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 보내지 않는 엄마들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11 08:47:27
  • 호수 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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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죽음 당할 바엔 한국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비상이다. 끊이지 않는 군 내 사망사고로 ‘어떻게 하면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물론 편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회피해선 안 되겠지만, 일찌감치 해외 이민으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마련해주자는 의도다. 어쨌든 ‘죽을 수도 있는’ 군대에 가는 것보단 낫다는 것이다.

최근 군부대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는 군인 4명이 숨졌다.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 모 공군 부대 간부가 영외 독신자 숙소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날에는 강원도 육군 21사단 위관급 장교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사망했다.

사병에
장교까지

지난달 23일에는 육군 12사단 훈련병 1명이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훈련병 1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훈련병 사망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날 오후 제12보병사단서 훈련병 6명이 ROTC 출신 여군 중대장의 명령으로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뜀걸음,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의 군기훈련을 받았다. 해당 훈련병이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였다.

이때 훈련병 1명이 이상 징후를 보였다.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동료 훈련병이 이를 파악해 간부에게 보고했으나, 간부는 꾀병 취급해 계속 군기훈련을 진행했다.


결국 해당 훈련병은 군기훈련 시작 후 40분 만에 쓰러져 방치되다가 발견돼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이송 후 군의관 지시로 수액을 맞았다. 이후 오후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를 통해 군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인 속초의료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속초의료원 후송 당시 호흡수가 분당 50회에 체온은 40.5도로 고열 상태였다.

나이와 이름을 묻는 질문에도 정상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속초의료원은 해당 훈련병이 지나친 체온 상승과 무리한 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근육 손상으로 횡문근융해증이라고 진단했다. 2~3시간가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훈련병의 몸은 40도 이상 고열이 유지됐고 치료 도중 신부전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속초의료원은 강릉아산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다. 신장 투석이 긴급히 필요해질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고, 영동지방서 신장투석기를 보유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급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훈련병은 의식이 없는 채로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송 이후 근육이 녹아내리는 상황서 신장 투석을 진행했지만, 치료 도중 상태가 나빠진 끝에 패혈성 쇼크로 끝내 사망했다.

군기훈련 받다가 쓰러져서…
일주일 새 군인 4명이나 사망

현행 육군 규정상 완전군장 상태의 군기훈련은 훈련병은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당 1㎞ 이내만 지시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도 훈련병 기준 20회까지 최대 4세트로 맨몸인 상태서만 시킬 수 있다.


반면 숨진 훈련병은 당시 여러번 건강 이상 신호가 있었으며,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동기 훈련병이 해당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현장 간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중대장은 이를 무시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군기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영생활 규정은 군기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실시해야 하고, 시행 전 신체 상태에 대해 문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날의 인제군 기온은 27.4도로 더운 날씨였다. 이날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한 채로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고, 지시에 따라 군장 상태서 뛰다가 쓰러졌다. 군당국은 당시 보행 및 구보의 총거리는 1.5㎞ 정도로 파악했다.

군 관계자는 “통상 20㎏ 이상인 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육군 12사단 훈련병, 32사단 훈련병, 21사단 장교, 공군 초급 간부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서 “일주일 새 4명의 군인이 세상을 떠났다. 군 장병들을 소모품쯤으로 취급하는 윤정부와 정치 군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이은 군인 사망 사태는 대통령 취임 행사에 군인을 동원하는 등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해 온 윤정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수사외압 의혹은 윤정부가 장병들의 인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알게 한다”고 지적했다.

불똥 튄
정치권 

최 대변인은 “철 지난 색깔론을 들이밀며 정권의 이념 전사로 만드는 데만 혈안이었지, 윤정부가 장병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서 지금까지 한 게 무엇이냐? 신원식 전 장관과 같은 막장 인사가 국방부 장관이 되고 정치 군인이 활개치며, 애꿎은 장병들만 억울하게 희생되는 것이 지금의 군의 현실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윤정부는 장병을 도구 취급하고 이들의 인권과 생명을 짓밟으며 군을 무너뜨리는 행태를 멈춰라. 지금 대한민국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군을 안에서부터 무너트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행태임을 뼈아프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이 병역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2018~2022년 병역의무 기피자 정보공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병역기피자는 총 1397명이었다.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했다가 귀국을 미루고 불법체류한 사례가 698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역 입영 기피자가 466명으로 뒤를 이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자는 126명, 병역판정검사 기피는 107명이었다. 이들 1397명 가운데 병무청의 경고를 받고 뒤늦게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은 20.3%(283명)에 그쳤다.


