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망신주기 재계 국감 노림수

올해는 누구를 죄인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재벌기업들은 숨죽일 수밖에 없다. 핵심 경영진이 줄줄이 소환되곤 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망신주기 수준에 불과한 무성의한 질의와 수위를 넘나드는 질타가 쏟아졌던 전례를 비춰보면 괜한 걱정이 아니다.

윤석열정부의 첫 번째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 약 한 달 가까이 국감이 진행되는 수많은 재계 인사가 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일단 10대 그룹 총수 대부분이 출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 경영인을 불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총수들의 국감 불출석 이유로 작용했다. 

그나마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출석한 상황이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태풍에 따른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포스코가 막대한 피해(매출 2조4000억원 감소 추산)를 입은 것과 관련해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줄줄이
소환

총수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재벌기업 핵심 경영진의 줄소환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미 다수의 상임위원회 증인 명단에 기업인의 이름이 빼곡하게 차 있다. 

정무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다수의 시중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출석 대상은 ▲이재근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이다.


5대 시중은행장이 한꺼번에 정무위 국감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 요지와 신청 이유는 횡령·유용·배임 등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과 내부통제 강화 등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여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횡령사고 현황(2017~2022)’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대 은행에서는 총 65건, 844억2840만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10건(736억5710만원) ▲하나은행 18건(69억9540만원) ▲NH농협은행 15건(29억170만원) ▲신한은행 14건(5억6840만원) ▲KB국민은행 8건(3억5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61억9190만원으로 7.3%에 불과하다.

거액의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은행이 내부 통제와 시스템 개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조원 규모로 덩치가 커진 이상 외환거래 문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무위원회는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사태 등을 질의하기 위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회사 물적분할과 관련해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세탁기 불량 사태 등에 대한 설명을 듣겠다는 것이다. 또 IRA 대응 질의를 위해 공영운 현대차 사장을, 태풍 피해 관련 질의를 위해 정탁 포스코 사장을 불렀다. 

또 시작된 기업 군기 잡기
맹탕 진행 재현되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해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질의한다. 증인대에는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세워 쌀값 하락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배경 등에 대해 듣는다.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는 원·하청 임금 구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채택됐다. 광주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증정품 발암물질 유출 여부를 두고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서게 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 수장, 유영상·구현모·황현식 등 이동통신 3사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숙박 애플리케이션 과다 수수료 문제 등을 이유로 배보찬 야놀자 대표,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 등을 부른다.

호통 쳐야
존재감?

증인 신청 과정에서 여야 간 대립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여당은 기업들이 생존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과도한 기업인 국감장 부르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야당은 기업인에 대한 국감은 “성역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분별한 민간인 기업 회장들에 대한 증인 요구는 국회 또는 국회의원의 갑질이 아닌지 돌아봐 주시기 바란다”며 “민주당의 무리한 증인 요구엔 단호히 대응하고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망신주기나 여론몰이를 위한 증인 채택은 최대한 방지하는 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인의 국감 출석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증인 요청은)불공정한 거래와 관련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서 기업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여당에서 기업인들을 부르지 말자는 것은 기업 봐주기로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기업인 다수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이 예상되자, 재계에서는 이번에도 ‘기업인 망신주기’가 연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련 없는 질문을 하거나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다. 기업인 소환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기업들은 대놓고 불만을 표하지 못하는 을의 위치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국감 때마다 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기업 핵심 임원이 어느 국감장에 불려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발언하게 될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정이 빠듯한 기업인들이 국감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공개적으로 야단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그나마 총수가 불려오는 빈도가 줄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이 때리면 불려간 기업인은 맞아야 하는 구조인 건 변함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감 일정에 맞춰 기업인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잦은 사례를 막무가내성 국감 분위기 연결 짓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국감 출석이 유력했던 상당수 기업인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소환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당초 정무위원회에서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를 저울질했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보호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국내 최대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에 관련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송 회장은 하이브와의 합작법인 ‘레벨스(Levvels)’ 사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현재까지도 체류 중이다. 이를 놓고 국감 출석 회피를 위한 출국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변함없는
구태

5대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정감사를 피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잡았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감 회피용 해외출장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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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