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바디프랜드 내우외환 현주소

꽃길 걷다 가시밭 마이웨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바디프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안마의자 시장의 절대강자라는 인식은 희미해졌고,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 한참 전 일이다. 나머지 식구가 힘을 내면 좋겠건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암초가 더해지면서 그간 준비해 온 상장 작업마저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1조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최근 들어 외형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여파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빛바랜
옛 영광

총 매출 중 85% 이상을 안마 의자 제품에 의존해 온 바디프랜드 역시 녹록지 않은 업황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바디프랜드의 최근 3년(2021~2023) 연결 매출은 ▲2021년 5913억원 ▲2022년 5220억원 ▲2023년 4197억원 등 해를 넘길수록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진이 계속된 사이 헬스케어 시장 1위라는 상징성마저 뺏겨버렸다. 경쟁사인 ‘세라젬’은 2020년 3002억원이었던 매출을 이듬해 6670억원으로 키우면서 바디프랜드를 제쳤다. 세라젬의 2023년 매출은 5846억원으로, 바디프랜드와 엄연한 격차가 존재한다.

바디프랜드는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685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41억원으로 64.8% 감소했고, 급기야 2023년에는 16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바디프랜드가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건 2013년(영업이익 181억원) 이래 10년 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마저 ▲2021년 11.59% ▲2022년 4.62% ▲2023년 3.99% 등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특히 2023년 기록한 3%대 영업이익률은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1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약하게나마 반전의 기미를 보였다는 게 위안거리다. 바디프랜드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26억원,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3분기에 국한할 경우 매출은 1040억원, 영업손실은 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지만, 1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년 새 적자로 돌아섰다. 성수기 도래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관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착화된 국내 안마의자 시장 현황을 감안하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내수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바디프랜드가 7~8년 전부터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 법인을 설립한 것도 해외사업에 힘을 싣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안마 기기 시장이 2023년 기준 238억6000만달러(35조1171억원)에 달하며, 2032년에는 411억8000만달러(60조608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6.3%로 추산했다.

이래저래
안 풀린다

다만 해외시장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바디프랜드 산하 해외 법인들은 최근 3년(2021~2023)간 ▲2021년 105억원 ▲2022년 156억원 ▲2023년 132억원 등 연평균 131억원 총 매출을 기록했을 뿐,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021년 25억원 ▲2022년 48억원 ▲2023년 25억원 등 연평균 33억원에 달했다.


바디프랜드가 직·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 중인 해외 법인은 2023년 말 기준 ▲바디프랜드 INC.(미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바디프랜드 USA INC.(미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메디컬 AI Inc.(미국,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상하이 바디프랜드 일렉트로닉테크놀로지(중국, 전자부품제조) ▲바디프랜드 상하이 인터내셔널(중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바디프랜드 유럽(프랑스, 의료용 전동기 판매) 등 총 6곳이다.

매출 규모가 큰 ‘바디프랜드 INC.’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게 뼈아프다. 2021년 순이익 7억8400만원을 거둔 바디프랜드 INC.는 이듬해 15억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23년 역시 순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61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해외 법인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메디컬 AI, Inc.는 최근 3년간 매출 없이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 설립된 바디프랜드 USA INC.는 별다른 영업활동을 못한 채 지난해 3분기에 청산됐다.

국내 계열회사들의 상황도 딱히 낫다고 보긴 힘들다. HKP컴퍼니를 내세워 추진한 업종 다각화 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부실화되는 경향이 짙어진 모양새다.

희미해진 안마의자 1위 위용
안개 잔뜩 낀 상장 노림수

2016년 4월 설립된 HKP컴퍼니는 사업 경영 및 관리 자문을 영위하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법인이다. 공태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이 회사는 ▲바흐(33.56%, 전기기기 제조) ▲프랜드웍스(20.00%, 의료기기 판매) ▲에스와이라이프(55.72%, 가구 제조) ▲엠씨테크놀러지(100%, 의료기기 판매) ▲에브리알(100%, 상품 중개) 등 법인 5곳에서 주요 주주로 등재돼있다. 지분 취득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167억원이다.

