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9 14:05:46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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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없고 산타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애인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성탄절 캐롤의 일부다. 아이들은 성탄절만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린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성탄절에 선물이 아닌 비극을 맞는다.

산타클로스는 성탄절이 되면 아이들이 머리맡에 둔 양말 속에 선물을 준다. 미신이나 속설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성탄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이들이 잠들면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어줘 동심을 지킨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성탄절에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비극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성탄절도 산타클로스도 알지 못할뿐더러, 알더라도 행복한 날이 될 수가 없었다.

선물 아닌 
비극 맞아

성탄절에도 방치돼 결국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기가 있다. 아기 엄마는 남편이 가출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운 20대 여성이다. 처음부터 아기를 방치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아이를 방치한 것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다.

잦은 외박 등으로 60차례(544시간)나 혼자 방치된 아기는 고작 2살의 나이에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결국 엄마는 아동학대살해와 상습아동유기·방임의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엄마는 2021년 5월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잦은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이듬해 1월, 집을 나가면서 당시 생후 9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웠다. 처음에 그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잠깐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는 정도의 외출만 했다.

그러나 이런 시간도 잠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을 두고 혼자 외출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 외박할 때에는 오후 10시 무렵 PC방에 갔다가 다음날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PC방 방문 횟수도 한 달에 1~2차례서 5차례, 8차례로 점차 늘었다. 그때마다 이제 갓돌이 지난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다른 가족에게 아들을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상습 외출·외박으로 이어졌다. 아들을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남자친구와 강원도 속초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닷새 뒤에도 27시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외박 후 집에 2시간쯤 머물다 다시 나가 또 외박한 날도 있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이나 친구에게 아들을 부탁하지 않았다.

아기는 성탄절 날에도 오후 8시부터 17시간 넘게 혼자 집에 방치됐다. 새해 첫날에도 엄마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2살 아기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1월부터 1년간 아기가 집에 혼자 방치된 횟수는 60차례로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아기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지 못해 영양결핍으로 성장도 느렸다.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2살 아기 544시간 방치한 비정한 엄마
학대 후 사망하자 성탄절 암매장하기도

엄마는 계속해서 아들만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사흘 뒤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아기는 혼자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다.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고, 결국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기 엄마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아기 엄마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갔다. 술을 마시게 돼 귀가하지 못했는데 아이가 숨질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구속 기소된 이후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친모가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성탄절 이브날 암매장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 한씨는 자신의 딸을 상습 구타하고 물고문 등의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한씨는 부부싸움과 가정의 불행이 딸의 탓이라는 편집증에 사로잡혀 딸을 학대했다. 계부도 의붓딸을 미워했지만 한씨의 학대에 놀랄 정도였다.

한씨는 딸이 있는 사실을 숨긴 채 한 남성(계부)과 만나 동거했다. 한씨는 계부의 아이를 가졌고 그해 보육원에 있던 친딸을 데려왔다. 부모의 보살핌은 없었지만 보육원서 잘 지내던 한씨의 친딸은 그때부터 한씨에게 미움을 받기 시작했고 나중엔 원수 대접을 받았다.

한씨는 딸이 집에 온 뒤 계부와의 갈등과 불화가 잦아져 불행해졌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친딸을 점점 더 구박했고 가혹행위 정도도 심해졌다. 

그로 인해 한씨 친딸은 집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숨졌고, 사망 직전에는 타박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은 이 사실을 진료기록를 통해 확인했다.

계부는 “아내가 아이를 자꾸 미워했다. 꼭 베란다서 벌을 세우고 밥을 굶기거나 구타하곤 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씨도 자신이 남긴 메모에 비슷한 내용을 적어놨다.

탈수와
영양결핍


한씨는 친딸이 숨진 뒤 ‘아이가 죽고 난 뒤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는 메모까지 남겼다. 한씨는 딸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며 욕조에 아이의 머리를 3~4차례 담그는 등 가혹행위 끝에 숨지게 했다.

