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가짜 백수오 파문

기업 무너지고 주주 빈털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5년부터 10여년 간 이어진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단락됐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로 시작된 사건은 사회 곳곳에 유탄을 뿌렸다. 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면서 사건으로 손실을 본 사람은 회복할 길이 사라졌다. 지난 10년의 과정을 <일요시사>가 되짚어봤다.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 2015년 4월22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한 건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갱년기 장애 개선·면역력 강화·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백수오 제품이 인기를 끌던 차에 나온 소식이었다.

1/10 폭락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 여부를 조사했다. 그중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6개 업체에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이 공장에 보관 중이던 가공 전 백수오 원료를 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도 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외관상 형태는 비슷하지만 성분이 상이하다. 특히 간 독성·신경쇠약·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국내서 식용 근거가 없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자원은 “백수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 기간이 짧고(백수오 2~3년, 이엽우피소 1년),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부작용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폭락했다. 사과문도 발표했지만 소비자원 공표 이전 주당 8만6000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 만에 주당 8500원대로 10분의 1 토막 났다.

최근 소비자원의 발표로 주가가 폭락해 손해를 봤다며 주주들이 낸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내츄럴엔도텍 주주 18명이 소비자원과 직원들,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판결을 지난달 15일 확정했다. 결과는 원고 패소.

앞서 2015년 6월 수원지검은 내츄럴엔도텍을 무혐의 처분했다. 백수오 샘플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은 맞지만, 비율이 3% 정도에 불구하고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년간 독성 시험을 한 뒤 2017년 8월 ‘백수오는 끓는 물로 추출해 섭취하면 안전하고 이엽우피소가 미량 섞이더라도 건강상 위해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듬해 4월 내츄럴엔도텍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하면서 당시 소비자원의 발표를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시중서 판매되는 백수오 식품 32종에서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29개 제품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소비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고 섭취에 주의할 것을 당부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공표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공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긴급한 필요 없이 공표를 진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2015년 이엽우피소 검출 발표
대법원 “배상 책임까진 없어”

대법원도 판결 자체는 원고 패소로 했지만 세부 내용이 달랐다. 소비자원의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표 당시 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 제품에 포함된 이엽우피소의 양이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바 없다”며 “내츄럴엔도텍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원은)업체 등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는 취지로 공표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이나 원료 대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혼입됐음을 암시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위법한 허위 사실 공표의 피해자는 내츄럴엔도텍 등 회사들로 봐야 하고 소비자원의 발표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 판단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주주에게 배상해야 할 책임까지는 없다는 취지다.

가짜 백수오 사건이 10여년간 입길에 오르내린 것은 당시 청와대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17년 이유정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주식 거래 차익 문제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당했다. 논란이 된 주식이 바로 내츄럴엔도텍이었다.

이 전 후보자의 남편이 재산 신고를 했을 당시 주식은 2억9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헌법재판관 지명 이후 신고된 재산에서는 주식이 12억원이나 늘어난 15억1000만원에 달했다. 1년6개월 새에 10억원 넘게 주식가액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 5억원이 넘는 매도차익을 낸 부분이 의심을 샀다. 이 전 후보자는 내츄럴엔도텍이 상장도 되기 전인 2013년에 주식을 구매했고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까지 차익을 실현했다.

이 전 후보자는 지명 25일 만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면서도 “주식 거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 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들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022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후보자의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후보자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식약처 정보는 투자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명확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구체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당시 가짜 백수오 성분이 검출됐다는 정보와 그렇지 않다는 정보가 혼재돼있었기 때문에 식약처 검사 결과가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인지 알 수 없고 검증도 가능하지 않았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서 판결이 확정되면서 이 전 후보자는 의혹을 벗게 됐다.

재판관도 날려

10여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은 기업과 사람에 상당한 상흔을 남겼다. 한때 건강기능식품으로 잘나가던 기업은 전성기 때보다 크게 쪼그라들었고 주주는 손실을 봤다. 그렇다고 정부 기관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결국 승자가 없는 긴 싸움일 뿐이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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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