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서울경찰청장 불기소 시나리오

외부 전문가들은 책임 있다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00일이 돼간다. 고위 공무원 및 윗선에 관한 수사기관의 진상규명 의지는 증발했다. 그나마 경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관측만 1년을 넘겼다. 결국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면서 김 청장의 무혐의 가능성만 커졌다.

10·29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윗선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만 검찰에 송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청장을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차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기로에서…
관측만 1년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수사 당시 형사법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김 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지난해 1월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위원회, 서울경찰청 등 5개 기관 책임자에 관한 혐의 판단을 구했다.

해경 지휘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세월호 참사 판례나 경찰서장이 불기소된 일본 아카시시 압사 사고 등 상급자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국내외 판례가 있으니 김 청장 등의 경우는 어떤지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것이다.

특수본은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장, 서울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 5개 기관 책임자에 대한 수사 결과 보고서 초안을 전문가들에게 송부한 뒤 의견을 받았다. 전문가 5명 중 4명은 김 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과에 동의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에 대해선 불송치 내지 입건 전 조사 종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수본 수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밝힌 A 자문위원은 의견서에서 김 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진다’고 봤다. A 위원은 김 청장이 참사 보름 전인 10월14일부터 27일 사이 정보분석과·112치안종합상황실 등으로부터 핼러윈 데이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고, 참사 당일에도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A 위원은 “사상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저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청장은 인파 관리에 효율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찰관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인명사고의 예방 및 대책을 수립·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이태원 사고 피해자나 사고 발생 장소의 상인 등의 과실이 인명사고의 공동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서울청장 등의 형사책임이 부정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고 발생 500일…윗선 책임자 처벌 ‘0명’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 의견 충돌 이유는?

자문위원 B씨는 의견서에서 “예년의 경우 관례적으로 기동대가 투입되어 인파 관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만 예외적으로 기동대가 투입되지 않은 데는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경찰 지휘부 혹은 외부서 기동대 투입을 막은 존재는 사고 발생에 공동정범의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청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에 회부했다.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직권으로 15일 김 서울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수심위를 개최한다.


김 청장이 수심위에 회부된 것을 두고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 간 갈등이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바뀐 서부지검 현 수사팀은 세월호 참사 사건서 해경 지휘부 전원이 무죄를 받은 점,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건 항소심서 공무원들이 무죄 혹은 감형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들어 김 청장을 불기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김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의 공소장에 ‘참사 전 김 서울청장에게 인파 집중 위험성이 보고됐으며, 김 청장이 이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기소 의견
책임 명확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한 판례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유죄를 확정받았던 게 대표적이다. 구 전 서울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법원은 “이 사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서부지검 전·현 수사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으나 이 총장이 직권으로 김 청장을 수심위에 넘긴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 내부서도 면죄부를 던져준 것이라는 불만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수사 지휘부서 김 청장을 재판에 넘길 의지가 있었으면 굳이 수심위를 열 필요가 없었다”며 “여러 판례가 존재함에 따라 기소 후 무죄 가능성 등 정치적 이유와 역풍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도 “전 수사팀 관계자들이 정말 열심히 수사해왔다. 유족분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애썼지만 대검서 김 청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분위기였던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청장의 불기소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태원 참사 재판서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 입증과 인과관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이 길어지고 있다. 김 청장이 기소된다고 해도 같은 혐의를 받는 만큼 재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상
면죄부?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 정보외사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련자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 재판 등 4가지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직위 해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인파 운집이 예측된다는 보고 및 참사 당일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를 받는다.


또 이 전 서장과 그 관계자들은 참사 현장 도착 및 경찰 구조활동 내역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 및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도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무전 내용만으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거나 허위 기재 지시 및 작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밀집 위험을 예측한 정보보고서 등을 참사 직후 폐기하려 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 정보외사부장 등 3명 역시 혐의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폐기 절차가 규정에 따른 올바른 직무수행이었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은 기자 브리핑서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 7건 중 4건이 삭제됐고, 핼러윈 행사 관련 정보보고서가 다수 제작됐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총장 직권으로 수심위 회부
김광호 무혐의 가능성 커져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 등 관계자 4명에 대한 재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가 예측 불가능한 행사였으며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 책임 또한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청 실무자들도 책임을 경찰 측에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 인사위원회 측에선 이들에 대해 공무원직무상 의무 위반 등에 따라 징계 절차를 의논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들 공판이 동일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선고기일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박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공판의 경우 이달 안으로 1심 선고를 예고한 상황이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은 지난해 말까지 현 수사팀에 “김 청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임재 전 서장의 혐의와 김 청장의 혐의가 비슷한 게 아니라 같다. 이 전 서장을 넘겼는데 김 청장을 못 넘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향후 책임과 혐의 인정은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정치적 이유를 왜 고려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전 서장의 재판서 검찰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고 발생까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인식 없는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 과실범으로 기소한 것이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고의범으로 기소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서부지검 전 수사팀에 따르면 김 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전달받았다. 이 전 서장 혐의의 핵심이 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치 대처하지 않았다’는 논리와 일치한다.

서부지검 초기 수사팀도 김 청장의 혐의를 인정했고, ‘구속 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냈었다.

검찰 내부
갈등 표출?

기소를 뒷받침하는 판례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검찰은 이 전 서장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제조·판매사 대표)이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를 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몰랐으니 업무상과실치사상이지)그 자료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고의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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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