계부는 한씨가 딸이 숨진 사실에 대해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자 친딸을 베란다에 나흘간 방치했다가 성탄절 이브날 경기도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한 초등학생 형제는 계모의 상습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성탄절 이브에 집을 나가기도 했다. 검찰은 계모와 이를 묵인·동조한 친부를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나영)는 지난 5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계모 A씨와 친부 B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도 주거지서 초등학생 형제 C·D군을 쇠자 등으로 때리고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며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정서학대 및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첫째인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리는가 하면, 술에 취해 D군을 침대에 눕히고 코피가 나도록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9차례에 걸쳐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자녀들을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성탄절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더는 키우기 힘들다”며 C·D군을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쫓겨난 형제는 친척에게 연락했고, 친척이 112에 신고하면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형제가 다니던 학교 교사도 형제들이 다른 학생보다 급식을 많이 먹는 모습, 몸에 멍이 들어 등교하는 모습 등을 발견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형제는 친척이 보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A·B씨를 송치받은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심각하다 판단해 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학대한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피해 아동들에 대해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하는 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고문도

성탄절에 초등학생을 불러내 성폭행한 20대가 항소심서 감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승태)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강원도의 한 스키장 인근서 스키 강사였던 E씨는 성탄절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불러낸 뒤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매매를 권유해 이를 거부하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E씨는 “한 달에 나와 3번만 놀아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도 모자라 ‘조건 만남에 수락한다’는 내용을 여학생으로부터 녹음하려고 했으나, 여학생이 이를 모두 거부하자 강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씨는 경찰 수사 당시엔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 과정서 인정했다. 스키 대여점서 아르바이트 중인 중·고등학생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휴대전화 사진을 본 뒤 여학생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학생들은 지목된 여학생이 초등학생이라며 만류했지만 E씨는 “상관없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출석한 여학생은 “크리스마스 당일 집에 있는데 아는 중학생 오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스키 강사 E씨가 ‘파티를 하는데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고 30분 뒤 차를 끌고 집으로 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스키 강사 차를 탔는데 동네 중고생 오빠 2명이 있었다. 잠시 뒤 이들은 함께 가지 않고 내렸고, E씨는 편의점서 맥주와 담배를 산 뒤 무인 모텔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에 따르면, 당시 그는 무인 모텔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고, 올라가 보니 방이 있었다. E씨가 맥주를 마시라고 권하면서 조건만남(성매매)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싫다. 집에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반항하면 때린다”는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

성인 남성 집서 얹혀사는 가출 청소년
“왜 집 나왔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1심 재판부는 “크리스마스에 외롭다는 이유로 12세의 어린 피해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피해자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E씨는 형량이 무겁고 사실 오인이 있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결심공판서 E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고, 검찰은 E씨에게 원심에 2년을 추가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성탄절에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가출한 경우도 있다. 서울서 지내는 가출 청소년 F군은 연말이 달갑지 않았다. 애초에 가출한 것도 성탄절 전이었는데, 친구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에 계속 가출로 이어지고 있다.

가출 친구들 중에는 그와 같은 사연이 다수였다. F군은 “놀고 싶어서 가출했다가 집에 못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고 했다.

F군을 포함한 아이들은 아지트를 만들어 쉬거나, 친구 집에서 부모가 돌아오기 전까지 쉬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성을 팔아 잠 잘 곳을 마련하기도 했다.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선 아지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 사장은 배달 주문이 많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출 청소년들은 실제로 음식점 사장에게 “잘 곳이 없을 때 가게서 자도 되냐”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특히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이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성 청소년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목(미성년 여성이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길에서 
보낸다

연말을 길에서 보내는 가출 청소년은 공통점이 있다. 재혼 가정이거나 여러 사정으로 친척집에 얹혀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청소년은 “새엄마는 온갖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다. 그 사이서 어물쩍거리는 아버지도 싫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로 친척집에 산다는 한 청소년은 “이모부도, 사촌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내가 있으면 모두 불편해진다. 친구와 있는 게 더 편하고, 그건 아마 친척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은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 우선 접촉을 늘리는 게 우선이고 ‘왜 집을 나왔는지’부터 궁금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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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