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그동안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대체제, 플랜B,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는 말을 뒤집으려는 모양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본격적인 대권 가도 플랜을 실행시키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박 시장과의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특별 대담회였다. 주제는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로 도시, 국가, 글로벌 문제 극복 리더십을 주로 다뤘다.
조직 다지기
사실상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여권 내에서 꾸준히 대권주자로 분류돼 오고 있는 인사다. 전국적인 인지도는 톱 급으로 평가된다. 그는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대권 플랜을 가동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의 본거지로 불리는 영남은 오 시장에게 있어 약점으로 꼽힌다. 보수당 소속이지만 영남권서 그의 세력은 부재에 가깝다. 전국적인 지지세를 받아야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미 식사 정치를 통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권 의원들을 잇따라 만났고, 당 외곽 조직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인 그는 서울시장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때로는 실패를, 때로는 성공을 거두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근 잠행을 보여왔던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사이다적인 면모보다 생수처럼 잔잔한 행보를 선호해 왔지만 최근에는 다른 기류가 흐른다.
우선 서울시청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메시지와 홍보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인을 두루 만나왔으며, 친윤(친 윤석열)계로 알려진 김병민 광진갑 당협위원장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인선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게다가 그동안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역임했던 시정 고문단이라는 조직의 인물들이 컴백했다. 총 14명으로 구성된 고문단으로 ‘레드팀’을 짜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부쩍 민생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경서도 민생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 6월 발표된 주거, 안전, 생계 돌봄 등의 약자동행지수서 지표가 올랐다(2022년을 기준). 또 기후동행카드를 내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민생을 정조준했다. 아예 오세훈표 정책을 꺼내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전국적인 인지도 쌓기 초석
중도 방점 찍고 각인시키기
정치적인 사안에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중앙정치에 힘을 싣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다거나,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도 내놓고 있다. 때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견제하는 듯한 뉘앙스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한 대표를 만난 자리서 “원활한 소통을 통한 당정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서울올림픽 유치와 베세토 복원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도 띄웠다. 오는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국민통합을 위한 구상을 제안했다. 베세토 역시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도쿄와 한국의 서울을 연결해 도시 외교를 통한 3국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오 시장의 호감도는 대권 잠룡 중 높은 편에 속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외연 확장에도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 대표와는 다른 방식의 독자적 노선 구축인 셈이다.
독자적 행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오 시장 입장에선 여의도 정쟁서 한 발짝 물러나 지켜볼 수 있다. 참전 여부는 오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후보 간 난타전을 벌이자,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게다가 오세훈계로 분류되는 조은희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서초구다. 해당 지역이 보수세가 강한 곳인 데다, 오 시장이 오랜 기간 서울을 잘 이끌어온 만큼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행정뿐만이 아니라, 과거 입법을 담당하는 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 세력이 많지 않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2대 총선 과정서 전반적으로 오세훈계는 공천서 배제되거나 본선에 나가서도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앞으로 오 시장에게는 자신을 밀어줄 당내 세력이 필요하다. 한 대표를 향한 당원들의 지지세를 자신에게로 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한동훈계와 결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받을수록 시선이 오 시장에게 쏠릴 수도 있는 것이다.
빈틈 채우기
이를 위해서라도 오 시장은 중도세력에 방점을 찍고 움직여야 한다. 한 대표 역시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보수 지지세가 워낙 큰 탓에 마음 놓고 시선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추후 오 시장은 다른 지역과의 연결점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속적으로 몸값을 높여가며 민생과 동행하는 시장의 이미지를 구축해 오세훈표 모델을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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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광화문 광장의 변신
오세훈 서울시장은 100m 대형 태극기 설치 논란 이후 방향을 선회해 광화문 광장을 다른 모습으로 꾸밀 예정이다.
6·25 참전 용사를 기리는 국가 상징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아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대형 태극기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달 15일부터 약 한 달간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자유와 평화 등의 가치를 주제로 한 상징성을 가진 조형물을 추진하기로 한 것.
참전용사 중 22개국 장병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을 통해 6·25와 더불어 국경일과 기념일에도 사용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