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갤러리서 권현빈의 개인전 ‘We Go’를 준비했다. 권현빈은 조각의 언어로 물질의 숨겨진 시간과 장면을 발굴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서 신작 조각 9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현빈의 개인전 ‘We Go’는 이미 멈춘 듯 보이는 대상의 움직임을 상상한다. 이때 우리(We)는 조각을 둘러싼 여러 주체를 포함하며 움직임(Go)은 조각이 담보하는 여러 종류의 운동성을 뜻한다.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시간 이동과 거리 조정이 필요하다.
관람객이
권현빈은 자신의 조각이 물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안내한 길을 좇아 함께한 시간의 흔적이라 여겼다. 그는 주재료인 돌의 누수 지점을 찾는다. 오랜 시간 바라보다가 돌의 틈새를 찾아 쪼개고 두드리고 파내거나 붙여본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 듯한 선과 면, 그리고 색은 이 행위의 궤적에 가깝다. 작가에게 시간의 적층이 뒤엉킨 돌에 조각적 행위를 가한다는 것은 완결로 도달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작아지며 틈새를 통해 나아가는 상태를 예고한다.
여기서 의문점은 거의 영원의 시간이 응축된 듯한 돌의 시간을 가늠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여부다. 권현빈에 의해 돌은 잠시 움직임을 멈춘 듯 익명의 형상을 갖게 됐다. 쪼개진 파편은 커다랗던 전체를 상상하게 하고 그어진 선은 어딘가에 맞닿을 모서리를 떠오르게 한다.
채워 넣은 검은색 잉크는 모든 색과 빛을 흡수한 듯한 깊은 어둠을 낳는다.
신작 조각 90여점
추상화로도 보여
하지만 돌은 정박한 상태를 경계하듯 더 깊은 내부로 침투하던 색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더 작은 면면으로 부서지기도 한다. 자연의 일부로서 자신의 시간이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감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돌이 전시장에 놓이면 조각을 감상하는 이들로 주체가 확장된다. 회화를 감상하는 행위가 주어진 단면을 보고 이른바 환영을 상상하는 일에 가까운 것이라면 조각은 한 면에서 출발해 그것에 연결된 여러 면을 이어붙여 하나의 형상을 조립하는 일과 같다.
관람객은 직접 몸을 움직여야 조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필연적으로 운동성을 수반하는 셈이다.
실제 전시장 벽에 걸린 권현빈의 납작한 조각은 언뜻 보면 변형 캔버스에 그린 추상화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그 두께가 얼마만큼 입체적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조각이 커다란 전체서 쪼개져 나온 부분이라는 점이다. 전시장 벽을 따라 길게 나열된 부분의 행진은 하나의 조각 혹은 하나의 시간이 n개의 면으로 펼쳐진 전개도처럼 보인다.
주체로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서 관람객에게 주어진 몫은 전개도를 다시 조립해 그 형상과 시간을 추적하는 일”이라며 “이 시간을 잇기 위해 관람객은 전시장 가운데 서서 주위를 둘러싼 조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보거나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에 새겨진 희미한 흔적을 더듬으며 완결되지 않은 어떤 이야기를 상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든 이의 움직임과 보는 이의 움직임이 교차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조각적 상태는 비로소 분산된 주어를 그러 모으며 서로의 시공간을 이을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2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권현빈은?]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석사(201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2015)
▲개인전
‘HOURGLASS’ 기체(2021)
‘Ongoing track : 미래와 모양’ 모노하(2020)
‘피스 PIECE’ 에이라운지(2019)
‘편안한 세상 속에서’ 레인보우큐브(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