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이 범죄학에서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왜 교도소에는 가난한 사람으로 가득 채워졌는가” “형사사법제도는 약탈적인 기업 관행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지 않은 채 광범위한 해악을 야기하는 부유층을 처벌하지 않는가” 등에 대한 물음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사법제도가 상식 밖에서 작동한다고 여기는 몇몇 사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서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교도소로 간다(The Poor get Prison, the Rich get Richer)”는 말이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과 범죄와의 실제 전쟁의 통념(The Real War on Crime and the Tough on Crime Myth)’에 대한 하나의 해독제기도 하다. 즉, 형사사법제도서 작용하는 계측 편견을 보기 어렵게 하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모든 범죄가 동등하게 처벌되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사법제도가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는 하류 계층이 다수를 점하는 ‘전통적 범죄’와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거나 더 큰 사적 이익을 추구하다 훨씬 큰 손실을 가하는 ‘기업 범죄(Corporate Crime)’를 왜 동등한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느냐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는 대체로 형사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민사나 행정범으로 다뤄지고, 형사적으로 처리되더라도 그 처벌이 경미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부자나 가난한 사람 중 체포되고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건 정부나 다른 권력 기관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을 기회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사법제도 체계서 범죄 발생 시 범죄자가 부자 또는 가난한 사람이냐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체로 가난한 사람이 범하는 것으로 알려진 폭력·강도·절도 등 재산 범죄를 더 강하게 처벌함으로써 가난한 사람을 더 폭력적으로 보이도록 현행 형사사법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도 가난한 사람을 범죄적·폭력적인 것처럼 묘사한다.
이런 과정을 “피로스의 승리(Pyrric victory) 또는 끔찍한 승리”보다는 “피로스의 패배(Pyrric defeat) 또는 끔찍한 패배”,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기는 승리보다는 계속 패배하지만 실제로는 승리하는 충분한 이익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형사사법제도가 지속적으로 실패함으로써 그만큼 성공에 이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범행의 규정과 양형 정책은 범죄를 줄이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범죄가 주로 가난한 사람의 위협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게 된다. 궁극적으론 부자와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이익에 봉사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형사사법제도가 화이트칼라 범죄자에게 더 관대하고, 부유한 범법자가 가난한 사람과 같은 범행을 저질러도 가난한 사람에 비해 실형을 선고받을 개연성이 더 낮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