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우리법연구회, 왜?

민주당 집권마다 득세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법연구회가 다시 정국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문재인정부 당시 대법원장부터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주요 요직에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을 기용한 것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 선고의 핵심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게다가 조기 대선 이후 또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주목받는 이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사법부 법관 모임 중 하나인 우리법연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오는 6월3일 치러질 조기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는 만큼, 문재인정부가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을 대거 중용했던 사례가 다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카르텔?

한 권한대행이 지난 8일 마 재판관을 지난해 국회가 선출한 지 104일 만에 임명했다. 마 재판관은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의 이력 때문에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마 재판관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서 진행된 취임식서 “임명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마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추천 몫의 인물이었다.

강원 고성군 출신인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알려졌다. 마 재판관은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0년 판사로 임관했다.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한 그는 법원 내 노동법 분야 연구회 회장을 맡았다.


이 같은 배경을 둔 마 재판관은 ‘균형 있는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 배려를 바탕으로 해 다수의 견해를 존중하되 맹종하지 않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치우치지 않겠다”며 “균형 있는 시각과 공정한 태도로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마 재판관의 임명과 더불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1988년 노태우정부가 5공화국에서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 연임을 계획한 것이 시초다. 이에 반발한 소장 판사 430여명은 사법부 민주화를 외치며 ‘2차 사법 파동’을 일으켰다.

이때 모인 이들은 ‘우리 법을 제대로 공부하자’며 우리법연구회를 만들었고, 참여정부 무렵부터 사법부 내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마은혁 임명으로 주목
문 정부 때 사법부 요직

박시환 초대 회장이 대법관으로 발탁됐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이광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배경으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박 의원은 2002년 판사를 사직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로 직행했다가 당선 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봉직됐다.

승승장구하던 우리법연구회는 2000년대 초반 보수진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고,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 부담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다만 우리법연구회가 자취를 완전히 감춘 건 아니었다. 이용훈 대법원장 임기 직전인 2011년 8월 국제인권법연구회로 이름을 바꿔 등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 일부 회원, 신영철 대법관 비판 세력, 신규 학술 단체 가입 회원 등으로 규모를 키웠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편제(회장, 간사, 총무, 기획팀장, 지역별 소모임 체제 등)마저 동일하다 보니 사실상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우리법연구회 후신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이후 학술 토론 등을 진행하던 모임은 점차 사모임적 성격이 강해졌고 결국 또다시 사법권력, 법원 구조, 사법행정권 등에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박근혜정부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핍박을 받던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국정농단 사건을 발판 삼아 권력을 잡은 문재인정부가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을 대거 기용하면서 다시 부활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꼽힌다. 그뿐만이 아니라, 박정화 대법관(우리법연구회),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국제인권법연구회),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우리법연구회), 사봉관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우리법연구회) 등이 요직에 올랐다.

정권과 더욱 견고히 결탁?
재판관 지명이 신의 한 수

또 김명수 체제서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34%(97명 중 33명), 법원행정처 판사의 42%(12명 중 5명)는 인권법 출신이었다. 사법행정자문위서도 40%(10명 중 4명)가 같은 출신이었다.

윤석열정부 들어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몇몇이 요직에 남아있긴 했지만, 보수 성향의 판·검사들로 우선 대법관 자리를 대체하며 이들에 대항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많은 헌재서 8대 0으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문정부 시기 두 모임 출신 법관들의 사법부 장악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일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사법부를 장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법부 카르텔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초 법조계에선 조기 대선서 야권 대선주자들이 당선된 후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진보 성향의 법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진보 4명, 중도 3명, 보수 2명으로 윤정부 말미와 같이 민주당은 줄탄핵 카드를 계속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임기를 계산하면 향후 4년간 이 구도가 이어져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줄 법관의 임명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게다가 중도 및 보수 성향으로 치우친 대법관의 성향도 새 정권 이후 다시 진보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초유의 문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했는지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마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지명했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정계선·마은혁 재판관 둘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 전 대표가 이미 기소된 상태서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의 중단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 논란의 최종 판단은 결국 헌법재판소의 몫이 된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으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받아야 할 수도 있는 초유의 문제가 생긴 셈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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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