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물주' 김재철의 '마지막 로비' 의혹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39:38
  • 댓글 0개

더 완벽한 ‘박정희 코스프레’를 위하여…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MBC가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증액했다. 정수장학회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공영방송 MBC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공영방송이 특정 대선후보와 관련 있는 일에 동원됐다면 정치권에 일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MBC는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일까. 쏟아지는 관련 논란과 의혹을 <일요시사>가 세세히 짚어봤다. 

논란의 주인공은 김재철 MBC 사장이다. 먼저 사태 파악을 위해선 정수장학회와 MBC의 관계를 짚어봐야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 30%(6만주)를 소유한 2대주주인 동시에 <부산일보>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는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3천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지급한다. 문제는 MBC가 기부금 명목으로 정수장학회에 제공하는 돈. 이 기부금의 규모는 매년 20억원에 이른다.

기부금 이례적 증액
그 배경은 무엇?

2002년 13억원, 2003년 17억원에 이르던 기부금은, 정치권에서 기부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억원으로 고정됐다. 그런데 2011년에는 6월30일과 9월30일 두 차례로 나눠 각각 10억 7500만원씩 모두 21억 5000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했다. 

MBC는 왜 지난해에 1억5000만원을 더 지원했던 것일까. 기부금 증액이 MBC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점은 지난해 5월4일,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은 같은 해 2월16일의 일이다. 다시 말해 김 사장이 연임에 극적으로 성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부금 증액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이 기부금이 ‘박정희 미화사업’에 지원된 비용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정수장학회의 박정희 미화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발간 등이다. 이 사업계획은 1년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다. 지난해 9월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도 실마리가 남아있다.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정수장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1억5천만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1억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 ‘박정희 출판물’ 위해 기부금 증액?
장학금·동창회보 인쇄비까지 MBC가 지원

이에 김덕순 정수장학회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하다”고 호응했고, 이사진 전원 만장일치로 1억원 지원을 의결했다.

정수장학회 50주년에 맞춰 오는 11월 중 발간 예정인 사진집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제)다.
도서출판 기파랑은 <조선일보> 편집인과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안병훈씨가 지난 2006년 퇴임 이후 설립한 출판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 등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멘토그룹인 ‘7인회’에도 속해 있다.

‘김재철 사장의 박정희 회고사진집 출판비용 제공 의혹’을 제기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은 이와 관련 “결국 김재철 사장은 적어도 MBC 이사회 이전에 안병훈 기파랑 대표 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출판사업과 관련해 지원요청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1억5000만원을 더 정수장학회 기부금으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정희 선양사업에
공영방송 ‘이용’

그러면서 배 의원은 “MBC가 이처럼 정수장학회의 ‘쌈짓돈’ 금고역할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른바 ‘선양사업’에 돈을 댄 것은 또 있다”고 꼬집었다. 바로 베트남의 200여 명의 장애우 및 고엽제 피해 자녀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NGO총연합회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PACCOM)’의 지원요청을 받고 이를 2008년부터 MBC에 요구해 매년 2만달러를 지원 받은 뒤 이를 정수장학회 명의로 전달하고 있다.

당시 최 이사장은 2008년 10월31일 베트남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베트남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는 사실상 선양사업에 장학사업을 활용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는 또 2011년부터 MBC로부터 2만달러를 추가로 지원 받아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의 회보 발간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MBC는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보 발간비로 2009년과 2010년에 총 450만원의 인쇄비를 지원했다.

이와 관련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교육·사회·문화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수장학회가 자신들의 사적용도로 MBC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MBC가 정수장학회 동창회마저도 챙겨야 하는 현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남의 재산 강탈해
설립한 장물?

야당 측은 정수장학회를 두고 유신독재의 ‘장물’이라고 말한다. 부산의 언론인이자 기업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지태씨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해간 게 오늘날 정수장학회라는 것이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강탈당한 정수장학회를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끈질긴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유족 측은 “박정희는 당시 문화방송 주식 2만주(발행 주식의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만3100주(65.5%), <부산일보> 주식 2만주(100%), 부일장학회 자산으로 만들었던 토지 10만평을 ‘헌납’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적으로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는 “부정축재 혐의를 받던 김지태씨가 구명을 위해 자진 헌납한 재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명칭은 3번 바뀌었다.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5·16군사쿠데타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16장학회’로 개명한 후, 박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서 정수장학회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이자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재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고, 이후 박정희 의전공보관 출신이자 박근혜 사조직인 미래연합 운영위원이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가 사실상 실소유자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헌납’과 ‘강탈’ 장물 논란 속, 박 후보는?
MBC 민영화 시 정수장학회 소유가능성↑

이런 가운데 지난 5일에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당시 불법적으로 11억여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회 교과위 소속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정수장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11억3720만원을 실비 보상 명목으로 지급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는 상근임직원 외에는 보수를 지급할 수 없도록 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장학재단인 정수장학회는 공익법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MBC는 올해 정수장학회 기부금 규모를 지난해보다 6억 증액한 27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마지막 로비’가 아니겠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퇴진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은 지 오래인 데다가 정권 말기, 이에 김 사장이 자신의 입지와 관련 있는 박 후보에게 일종의 보험금 성격으로 준 돈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영화가 해법?
누구 좋으라고…

이에 대해 MBC 측은 “2011년의 경우 경영실적이 굉장히 좋았고, 영업이익도 780억원에 달했다”며 “정수장학회 기부금이 20억원으로 묶여온 상황에서 그 액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됐다”고 해명했다.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MBC를 두고 ‘민영화가 답’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공영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장기파업 등 문제적 방송사로 찍힌 탓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MBC 지분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분을 쪼개 분할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결국 30%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MBC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