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한 요소수 대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11 15:25:44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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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내 요소수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일부 판매 사이트에선 품절현상마저 빚어졌다.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 9월 초 중국이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중국 내 비료 가격 안정 때문이란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문제없다”며 여론 진화에 급급했다. 

지난 5일 오전 롯데정밀화학이 판매하는 요소수인 ‘유록스’가 품절됐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이 상품은 현재 구매하실 수 없는 상품”이라는 공지가 떴다. 재입고 시 구매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수급 
급 빨간불

앞서 9월에도 요소수 품절이 예고되면서 개인당 1개로 구입을 제한했던 바 있다. 이후 품절 사태가 재발생한 것이다.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회사의 국내 차량용 요소수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금성이앤씨는 도매로 요소수를 취급한다.

지난 5일 기준, 쿠팡 등 온라인 사이트서 유룩스가 공식 홈페이지보다 1만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인 홈플러스 등은 품절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주문이 밀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라며 “다음 해 3월까지 재고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중국의 규제 지속 시 방안에 대해선 “중동 쪽 수입 물량으로 중국 수입 물량을 대체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보다 낙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요소 및 요소수의 국내 재고와 베트남·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 예정분을 합치면 대략 3개월 분량의 재고가 확보된 상황이다. 2년 전 최대 6주 정도 물량밖에 비축하지 못한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차량용 요소 재고 현황, 우리 기업의 중국 통관 애로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공공비축(조달청)을 확대하고 업계는 대체 수입국가와 추가 물량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동남아·중동 등으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차량용 요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협력해 수입 대체품의 신속한 품질검사를 지원하고, 관세청은 수입 요소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강종석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비료용 요소의 경우에는 최근에 수입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가격도 하향 안정화 추세로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3개월 전부터 예고했는데…
2021년 대혼란 되풀이 우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도 “2년 전과는 달리 중국의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고 재고와 대체 수입선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외에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전망이다. 앞서 9월 초 중국 최대 화학비료 수출입 업체인 중눙그룹은 자국 내 비료 공급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요소 선물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다. 

일각에선 가격 급등 원인에 관해 가을철 파종에 맞춰 대두와 옥수수 등 작물에 쓰는 비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소는 경유차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이는 요소수 뿐 아니라, 농업용 질산질 비료(요소비료)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특히 요소가 비료의 주원료인 만큼, 중국의 농민들이 안정적 공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8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당시 국내 차량용 요소수 1위 기업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 역시 “아직 중국 업체들로부터 요소 수출 중단 등의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며 “이후 계약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요소 업계가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곳곳서 감지됐다. 지난 9월 초, 중국 경제 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요소 수출 검사 정책이 엄격해졌고, 수출 통제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톈진항, 연운항에서는 (요소 수출 관련)검사가 중단된다는 구두 통지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예견된 사태
뒤늦은 대처

중국이 요소 확보에 나선 이유는 대량 수출로 인한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함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요소를 적극 수출해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총 133만톤(t)의 요소를 수출했다. 특히 7월에만 약 32만t을 수출했는데, 지난해 동월보다 114.7%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비료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요소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중국 원자재 가격정보기관인 줘촹쯔쉰에 따르면, 7~8월 중국 요수 생산 기업의 주간 평균 재고는 20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7% 감소했다.

물량 부족에 중국 요소 선물 가격이 오르자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해외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요소 생산 기업 입장에선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부터 예견된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는 실현됐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해관총서가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등 국내 차량용 요소수 제조업체들의 중국산 요소 수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수출 심사를 마치고 선적 단계서 통관이 보류된 사실이 알려지자 ‘제2의 요소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당국의 요소 물량 통제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불안감에 따른 사재기 현상은 결국 일부 판매업자의 이익만 불려줄 뿐 일반 구매자나 화물업계 종사자에게는 되레 피해만 가중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유소마다 1인당 판매량에 자체적으로 제한을 걸고 있는 조치도 품귀현상을 저지하고 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사재기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차량 1대당 요소수 3통 이상은 못 팔게끔 하고 있다”며 “많이 사가려고 해도 딱 3통까지만 판다”고 밝혔다.


품귀현상
사재기도

온라인서 요소수는 평소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경향은 있지만, 일부 판매처를 제외하곤 품절현상이 회복되는 추세다. 오프라인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판매량에 제한을 둔 곳도 적지 않다. 

사재기를 경계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품귀 효과를 기대해 판매를 일시 중지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상들의 이기심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화물업계 종사자들 사이서 먼저 꿈틀거리고 있다.

화물업계 종사자 약 11만명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는 “요소수 사재기는 일부 판매 업자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가격 인상이나 품절 사태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공지했다. 

발 벗고 나선 소비자들은 사재기 현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중국 당국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한해 수출 물량 역시 크게 줄일 거란 보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차량·산업용 요소의 91%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1~7월 한국은 중국산 요소 19만6000t을 수입하면서 전 세계서 2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1위는 총 22만6000t을 수입한 인도였다. 한국의 공업용, 차량용 요소의 중국산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급망 다변화로 예방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한국의 요소수 관련 중국 의존도는 2년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수입 세계 2위
수입망 다변화 실패

2021년 71%서 2022년 67%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1%로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요소수 의존도가 급등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으로 해석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요소라는 것이 생산하기도 쉽고 부가가치가 아주 큰 제품이 아니다 보니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며 “거리가 먼 곳에서 수입할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가깝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공급망 안전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의결된 ‘공급망 기본법’은 자원 무기화 추세 속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및 위기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공급망안정화 기본계획, 조경보시스템을 수립 및 운영해야 하고 관련 정책만 별도로 심의·의결하기 위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도 설치된다. 긴급 지원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공급망안정화기금도 한국수출입은행 산하에 설치된다.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실 측은 “법사위 파행으로 인해 아직 국회 본회의 상정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도 정비
멈춘 상태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중국의 의도를 떠나 요소수 수입의 91%를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서 중국의 선적 중단이 계속되면 요소수 대란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전임 정부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윤석열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철폐해 71% 의존도가 91%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정부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중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수급 혼란을 최소화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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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