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13일 “탄핵 심판이 현 상태로 지속될 경우 ‘중대한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서 열린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듭 요청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변호사는 “한 총리는 국정의 2인자로서 비상계엄 선포와 당시 국무회의 상황을 비롯해 비상계엄의 원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청구인 측에서는 한 총리를 주요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탄핵 심판과의 관련성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다”며 “(재판부의)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관련성이 어떻게 떨어진다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헌재가 투표인 명부 검증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선 “투표인 명부와 실제 투표자 수 간 일치 여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헌재는 신청을)기각했다”고 꼬집었다.
윤 변호사는 “빠른 결정보다는 신속하고 공정한 심리, 정확하고도 정치적 중립성을 겸비한 심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만 헌재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변호사가 언급한 ‘중대 결심’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 가능성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대리인단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의 심리 진행에 반발하며 총사퇴를 언급했던 바 있다.
물론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중대 결심 배경 사례의 경우는 결이 약간 다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9차 변론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본인 및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을 염두에 두고 “퇴임일인 3월13일 이전에는 탄핵 심판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하자 반발했다. 이들은 “‘헌재소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국회 소추위원(위원장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측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전원 사퇴해도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탄핵 심판 절차에선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이후 변호인단은 사임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대리인단이 실제로 총사퇴를 감행하더라도, 탄핵 심판 심리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25조 3항은 ‘사인(私人)’이 당사자인 심판 절차에서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탄핵 심판의 당사자는 대통령과 국회, 즉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물론 일각에선 윤 대통령 개인을 사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체로 헌법소원 등 특정 심판에 한해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될 뿐, 탄핵 심판은 예외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헌재가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대리인단 없이도 심판 절차를 강행할 수 있다. 반면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된다고 볼 경우, 헌재는 윤 대통령에게 새로운 변호인단을 선임할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 경우 심판 지연은 불가피하며, 변론 종결 시점 역시 불투명해질 순 있다. 그러나 현재 탄핵 심판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헌재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새로운 변호인단 구성에 최소한의 시간만 할애해 심리를 속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론 종결 단계에서는 대리인단 사퇴가 심판 절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측이 ‘시간 끌기’ 전략을 통해 탄핵 심판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변호사가 언급한 ‘중대한 결심’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뜻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공정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헌재를 흠집내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가 지정한 변론기일은 이날 8차 변론이 마지막이었다. 추가 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그대로 변론을 종결한다면, 탄핵 심판 선고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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