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후임 박성재 ‘급호출’ 내막

사실상 용산 구원투수
대통령실 핫라인 발동?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지명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 갈등 국면서의 갑작스러운 발탁이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4월 총선까지 법무부 차관의 장관 대행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정권을 향한 수사 통제 강화와 제2의 ‘사정기관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에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10기수 선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박 전 고검장의 등장으로 검찰 권력이 과천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정부를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이 그만큼 무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 장관
한쪽 칼날만?

박 전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17기 트로이카(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경수 전 고검장, 홍만표 전 검사장)’에 가리기는 했지만 ‘특수통’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2015년 대구고검장일 때, 2017년 서울고검장일 때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원칙에 따라 조직을 장악해 강단 있게 업무를 추진해왔다고 평가받는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 때인 1994~1996년 대구지검서 같이 검사 생활을 했고, 윤 대통령이 2014~2015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이때 박 전 고검장이 윤 대통령을 아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검찰 내부에선 4월 총선까지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장관 대행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법무부 장관 자리를 한 달째 공석으로 둔 상태서 법무부 차관부터 교체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청문회 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고검장의 갑작스러운 발탁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법무부의 색채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직 장악력이 강한 박 전 고검장을 중심으로 ‘이원석 검찰 체제’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검찰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만으로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선배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원석 체제 검찰 안정 원칙주의자
정권에 충성? “무리한 수사 안 해”

박 전 고검장은 후배인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2017년 7월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자리서 물러났다. 검찰은 새 총장이 임명되면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와 동기들이 대부분 사직하는 관행이 있다.

그는 당시 내부망을 통해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글을 작성했다. 박 전 고검장은 “2007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마치고 지방 지청장으로 떠나면서 작성해 둔 사직서를 오늘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고검장은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보듯이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검사라는 이유로 몰아내는 인사를 했으나 그들이 어떤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한 것이 부적절했는지 사유가 불분명해 언론에서는 이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줄세우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여러 제도개선안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검찰의 문제가 한두 개의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므로 심사숙고해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고검장은 “검찰은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인권옹호기관’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으로 ‘거악척결’이라는 1차 수사기관적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검찰권이 운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 점이 검찰제도가 도입된 근본적인 취지와 배치되면서 여러 가지 비난 대상이 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한
원칙맨

박 전 고검장이 검찰 내부 안정화에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검찰의 재벌과 제 식구 감싸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가 일선 부장검사 시절 수사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6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이었던 그는 삼성그룹 관련 4개 사건을 한꺼번에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소환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을 기소한 것은 1년 뒤 출범한 삼성 특검이었다.

박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정권의 의중이 실린 포스코 비리와 자원외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강조하면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 투자”와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비리”를 언급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총리의 담화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자원외교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수사는 검찰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상득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7개월의 수사 성과로 보기엔 초라했다고 평가받았다. 자원외교 수사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건희·윤석열정부 향한
권력형 사건 사장 가능성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박 전 고검장은 검사 시절부터 윗사람과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다. 원칙주의자지만 정치적 논란을 의식하고 강단 있게 성역까지 후벼 파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고검장은 검찰이 홍 전 검사장의 법조 로비 의혹을 수사했을 때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였다. 중앙지검 특수1부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청탁 자금으로 3억원을 받은 홍 전 검사장과 만나거나, 정 전 대표의 브로커와 전화 상담을 한 사실이 확인된 고위직 검사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홍 전 검사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두 차례 만나고, 최소 여섯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홍 전 검사장이 최 차장을 만난 시점은 정 전 대표로부터 ‘최 전 차장과 박 전 고검장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직후였다.


부적절한 만남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데도 검찰은 최 차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최 차장이 정 전 대표를 엄정하게 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했으나, 그 증거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정 전 대표가 회삿돈으로 도박을 했는데도 도박죄보다 형량이 센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재벌
봐주기 논란

검찰은 최 차장의 직속상관이던 박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아예 서면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홍 전 검사장이 박 전 고검장을 찾아가거나 통화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고검장이 조직 안정화에는 뛰어난 사람이지만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것과 엄정한 수사를 해왔다는 평가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전 고검장은 정권에 부담가거나 무리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반대로 정권과 평행선을 달리는 기업과 인사들에 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총리였을 때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검찰 수사는 특정 라인을 압박하기 위한 수사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민영진 전 KT&G 사장 등 MB(이명박 전 대통령)맨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서도 중앙대 비리 사건을 다루면서 MB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일부 사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으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던 건 사실이다.

이 같은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의 기획자로는 박 전 고검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박 전 고검장이 우 전 수석과 청와대서 미팅한 사실이 있다”며 “둘의 미팅 직후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중이 실린 검찰 수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검찰 안팎서 나오는 이유다.

우병우와 기획 사정 주도
총선 직전 피바람 부나

4월 총선까지 검찰의 칼끝은 결국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거세다. 과거처럼 검찰발 사정 정국이 강화되면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권을 타깃으로 한 검찰의 표적 수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유죄판결(정치자금법 위반)과 민주당 출신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기소(위증 혐의) 건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현재 검찰이 사실상 묵혀두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통제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김 여사를 1년 넘게 소환조사하지 않고 결론조차 내지 않았다. 재판부가 주가조작 일당이 김 여사의 계좌를 불법 시세조종에 이용한 사실을 인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의 성역화가 공고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사실상 ‘김건희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비판이 상당했던 법무부의 보도자료 때문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야당 단독으로 강행한 위헌적인 특검 법안 2건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6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이 김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인 12∼13년 전 일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소관부처로서 정부 이송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법제업무 운영 규정에 따라 입장문을 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엄연히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김건희 수사
도로 넣을까

법무부는 또 보도자료서 여당의 특별검사 추천권을 배제한 특검법 조항에 대해 “최소한의 중립성은커녕 편향적인 특별검사가 임명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2016년 국정 농단 특검법에도 있던 조항이다. 특히 2019년 2월 헌법재판소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이해충돌 상황이 야기되면 특별검사 제도의 도입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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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