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 보내지 않는 엄마들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11 08:47:27
  • 호수 1483호
  • 댓글 2개

“개죽음 당할 바엔 한국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비상이다. 끊이지 않는 군 내 사망사고로 ‘어떻게 하면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물론 편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회피해선 안 되겠지만, 일찌감치 해외 이민으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마련해주자는 의도다. 어쨌든 ‘죽을 수도 있는’ 군대에 가는 것보단 낫다는 것이다.

최근 군부대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는 군인 4명이 숨졌다.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 모 공군 부대 간부가 영외 독신자 숙소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날에는 강원도 육군 21사단 위관급 장교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사망했다.

사병에
장교까지

지난달 23일에는 육군 12사단 훈련병 1명이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훈련병 1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훈련병 사망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날 오후 제12보병사단서 훈련병 6명이 ROTC 출신 여군 중대장의 명령으로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뜀걸음,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의 군기훈련을 받았다. 해당 훈련병이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였다.

이때 훈련병 1명이 이상 징후를 보였다.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동료 훈련병이 이를 파악해 간부에게 보고했으나, 간부는 꾀병 취급해 계속 군기훈련을 진행했다.


결국 해당 훈련병은 군기훈련 시작 후 40분 만에 쓰러져 방치되다가 발견돼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이송 후 군의관 지시로 수액을 맞았다. 이후 오후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를 통해 군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인 속초의료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속초의료원 후송 당시 호흡수가 분당 50회에 체온은 40.5도로 고열 상태였다.

나이와 이름을 묻는 질문에도 정상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속초의료원은 해당 훈련병이 지나친 체온 상승과 무리한 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근육 손상으로 횡문근융해증이라고 진단했다. 2~3시간가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훈련병의 몸은 40도 이상 고열이 유지됐고 치료 도중 신부전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속초의료원은 강릉아산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다. 신장 투석이 긴급히 필요해질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고, 영동지방서 신장투석기를 보유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급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훈련병은 의식이 없는 채로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송 이후 근육이 녹아내리는 상황서 신장 투석을 진행했지만, 치료 도중 상태가 나빠진 끝에 패혈성 쇼크로 끝내 사망했다.

군기훈련 받다가 쓰러져서…
일주일 새 군인 4명이나 사망

현행 육군 규정상 완전군장 상태의 군기훈련은 훈련병은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당 1㎞ 이내만 지시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도 훈련병 기준 20회까지 최대 4세트로 맨몸인 상태서만 시킬 수 있다.


반면 숨진 훈련병은 당시 여러번 건강 이상 신호가 있었으며,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동기 훈련병이 해당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현장 간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중대장은 이를 무시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군기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영생활 규정은 군기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실시해야 하고, 시행 전 신체 상태에 대해 문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날의 인제군 기온은 27.4도로 더운 날씨였다. 이날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한 채로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고, 지시에 따라 군장 상태서 뛰다가 쓰러졌다. 군당국은 당시 보행 및 구보의 총거리는 1.5㎞ 정도로 파악했다.

군 관계자는 “통상 20㎏ 이상인 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육군 12사단 훈련병, 32사단 훈련병, 21사단 장교, 공군 초급 간부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서 “일주일 새 4명의 군인이 세상을 떠났다. 군 장병들을 소모품쯤으로 취급하는 윤정부와 정치 군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이은 군인 사망 사태는 대통령 취임 행사에 군인을 동원하는 등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해 온 윤정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수사외압 의혹은 윤정부가 장병들의 인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알게 한다”고 지적했다.

불똥 튄
정치권 

최 대변인은 “철 지난 색깔론을 들이밀며 정권의 이념 전사로 만드는 데만 혈안이었지, 윤정부가 장병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서 지금까지 한 게 무엇이냐? 신원식 전 장관과 같은 막장 인사가 국방부 장관이 되고 정치 군인이 활개치며, 애꿎은 장병들만 억울하게 희생되는 것이 지금의 군의 현실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윤정부는 장병을 도구 취급하고 이들의 인권과 생명을 짓밟으며 군을 무너뜨리는 행태를 멈춰라. 지금 대한민국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군을 안에서부터 무너트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행태임을 뼈아프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이 병역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2018~2022년 병역의무 기피자 정보공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병역기피자는 총 1397명이었다.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했다가 귀국을 미루고 불법체류한 사례가 698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역 입영 기피자가 466명으로 뒤를 이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자는 126명, 병역판정검사 기피는 107명이었다. 이들 1397명 가운데 병무청의 경고를 받고 뒤늦게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은 20.3%(283명)에 그쳤다.


