핵심 장치다. 감사 대상 기관은 책임을 지고 국회에 소환돼 그 운영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장은 국회에 나와 응답하는 것을 꺼리거나 국감장 이석을 선택함으로써 국회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질의응답하도록 돼있다”며 노 위원장이 이석하지 않고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감 주체로서 국회의 권리를 강조한 것으로, 만약 기관장이 국회의 질문에 직접 응답하지 않는다면 형식적 수준에 그칠 위험이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석 허용을 통해 신속한 절차 진행과 협의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법사위는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행안위는 선관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국감에서는 증인 채택 여부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윤 의원은 “사전 협의 없는 문제 제기는 온당치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필요하다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서 추후에 절차를 갖는 데 대해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오늘 노태악 위원장 증인 신문은 허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석을 허용했다.


신 행안위원장의 이석 허가가 떨어지면서 노 선관위원장은 유유히 국감장을 떠났다.

윤 간사의 ‘증인 채택’ 발언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여야 간 간사 협의 과정 없이 여당 주도로 단독 의결돼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불과 이틀 전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가 인사말 후 추미애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해 자리에 남았던 것이다.

지난 13일, 추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은 인사 말씀만 드리고 이석했지만,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조진만·민복기 대법원장 등은 국회에 출석해 질의응답에 응했다”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조항을 회피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님께서 관례라는 말도 책임회피할 방패로 삼지 않으시길 바란다.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질의응답 주체인가? 예외 대상인가?
정치적 형평성과 공방의 권력 게임

그러자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이석하게 해달라. 김병로 대법원장은 (그 당시엔) 재판 내용을 얘기하지 않고 행정 내용이었다”며 “참고인으로 진술하라고 하는데, 참고인은 출석을 거절하면 강제로 (질문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인사 말씀만 하시고 마무리 말씀에서 의원님들 말씀에 대한 종합적 답변의 선례가 있다”며 “가급적 이 자리는 대법원장이 인사 말씀했고, 남은 부분은 미진하지만 제가 답변하면서 부족한 건 마무리 말씀하시는 것이,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법관들과 국민들이 우리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교과에서부터 삼권분립, 사법부 존중, 국회 존중을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 이석 허가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석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리에 남아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의를 받았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허공만 쳐다보거나 답변하지 않다가 오전 정회 후 국감장을 떠났다.

‘국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증인·감정인·참고인)에 따르면, 위원회는 감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엔 증인, 감정인 또는 참고인을 출석하게 해 증언이나 진술 또는 감정하게 할 수 있다. 또 증인 등은 국감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등 헌법기관의 수장들은 ‘관례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아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협의 중심주의는 때때로 권력을 가진 쪽에 유리한 구조를 고착시키는 경향이 있다. 질의권은 국회의 핵심 권한이며, 응답은 그에 따르는 책임이다. 기관장이 이를 회피하려 할 때 감시의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이석 논란의 맥락을 정치적 차원에서 보면, 여야 간의 권력 경쟁과 균형 전략이 기저에 깔려 있다. 야당은 노 선관위원장 이석 허용을 ‘선거관리의 책임 회피’ 프레임으로 몰아가려 하고, 여당은 ‘절차적 정당성’과 ‘관례 존중’ 카드를 강조했다.


특히 야당은 ‘형평성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관례가 편파적으로 적용된다는 인식을 환기시키는 데 충분했다. 반면 여당은 ‘증인 채택 여부’라는 절차적 잣대를 앞세우며, 이석 여부는 증인 채택과 연결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기관장에게 질의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였다.

다만 이런 논리는 절차의 벽을 수호하면서 실제 책임 회피의 통로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힘의 균형, 권력 주체 간의 권한 나눔, 그리고 감시와 책임의 경계가 어디쯤 설정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노 선관위원장 이석 논란은 단편적으로는 ‘국감장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더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 정치 시스템에 도사리는 구조적 긴장과 불균형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관례와 형평성, 절차와 권력, 독립성과 책임의 사이에서 균형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 사례다.

균형의 위기 앞에 선 민주주의

관례는 제도를 넘어설 수 없으며, 특히 권력 중심 기관에게 특혜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헌법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면책이나 특권이 보장돼선 안 된다. 게다가 국감 질의는 제도적 기둥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이석함으로써 감시 기능이 약화된다면 국감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 정치적 압력과 절차주의는 늘 접전의 영역으로, 협의와 절차라는 허울이 책임 회피의 장치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인사의 국감 응답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입법·사법·행정 간 권력 구조와 책임 메커니즘, 그리고 제도의 민낯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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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