이 외에도 HKP컴퍼니는 오스템 주식 100만주를 쥐고 있다. 2016년 해당 주식을 확보할 당시 투입한 금액은 28억5000만원(1주당 2850원)이었다.

HKP컴퍼니가 타 법인 주식 취득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바디프랜드 덕분이다. HKP컴퍼니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8차례에 걸쳐 발행한 206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바디프랜드는 이를 인수했다.

이런 이유로 HKP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한 법인 중 오스템을 제외한 5곳은 바디프랜드 계열회사로 표기되고 있다. HKP컴퍼니는 바디프랜드가 건넨 자금을 밑천 삼아 타 법인 지분을 사들였고, 바디프랜드는 지배력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HKP컴퍼니를 활용한 셈이다.

정작 바디프랜드 계열회사로 편입된 대다수 법인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엠씨테크놀로지 ▲에브리알 ▲프랜드웍스 등은 매출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바흐는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그나마 에스와이라이프가 매출 2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억3800만원, 2억9600만원에 그쳤다.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HKP컴퍼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신주인수권을 감안해 HKP컴퍼니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바디프랜드가 BW를 행사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HKP컴퍼니는 순수 기업가치가 크지 않은 데다,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를 띠고 있다. 매년 현금배당으로 얻는 2000만원이 매출의 전부이며, 완전자본잠식(총자본 -106억원) 상태다. 결손금은 112억원에 달한다.


불안정한
경영 환경

이런 가운데 불안정한 경영 환경은 바디프랜드의 미래를 예단하기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경영권의 잦은 교체가 상장이라는 큰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2007년 3월 바디프랜드를 설립했던 오너 일가(강웅철 현 사내이사, 조경희 전 회장)는 2015년 8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주축이 된 특수목적법인(SPC) ‘BFH홀딩스’에 바디프랜드 보유 지분(41.6%) 전량을 양도했다. 이를 계기로 BFH홀딩스는 바디프랜드 지분 90%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오너 일가가 바디프랜드와 결별 수순을 밟은 건 아니었다. 2015년 바디프랜드 지분을 매각하면서 4000억원을 확보한 오너 일가는 1600억원을 BFH홀딩스에 재투자했다. 그 결과 2015년 말 기준 BFH홀딩스 주주는 ▲VIG파트너스(35%) ▲네오플럭스(25%) ▲강 이사(40%) 등으로 구성됐다.

2018년 오너 일가는 BFH홀딩스 주주 명단에서 빠지는 대신 SPC인 ‘비에프’를 설립해 바디프랜드 지분 24.8%를 취득했다. 본격적인 상장 작업 추진에 앞서 오너 일가와 VIG파트너스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분리작업을 단행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코스피 상장 준비 작업은 2019년 5월 결국 무산됐다. 이렇게 되자 VIG파트너스는 엑시트를 추진했고, 2021년 11월 ‘비에프하트’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비에프하트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 설립한 SPC로, 2022년 7월 잔금 납부를 완료하면서 바디프랜드 지분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 무렵 관련 업계는 새 주인을 맞이한 바디프랜드가 다시 한 번 상장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사모펀드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강 이사가 스톤브릿지캐피탈 측에 서면서 ‘강 이사·스톤브릿지캐피탈 VS 한앤브라더스’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강 이사 휘하의 비에프가 바디프랜드 지분 38.77%를 보유한 2대 주주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3년 초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던 강 이사는 지난해 초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곳곳에
결격 사유

이미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모습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한앤브라더스 최대주주가 바디프랜드 회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하고 급여를 과도하게 수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한앤브라더스 역시 강 이사가 직무발명보상금을 횡령하고 법인카드의 부정 사용을 문제 삼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디프랜드의 상장 준비에 커다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주요 주주의 배임·횡령은 경영 안전성 유지 차원에서 핵심 고려 사안이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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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