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5.27 07:54:49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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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없어 굶어 죽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은 <일요시사>에 “작품 제작이 없어 삶의 희망도 없어진다”는 배우들의 최근 호소를 전했다. 이어 영화업계 인력을 쓰고 버리는 글로벌 OTT의 현황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에 “새 인력 양성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은 “영화업계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지난해부터 미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배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배우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오래전엔 대형 기획사서 연습생 관리 등 가수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시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했고, 케이팝의 신인 개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저도 오디션 시스템이 선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쟁 위주로 흘러 안타까웠다.

이후 영화 배급사로 이직했는데, 배우는 매니지먼트 시장서 가수보다 훨씬 열악했다. 가수와 달리, 배우 소속사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으며, 제작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고, 열악한 사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찾다가 미국 영화배우조합을 일부 참고해서 만들었다.

-배우는 개인사업자인데, 어떻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었나?

▲처음엔 막무가내로 노조 설립 신고를 하러 갔다. 노동청에선 “어떻게 노조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사례를 언급했고, 다른 영화단체들로부터 연대 서명을 받았다. 이어 조합원들의 경력을 증명하고, 출연 계약서 복사본을 제출했다. 설립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영화 흥행·제작이 부진하다. 배우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엔 드라마 촬영 일정과 방영 일정이 거의 비슷하게 잡혔다. 그래서 출연료는 월 단위로 지급했다. 반대로 영화는 약 1~3년 정도 기간을 잡고 제작된다. 그런데 OTT가 등장한 이후엔 영화 제작 일정이 대부분 3년으로 고정됐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엔 사전 제작된 작품이 많아서 어렵단 느낌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영화계의 매출과 제작 편수가 감소했다. 내년엔 개봉할 한국 영화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코로나 여파 이후
개봉작 거의 없어”

-배우들의 최근 경제적 상황은?

▲배우들은 출연 계약을 스스로 하지 않고, 소속사가 대행한다. 출연료 지급 방식도 제각각이다. 영화는 출연료 지급 기준이 있고, 촬영 전에 출연료가 지급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쪽대본이 완성될 때마다 촬영하니, 방송 약 한 달 후 출연료가 지급된다. 방송계의 옛 표준 계약서에도 방영 이후 1개월이 지나 지급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방영되지 않거나 편집돼 출연 분량이 사라지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정부의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에도 물가 상승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 과정서 절감할 수 있는 건 인건비밖에 없다.

-배우들이 조합에 주로 원하는 것은?

▲제게 상담하러 오는 배우들은 경제적인 것보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로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작품 제작이 없어 삶의 희망도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도 정책 토론회서 “배우에 대한 금전적 지원보다 기회 제공을 더 많이 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오랫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고 이선균 배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업계서 제일 안타까워 했던 것은 “이런 배우가 등장하기까진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배우들에 대한 인격적 처우 등은 과거와 달라진 게 있나?

▲배우들은 유명 배우·단역배우·보조출연자로 구분된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가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제작사와 직접 계약한 것인지,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를 통한 것인지로 구분한다. 보조출연자는 과거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지난 2004년 보조출연자 자매를 성폭행했던 가해자들은 아직도 업계서 근무하고 있다. 이미 카르텔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조합이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역과 보조출연자의 경계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촬영장서 똑같이 고생하고 있고, 비중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업계 카르텔 형성”
“OTT 폐해에 관심 가져주길”

예전엔 보조출연자로 시작해 인기 배우가 된 사례들이 있었다. 기업형 매니지먼트가 안착한 이후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치워졌다.

-조합이 가장 중점을 두는 제도가 있다면?

▲배우 매니지먼트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유명 배우들은 9:1로 계약해서, 소속사가 1을 가지고 간다. 이래선 소속사 운영이 안 된다. OTT가 도입된 이후 콘텐츠 시장이 너무 좋아져서, 유명 배우를 데리고 콘텐츠 제작을 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갔다. 그래서 배우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

그런데 시장이 죽으면서 어려워졌다. 작품 수가 줄어들었지만, 배우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계약이 풀린 많은 배우들이 새 회사를 찾지 못했다. 그들은 매니저 없이 일하기 어려워 “우리도 공제조합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시가 필요하고, 전자계약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촬영장서 계약서를 쓰거나, 출연료를 안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의 출연료 체계를 회차당 지급서 시간당 지급으로 바꿔서 일정을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글로벌 OTT는 영화업계가 지금까지 키워온 인력을 데려가서 써먹고 버리는 구조를 취한다. 그들은 유명 감독·배우와 작업하지만, 신인 감독·배우는 발굴하지 않는다. 이용만 당한 채 다음 세대가 사라진다. 약 10~20년 후 업계를 이끌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려면, 연극·뮤지컬·독립영화 등 제작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에 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정당한 노동의 권리에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K-POP 산업이 발전한 결정적 계기는 정당한 보상이었다. 음악은 가수·작사가·작곡가·연주가들이 모두 실연권·저작권을 인정받아 분배받는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보상 체계가 적절하지 못해 동기 부여가 어렵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출연한 영화·드라마가 재방송되면 보상을 해야 한다. 활동에 대한 금전적 지원보다 정당한 보상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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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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