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유치원 학부모로부터 ‘벌레 물림으로 인한 학대 신고를 받고 있다’는 고민 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벌레 물림으로 학부모가 저를 학대로 신고하겠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20대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돌봐주느라 제 몸이 힘들어도 아이들 보며 힘내면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느 날 한 유치원생이 집에서 얼굴에 아주 작은 벌레, 진드기에 물려서 등원했다. 아시다시피 등하원 시 아이의 얼굴은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얼굴에 붉은 자국을 확인했고 딱지가 앉을락 말락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등원 시 아이의 모친은 얼굴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고, 혹여나 아이가 손으로 해당 부위를 만져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손을 씼겼다.
문제는 하원 때 발생했다. 아이의 모친은 정색하면서 A씨를 향해 “우리 아이, 진드기 물린 자국 신경 안쓰셨느냐?”고 추궁하듯이 몰아세웠다. A씨는 “등원 시 빨간 자국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고, 딱지가 않을락말락 하고 있어 세균 번식 방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손을 씻겼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부모도 “지금 이 순간은 화인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교사 맞느냐? 당장 원장 불러 오셔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원장에게는 “이 사람, 교사직 박탈시켜야 한다. CCTV 확인해달라. 우리 아이 신경쓰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모습 확인된다면 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저도 사회초년생인데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고 부담임이 아닌 담임이 책임지는 게 맞으니 그 자리서 머리가 하얘지고 울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며 “원장님께서 무한사과를 하셨고 저도 죄송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듣기 싫다며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모친은 A씨 때문에 해당 유치원을 그만 다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원장님, 원감님께선 유치원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거라고 신경쓰시면서도 ‘평소에 열심히 잘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동료 교사들과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셨다”며 “하원 시 만졌다면 분명히 집에서도, 자면서도 한 번은 만졌을 테고, 등원 시 ‘특별히 신경써달라’고 요청했을 텐데 아예 언급도 없었고 출근해야 한다면서 인사만 하고 휙 가버린게 전부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도 교사 생활을 하고 있고 멘탈도 강한 편인데 도무지 제가 들은 모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어떻게 잊으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주변에도 고민을 털어놨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공짜로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돈받고 일하는 교사가 100% 잘못이라고 했다”며 “현재로선 교사인 제 과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유치원은 “교사에게 책임이 있는 게 당연하다. 교사이 잘못이 크다”며 “이런 일은 늘 있는 일상”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글은 374명이 찬성을, 12명이 반대해 압도적으로 찬성 수가 많았다.
회원들의 추천 수를 가장 많이 받은 베플 댓글엔 “저도 모기물림으로 전화로 욕들어먹어봤는데진짜 뭐라고 해야 할지 머리가 안 돌아가지더라. 현실적으로 그걸 어떻게 하느냐? 벌레 물림으론 아동학대 신고 안 된다. 그냥 똥밟았구나 생각하시면 된다” “원장 진짜 너무하네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 겪었을 때 교사 못 지키는 원장은 무능력한 것이고, 사과하시면 안 된다. 학부모가 고소한다면 역고소하시라” 등의 응원 댓글이 올라 있다.
“아이 어릴 때 유치원서 모기 물렸다고 너무 죄송하다고 머리까지 숙이면서 사과하시던 선생님 생각난다”는 한 회원은 “이런 사소한 것으로 OO하는 학부모가 있나 싶어 집에 오는 길에 생각이 많았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너무 상처받지 마시고 훌훌 털어내셔도 된다. 누가 봐도 지금 이 상황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은 “안 그런 엄마들도 많다는 걸 알아주세요. 저희 아들 반에도 자기 아이 모기 물린 걸로 투덜거리는 엄마 있던데 다들 그 사람은 피한다. 미친 사람이 많지만 정상인 사람은 그보다 조금 더 많다”며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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