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뻥’ 뚫는 디도스 공포

마음만 먹으면 ‘방송 오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인터넷 방송인들이 난무하는 디도스 공격을 그만둬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게임업계와 플랫폼업계도 법적 대응과 지원책을 준비 중이지만 큰 효과는 없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원책 역시 개인 인터넷 방송인이 사용하기 힘들어 제대로 된 지원책이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공격자를 특정하기만 하면, 법적 처벌부터 수억원대의 합의금까지 받아낼 수 있어 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도스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게임사와 플랫폼사들은 강력 대응을 시사했지만 아직도 공격범을 특정하거나 문제 원인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게임사와 플랫폼사들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인을 향한 디도스 공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사이버 테러

일부 방송서만 진행되던 디도스 공격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주된 공격 대상은 프로게이머 출신이나 인기 인터넷 방송인들이다. 디도스 공격은 특정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를 대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발생시켜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서비스 거부 공격이다.

‘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attack’의 앞 글자만 따서 디도스 공격이라고 불린다.

서비스 거부 공격들 중에서는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며, ‘사이버 테러’로 애용되는 공격 방식이지만 의외로 확실하게 막을 방안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인터넷 방송인들이 공통으로 겪은 현상은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다. 해당 인터넷 장애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게임서 튕기거나(게임이 강제 종료되거나)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튕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으며 방송 송출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이 겪은 디도스 공격의 원인으로는 IP 유출이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IP를 알아내면 특정 네트워크 대역폭을 타깃으로 디도스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IP주소가 유출이 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음성 채팅에 주로 사용되는 디스코드나 특정 게임 클라이언트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을 받은 인터넷 방송인들 중 디스코드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정확한 원인으로 볼 수 없다.

가장 자주 디도스 공격을 받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이다. 작년 12월부터 롤 개인 방송인은 물론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디도스 공격이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됐다. 

게임·플랫폼 속수무책 무방비
공격범 특정? 원인도 파악 못해  

중계방송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의 ‘울프(전 롤 프로게이머)’와 아프리카TV의 김민교(롤 전문 인터넷 방송인)는 중계 때마다 방송과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사고를 겪었다. ‘페이커’나 ‘쇼메이커’ 등 대표 프로게이머들 역시 개인 방송 진행 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는 2군 공식 대회인 2024 LCK 챌린저스 리그(LCK Challengers League)도 디도스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경기서 갑자기 클라이언트 오류가 발생하며 경기가 1시간20분 넘게 지연된 바 있다. 롤의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는 클라이언트 오류 때문이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디도스 공격으로 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런 공식 대회에서는 대회 전용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사용하는데 1시간20분이 넘게 클라이언트 문제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전 경기들에서는 문제가 없다가 관심을 많이 받는 경기를 진행하자 게임 진행이 안 된 것부터가 의도적인 디도스 공격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라이엇게임즈는 회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는 최초 발생 시점부터 해당 이슈를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 보안 업데이트 방안 등을 담은 대응책을 준비해 왔으며 원천 차단을 위해 공격자와 그가 쓰는 프로그램을 찾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디도스 공격 툴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커뮤니티에 대한 정보 파악에도 나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공격 발생 직후부터 해결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임시방편이 아닌 문제의 근원을 찾기 위한 추적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롤 이외의 다른 게임들도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이하 로아)’는 지난달 31일 새로운 엔드 콘텐츠 ‘카제로스 레이드 : 에키드나’를 업데이트했다. 로아를 하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들이 다들 퍼스트 클리어를 목표로 둔 만큼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늘어
“수억 합의금 청구 가능”

하지만 레이드 오픈에 발맞춰 관련 공격대에 참여 중인 스트리머만 집중적으로 디도스가 몰아닥치며 이른바 오픈런의 의미는 퇴색됐다.

특히 이전의 엔드 콘텐츠를 처음으로 클리어했던 인터넷 방송인 공격대인 로아사랑단의 김뚜띠라는 스트리머는 디도스 공격으로 새벽에 방송을 13회나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디도스 테러에 직접적 피해를 입는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대처에 나섰다. 아프리카TV는 내부 기술진을 통해 방어 대책을 구축하고 있으며 회사 법무팀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법적 대응에 나섰다. 치지직을 운영하는 네이버 역시 대응 방안 구축 단계에 들어섰다는 말이 업계서 나온다.

다만 게임사나 플랫폼사에서 사용하는 디도스 방어 시스템은 기업용이라 개인 인터넷 방송인이 사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영리적 방송 플랫폼 및 콘텐츠에 의도적 과부하 테러 행위는 중형에 처해질 뿐 아니라 민사에서도 큰 배상을 할 수 있다”면서 “부디 큰 대가를 치르기 전에 스스로 깨닫고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디도스 테러는 법적으로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71조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격자가 특정된 후 인터넷 방송인들과 플랫폼, 게임사 모두가 피해보상 민사소송을 진행한다면 합의금 액수도 수억원대로 예상된다.

김휘강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게임은 네트워크 딜레이에 승패가 갈리는 등 디도스 공격에 매우 취약한 업계”라며 “만약 디도스를 통한 승부조작까지 이뤄졌다면 민사소송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응책 없다?

한 변호사도 “디도스 공격은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며 “디도스 공격이 적발이 어렵지만 공격자가 특정만 된다면 형사소송서 최소 1500만원서 최대 5000만원의 추징과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민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한편 디도스와 관련된 판례도 이미 있다. 지난 2019년 공기업 인터넷과 PC방 여러 곳을 디도스 공격한 20대 개인이 검거됐으며, 2017년과 지난해에도 좀비PC를 확보하고 디도스 테러를 운영한 조직이 집단 검거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형사 처벌과 피해액 추징을 선고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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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