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한 요소수 대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11 15:25:44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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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내 요소수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일부 판매 사이트에선 품절현상마저 빚어졌다.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 9월 초 중국이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중국 내 비료 가격 안정 때문이란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문제없다”며 여론 진화에 급급했다. 

지난 5일 오전 롯데정밀화학이 판매하는 요소수인 ‘유록스’가 품절됐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이 상품은 현재 구매하실 수 없는 상품”이라는 공지가 떴다. 재입고 시 구매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수급 
급 빨간불

앞서 9월에도 요소수 품절이 예고되면서 개인당 1개로 구입을 제한했던 바 있다. 이후 품절 사태가 재발생한 것이다.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회사의 국내 차량용 요소수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금성이앤씨는 도매로 요소수를 취급한다.

지난 5일 기준, 쿠팡 등 온라인 사이트서 유룩스가 공식 홈페이지보다 1만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인 홈플러스 등은 품절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주문이 밀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라며 “다음 해 3월까지 재고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중국의 규제 지속 시 방안에 대해선 “중동 쪽 수입 물량으로 중국 수입 물량을 대체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보다 낙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요소 및 요소수의 국내 재고와 베트남·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 예정분을 합치면 대략 3개월 분량의 재고가 확보된 상황이다. 2년 전 최대 6주 정도 물량밖에 비축하지 못한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차량용 요소 재고 현황, 우리 기업의 중국 통관 애로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공공비축(조달청)을 확대하고 업계는 대체 수입국가와 추가 물량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동남아·중동 등으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차량용 요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협력해 수입 대체품의 신속한 품질검사를 지원하고, 관세청은 수입 요소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강종석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비료용 요소의 경우에는 최근에 수입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가격도 하향 안정화 추세로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3개월 전부터 예고했는데…
2021년 대혼란 되풀이 우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도 “2년 전과는 달리 중국의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고 재고와 대체 수입선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외에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전망이다. 앞서 9월 초 중국 최대 화학비료 수출입 업체인 중눙그룹은 자국 내 비료 공급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요소 선물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다. 

일각에선 가격 급등 원인에 관해 가을철 파종에 맞춰 대두와 옥수수 등 작물에 쓰는 비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소는 경유차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이는 요소수 뿐 아니라, 농업용 질산질 비료(요소비료)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특히 요소가 비료의 주원료인 만큼, 중국의 농민들이 안정적 공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8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당시 국내 차량용 요소수 1위 기업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 역시 “아직 중국 업체들로부터 요소 수출 중단 등의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며 “이후 계약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요소 업계가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곳곳서 감지됐다. 지난 9월 초, 중국 경제 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요소 수출 검사 정책이 엄격해졌고, 수출 통제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톈진항, 연운항에서는 (요소 수출 관련)검사가 중단된다는 구두 통지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예견된 사태
뒤늦은 대처

중국이 요소 확보에 나선 이유는 대량 수출로 인한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함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요소를 적극 수출해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총 133만톤(t)의 요소를 수출했다. 특히 7월에만 약 32만t을 수출했는데, 지난해 동월보다 114.7%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비료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요소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중국 원자재 가격정보기관인 줘촹쯔쉰에 따르면, 7~8월 중국 요수 생산 기업의 주간 평균 재고는 20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7% 감소했다.

물량 부족에 중국 요소 선물 가격이 오르자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해외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요소 생산 기업 입장에선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부터 예견된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는 실현됐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해관총서가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등 국내 차량용 요소수 제조업체들의 중국산 요소 수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수출 심사를 마치고 선적 단계서 통관이 보류된 사실이 알려지자 ‘제2의 요소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당국의 요소 물량 통제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불안감에 따른 사재기 현상은 결국 일부 판매업자의 이익만 불려줄 뿐 일반 구매자나 화물업계 종사자에게는 되레 피해만 가중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유소마다 1인당 판매량에 자체적으로 제한을 걸고 있는 조치도 품귀현상을 저지하고 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사재기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차량 1대당 요소수 3통 이상은 못 팔게끔 하고 있다”며 “많이 사가려고 해도 딱 3통까지만 판다”고 밝혔다.


품귀현상
사재기도

온라인서 요소수는 평소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경향은 있지만, 일부 판매처를 제외하곤 품절현상이 회복되는 추세다. 오프라인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판매량에 제한을 둔 곳도 적지 않다. 

사재기를 경계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품귀 효과를 기대해 판매를 일시 중지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상들의 이기심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화물업계 종사자들 사이서 먼저 꿈틀거리고 있다.

화물업계 종사자 약 11만명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는 “요소수 사재기는 일부 판매 업자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가격 인상이나 품절 사태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공지했다. 

발 벗고 나선 소비자들은 사재기 현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중국 당국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한해 수출 물량 역시 크게 줄일 거란 보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차량·산업용 요소의 91%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1~7월 한국은 중국산 요소 19만6000t을 수입하면서 전 세계서 2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1위는 총 22만6000t을 수입한 인도였다. 한국의 공업용, 차량용 요소의 중국산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급망 다변화로 예방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한국의 요소수 관련 중국 의존도는 2년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수입 세계 2위
수입망 다변화 실패

2021년 71%서 2022년 67%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1%로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요소수 의존도가 급등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으로 해석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요소라는 것이 생산하기도 쉽고 부가가치가 아주 큰 제품이 아니다 보니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며 “거리가 먼 곳에서 수입할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가깝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공급망 안전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의결된 ‘공급망 기본법’은 자원 무기화 추세 속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및 위기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공급망안정화 기본계획, 조경보시스템을 수립 및 운영해야 하고 관련 정책만 별도로 심의·의결하기 위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도 설치된다. 긴급 지원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공급망안정화기금도 한국수출입은행 산하에 설치된다.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실 측은 “법사위 파행으로 인해 아직 국회 본회의 상정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도 정비
멈춘 상태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중국의 의도를 떠나 요소수 수입의 91%를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서 중국의 선적 중단이 계속되면 요소수 대란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전임 정부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윤석열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철폐해 71% 의존도가 91%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정부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중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수급 혼란을 최소화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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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