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정부의 첫 내각 인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대거 포함되면서, ‘겸직 내각’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임명 또는 지명된 장관 후보자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44%가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예산 낭비와 제도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급여는 더 높은 장관 보수만 받게 된다. 그러나 의원실 운영비와 보좌진 급여는 여전히 국회 예산으로 지급된다. 2025년 기준, 의원 1인당 사무실 운영비는 약 2300만원, 보좌진 인건비는 수 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장관으로 일하면서 사실상 입법 활동은 중단된 상태임에도, 의원실은 계속 유지되고 세금이 투입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감사원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도 반복적으로 제도 개선을 권고해 왔지만, 여야 모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은 두 자리는 반드시 ‘현역 의원 배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단지 인사의 다양성을 위한 차원을 넘어 겸직 구조의 폐해를 막고 행정부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다.
특히 교육부와 여가부는 각각 교육개혁과 사회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부처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 지방 교육 격차 해소, 미래 교육 체계 전환 등에서 고도의 정책 전문성과 실행력이 요구된다. 여가부 역시 조직 개편 논의 속에서 성평등, 가족·청소년 정책을 아우르는 통합형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역 의원 출신 인사가 다시 내정될 경우, 국민적 불신과 피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진숙(교육부), 강선우(여가부) 후보자가 각각 여론 반발과 자질 논란 끝에 낙마한 만큼, 이번 인선은 이재명정부 인사 기조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현역 의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중심 인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 정책 연구자는 “정치 일정이나 정당 논리에 영향을 받는 현역 의원보다는, 교육 현장을 잘 아는 행정가나 연구자 중심의 인사가 교육부 수장으로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복합적 기능을 조율하고 실질적 정책 전환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정 정치 세력에 기반한 인사보다, 현장을 이해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
결국 핵심은 남은 두 자리에 ‘현역 의원 배제’라는 인사 원칙을 세우느냐 여부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정부의 개혁 의지와 행정의 책임성, 예산의 정당성까지 걸린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적 안배’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울 시점이다. 교육부와 여가부 장관 자리에 예외 없는 ‘현역 배제’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인사 쇄신 그 자체를 넘어 국민 신뢰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