특히 국외 불법체류자 698명 중에서는 단 1.6%(11명)만 병역을 다했다.

특히 어린 아들을 둔 엄마들이 비상이다. 아들이 3세라는 A씨는 아들의 군 문제 때문에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군대서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지만 군 사망 뉴스를 계속 접하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이민을 선택한 이유에는 좋은 교육환경도 있지만 남자아이를 키우는 처지서 합법적인 군 면제를 받게 하고 싶은 것이 크다. 처음엔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군대서 계속 사람이 죽는데 당연히 보내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군 면제
방법 공유

이어 “이런 말 하면 당연히 욕먹는 거 알지만 한국서 살면 대학교 1~2학년 때 군 입대하는 게 보통인데, 그 전에 선택하겠지만 그 전에 선택할 수 있도록 영주권이라도 따게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영주권자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군 면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영주권자는 한국인이라도병역법 제3조에 따라 ‘대한민국 남성은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률상 영주권을 가져도 병역을 이행할 의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병역법 제60조에 따르면 ‘국외에 체재·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병역판정검사 등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같은 법 70조는 ‘병역의무자로서 25세 이상 병역준비역 등은 국외 여행 시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해외 거주 중인 영주권자들은 37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지만 이를 넘기면 병역의무가 자동 소멸된다. 영주권 으로 군대 연기를 하려면 24세가 되는 해에 국외 여행 기간연장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늦어도 25세가 되는 해의 1월15일까지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한국 체류나 방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시민권을 취득해야 군 면제가 된다.

A씨는 “군대에 다녀와야 철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군대서 과연 좋은 것만 보고 느끼겠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것보다는 나쁜 조직의 습성을 몸에 익히고 폭력에 관대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해외 영주권자인 B씨는 아들이 해외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당연히 B씨 아들도 영주권자인데, 축구 경기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군에 입대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어릴 때 이미 이민 준비”
“차라리 영창 가는 게 낫다”

B씨는 “아들이 신검을 받을 겸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해놓은 상황이었다. 아이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 시합을 나갔다가 부상을 입었다. 아이가 다쳐 마음이 아팠지만, 군대를 면제받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사건 사고를 보면서 더 안심했다”고 전했다.

B씨 아들은 한국서 다리 수술 후 결국 면제를 받았다. 수술받기 전부터 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의사와 많은 상담을 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서 면제받은 것이다. 이렇게 군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들은 입대하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

B씨는 “최근 터진 군 사망사고 뉴스를 보여주면서 군대에 가면 안 된다고 말렸다. 이렇게 면제까지 받게 된 상황에, 군대 가면 안 된다. 남들은 군대에 안 가려고 편법까지 쓰는 상황 아니냐?”며 “군대서 반항하면 영창가지 않느냐? 그나마 영창에 가는 게 낫지, 그러면 개죽음은 안 당하지 않느냐? 국가서 아들 살인을 지켜볼 수는 없다”고 분개했다.

미국 등 출생 국가서 한국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선천적 복수 국적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려면 국적법 제12조에 따라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 이전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C씨 가족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해 국적이탈 시기를 놓쳤다. C씨 아들은 미국서 대학교에 다니는데, 한국 입국 시 군대에 가야 해 입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천적 복수 국적 남성이 국적이탈 시기를 넘겨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 병역의무 해소 2년 이내에 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C씨 아들은 당장은 국적이탈이 불가하고, 한국서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병역 이행을 미뤄야 한다.

“가족들이
모두 말린다”

C씨는 “아들이 군대에 가면 쉽게 해결되지만, 가족들 모두가 말리고 있다. 유학 목적으로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시민권을 취득하면 자연스럽게 병역의무가 상실된다”며 “군대 가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 건강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문제다. 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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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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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