특히 국외 불법체류자 698명 중에서는 단 1.6%(11명)만 병역을 다했다.

특히 어린 아들을 둔 엄마들이 비상이다. 아들이 3세라는 A씨는 아들의 군 문제 때문에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군대서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지만 군 사망 뉴스를 계속 접하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이민을 선택한 이유에는 좋은 교육환경도 있지만 남자아이를 키우는 처지서 합법적인 군 면제를 받게 하고 싶은 것이 크다. 처음엔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군대서 계속 사람이 죽는데 당연히 보내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군 면제
방법 공유

이어 “이런 말 하면 당연히 욕먹는 거 알지만 한국서 살면 대학교 1~2학년 때 군 입대하는 게 보통인데, 그 전에 선택하겠지만 그 전에 선택할 수 있도록 영주권이라도 따게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영주권자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군 면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영주권자는 한국인이라도병역법 제3조에 따라 ‘대한민국 남성은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률상 영주권을 가져도 병역을 이행할 의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병역법 제60조에 따르면 ‘국외에 체재·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병역판정검사 등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같은 법 70조는 ‘병역의무자로서 25세 이상 병역준비역 등은 국외 여행 시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해외 거주 중인 영주권자들은 37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지만 이를 넘기면 병역의무가 자동 소멸된다. 영주권 으로 군대 연기를 하려면 24세가 되는 해에 국외 여행 기간연장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늦어도 25세가 되는 해의 1월15일까지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한국 체류나 방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시민권을 취득해야 군 면제가 된다.

A씨는 “군대에 다녀와야 철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군대서 과연 좋은 것만 보고 느끼겠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것보다는 나쁜 조직의 습성을 몸에 익히고 폭력에 관대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해외 영주권자인 B씨는 아들이 해외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당연히 B씨 아들도 영주권자인데, 축구 경기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군에 입대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어릴 때 이미 이민 준비”
“차라리 영창 가는 게 낫다”

B씨는 “아들이 신검을 받을 겸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해놓은 상황이었다. 아이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 시합을 나갔다가 부상을 입었다. 아이가 다쳐 마음이 아팠지만, 군대를 면제받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사건 사고를 보면서 더 안심했다”고 전했다.

B씨 아들은 한국서 다리 수술 후 결국 면제를 받았다. 수술받기 전부터 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의사와 많은 상담을 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서 면제받은 것이다. 이렇게 군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들은 입대하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

B씨는 “최근 터진 군 사망사고 뉴스를 보여주면서 군대에 가면 안 된다고 말렸다. 이렇게 면제까지 받게 된 상황에, 군대 가면 안 된다. 남들은 군대에 안 가려고 편법까지 쓰는 상황 아니냐?”며 “군대서 반항하면 영창가지 않느냐? 그나마 영창에 가는 게 낫지, 그러면 개죽음은 안 당하지 않느냐? 국가서 아들 살인을 지켜볼 수는 없다”고 분개했다.

미국 등 출생 국가서 한국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선천적 복수 국적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려면 국적법 제12조에 따라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 이전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C씨 가족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해 국적이탈 시기를 놓쳤다. C씨 아들은 미국서 대학교에 다니는데, 한국 입국 시 군대에 가야 해 입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천적 복수 국적 남성이 국적이탈 시기를 넘겨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 병역의무 해소 2년 이내에 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C씨 아들은 당장은 국적이탈이 불가하고, 한국서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병역 이행을 미뤄야 한다.

“가족들이
모두 말린다”

C씨는 “아들이 군대에 가면 쉽게 해결되지만, 가족들 모두가 말리고 있다. 유학 목적으로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시민권을 취득하면 자연스럽게 병역의무가 상실된다”며 “군대 가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 건강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문제다. 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