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누가 되든 큰 희망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화두였던 ‘의대 정원’ 문제가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지난해 의료계는 물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 모양새다. 동시에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의료 붕괴인가, 대변혁인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으로 십수년 간 유지돼온 의대 정원을 단숨에 60%나 증원한다는 소식에 전공의, 개원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전부 들고 일어났다. 휴직, 사직, 휴학, 파업 등 의료계는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조리 사용했다.

철학·돈 개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를 언급하면서 ‘처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얼마만큼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으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윤정부의 의료정책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의 의료정책 중 가장 나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역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완전히 망가뜨렸기 때문에 새로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정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협의 정책을 생산하는 기관이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협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그랜드플랜을 짜는 곳이다. 우 전 원장은 “의료정책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이필수 전 회장의 선거 캠프서 핵심 참모를 맡았는데 이 전 회장의 당선 이후 의료정책연구원장을 하겠다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을 많이 연구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 의료제도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부 주도로 의료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의사가 의료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개혁의 주체가 다른 부분이 한일 양국의 의료제도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은 1000엔권 표지 인물로 기타자토 시바사부로라는 의사를 새겼다.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의사로 감염병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일본이 과학자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리학, 성리학 교조주의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의대 정원 문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료제서 비롯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관료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국가를 개조한 건 맞지만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문화가 너무 경직돼있어 AI 등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관료제가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 된 상황이라고도 했다.

부실한 땅에 지진 왔다
고통의 시간 감내해야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에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부족하고, 또 세 가지가 과하다”고 말했다. 먼저 철학도, 정의도, 경제 관념도 없다면서 ‘3무(無)’를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의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시장 경제 방식이 있는 반면, 영국은 사회주의 의료를 택했다.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국은 국가가 의료와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일념으로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을 인수했다. 정부가 운영 주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신정권 때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과정서 어떤 국민적 동의도 받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인 게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완벽한 사회주의다. 실제 사회주의 의료를 할 거였으면 국가가 투자해서 병원을 인수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는 공급자가 모든 걸 투자하는 구조다. 개업할 때 국가가 돈 내주나? 의대생에게 지원금이 있나? 전공의 수련할 때는 또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저수가, 저보험료, 저급여 등 ‘3저(低)’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의사들이 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다른 돈벌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비급여라는 것이다. 우 전 원장은 비급여를 ‘인공호흡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대회서 ‘차라리 국가에서 다 인수해 운영하라. 왜 우리(의사)한테 짐을 다 떠맡겨 놓고 너네(정부)는 규제만 하느냐’는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서 있는 땅 자체가 이미 부실한 상태인데 여기에 지진이 난 상황”이라고 다시 한번 꼬집었다.

세 가지 과한 부분, 즉 ‘3과(過)’로는 징벌, 규제, 포퓰리즘 등을 지목했다.

우 전 원장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거나 고의로 환자를 사망하도록 한 게 아닌데도 환자가 죽었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의사가 의학적 지식을 갖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불가항력이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선수 11명이 뛰면 주심, 부심 등 심판이 3명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는 심판이 너무 많다. 심판이 많을수록 흐름은 끊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침체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정치인들이 의사를 득표의 도구로 보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학병원이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로 넘어간 ‘의대 정원’
또다시 변곡점 맞는 모양새

그는 “우리나라만큼 대학병원의 분원이 많은 나라가 없다. 대학병원은 병상을 늘려서 돈을 벌기 위해, 정치인은 치적을 쌓기 위해 전국 곳곳에 분원을 만든다. 이게 얼마나 포퓰리즘인가”라고 한탄했다.

우 전 원장은 이 모든 상황이 맞물려 의대 증원이라는 최악의 정책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역 의료가 활성화될 것도 아니고 필수 의료가 되살아날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것도 자신들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노예’처럼 굴리는 현 시스템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원장은 “지역 의사제를 할 게 아니라 지역 환자제를 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때 진료권을 없애면서 환자가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현상을 타개하려면 환자를 지역에 묶어둬야 한다. 그러면 의사에게 지역으로 가지 말라고 해도 가게 돼있다. 또 지역의 의료기관서 진료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원장은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의 미래를 ‘삶아 먹으면서’ 지탱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그 ‘시간차’조차 없다고 말했다. 재정이 고갈되면 즉각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비현실적이고 지탱하기 어려운 구도를 가져갈 수 없으니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을 줄이고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의를 길러내는 곳이 돼야 한다. 전공의를 지금 당장 써먹을 일회용 접시 정도로 생각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대가 끊기는 것”이라고 했다.

우 전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상황은 효율성이 제로다. 돈 있는 사람이 돈 쓰는 걸 막으면 안 된다. 그들이 쓴 돈을 가지고 의료 접근도가 낮은 20%를 확실하게 돌보는 게 더 낫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는 유명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돈을 낸다. 사회주의 국가는 어떨까? 권력을 쓴다. 어떤 게 더 정의로운가”라고 강조했다.

정의도 없다

하지만 우 전 원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현 상황에 이르는 과정서 발생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게 많아질수록 국민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상황이) 별로 희망적이진 않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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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