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59)사막에 핀 선인장의 꿈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2.04 08:11:19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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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좋아요. 소재로 삼아 감동적인 작품을 한번 써 봐요. 그리고 수기는 그것대로 활용할 방법이 있으니까 추려서 잘 좀 다듬어 주세요. 그건 양심에 걸리지 않겠죠? 아마 체험기 작성자 본인들에게도 애틋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승낙했다. 이어 부탁했다. 

정신적 신념  

“제가 직접 북한에 가 보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육성으로 좀 들려주세요. 문서상으로 읽는 지식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리고 탈북 후의 생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궁금한 걸 하나씩 물어보세요.” 

윤 여사는 상체를 소파에 기대곤 은테 안경을 벗으며 얘기했다. 그때까지 옆에 앉아 있던 피에로 씨는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훨씬 정감 어린 얼굴로 보였기 때문인 성싶었다.


“윤 여사님의 개인적인 인생담을 듣고 싶구먼요.”

피에로 씨의 부탁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여사님께서 겪은 북조선의 실상을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돼요.” 

내가 입을 열자 그녀는 다시 안경을 쓰더니 대꾸했다.

“우선 하나 명심할 게 있어요. 남한 사람들이 예상하듯 북조선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불평 불만자도 많고 탈북민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쉽게 무너지진 않아요. 괴수 패거리… 그 추악한 자들은 차라리 별문제예요. 그곳엔 진짜로 그 땅을 사랑하는 인민들이 많아요. 사악한 세뇌 때문이라고 쉽사리 비난해 버릴 문제가 아니에요. 단순히 선조들이 묻힌 고향 땅이라 그런 것만은 아닐 거예요.” 

“아, 네….”

“그건 국가의 세뇌일 수도 있고 그걸 넘어선 개인의 신념일 수도 있어요.”


“음.” 

피에로 씨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북조선의 인민들은 남한 국민들에 비해 자기들이 비록 물질적으론 가난할지언정 정신적으로는 올바르다는 신념 같은 걸 지니고 있어요. 새로운 세상을 건설했다는 자부심이랄까? 동물이나 벌레랑 달리 인간에게 그런 게 있고 그게 고집으로 굳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그게 바로 자기계발의 자부심이겠죠.”

피에로 씨가 불쑥 튀어나왔다. 윤 여사는 눈살을 찌푸리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갈라진 남북한은 다른 길을 갔잖아요.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윤리 도덕적인 점에서 말예요.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을 괴롭힌 악질들을 남쪽에선 우대해서 재등용했고 북쪽에선 완전히 청소해 버렸어요.”

“시대 상황 속에서 마지못해 협조한 보통 친일파뿐만 아니라,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민족을 배반하고 살인 강도 짓도 마구 저지른 골수 분자들까지…. 과연 어느 쪽이 나을까요, 옳을까요? 그냥은 밋밋해서 재미없을 테니, 여기가 북조선 평양이라고 한 번쯤 역지사지해 보세요.” 

“참 골치 아프고 헷갈리는 방정식 같은 문제군요.” 

북, 탈북민 증가세 “쉽게 안 무너져”
극좌·극우 아집 가득 찬 기회주의자

내가 말했다.

“뭐가 그리 골치 아파? 만약 악당 친일파들만 싹 몰아내 버렸다면, 자본주의를 하더라도 훨씬 살만한 세상이었을 텐데. 청소는 깨끗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속담도 있잖아. 안 그래요, 윤 여사님?” 

피에로 씨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만히 좀 있어요. 지금 잡담 시간이 아니라 업무 중이니까요.”

윤 여사는 무시한 채 타박하곤 나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자유 하나만 해도 대한민국에 살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물론 이 자유 자체가 더러운 가짜라고 매도하는 ‘자유인’도 있지만 말이죠. 북쪽처럼 친일파 발본색원까진 아니더라도 악질들만 골라 배제했더라면 좀 더 아름다운 자유가 확산될 수 있었겠죠. 극우나 극좌가 아닌 중도가 자리 잡아 중심을 유지했을 테고요. 과거엔 남쪽에서도 독재 정부에 의해, 그냥 중도적으로 살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빨갱이나 수구 꼴통으로 억지 조작되어 본성마저 변질된 채 싸우는 아수라판이었으니까요” 

“음, 그런 면에선 북쪽에도 과오가 분명 있어요. 순혈주의니 뭐니 내세우면서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과 숙청을 통해 극단적 과격파만 살아남고 온건 중도파는 죄다 괴멸되고 말았으니까요. 박쥐, 변절자, 멍청이 등으로 폄하되고 누명 쓴 수많은 사람들….”

“사실은 극좌파와 극우 꼴통들이야말로 아집에 가득 찬 기회주의자이자 백치 천치 같은 바보 멍청이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에요. 그들은 통일의 걸림돌이라 생각돼요. 그들의 마음이 순화되어 참된 진보와 보수, 참된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설령 통일이 되더라도 또다시 분란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현실 상황이 원래 온건하던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요? 옥토에서 피어난 국화꽃과 사막에 핀 선인장 꽃의 꿈이 다르듯….” 


“네?”

철천지 원수

“사실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남북간이 그토록 심하게 적대적 혹은 이질적이지는 않았다고 해요. 해방 후 인위적으로 분열이 되긴 했어도 아직은 서로 삼팔선을 넘어 오가기도 했고, 한동안은 태극기와 무궁화가 북조선의 상징이기도 했다더라구요. 그런데 전쟁이 완전한 단절과 적대감을 뿌리 내리게 한 거죠. 남침인지 북침인지, 혹은 미국과 소련의 농간에 우리가 놀아났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아무튼 전쟁은 우리 국토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심성마저 반토막으로 갈라놓고 말았어요! 남쪽도 물론 그랬겠죠만, 특히 북조선은 금수강산이 모조리 초토화되었대요. 미군 전투기가 일부러 이중 삼중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라더군요, 오래된 무기를 소비하기 위한 전략 차원이기도 했대요.”

“아마 남한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요, 그 비극을. 미군은 북조선뿐 아니라 남한에서도 노근리 등지에서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질렀잖아요. 북조선 인민들은 뼈에 사무친 그 악몽을 잊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과 미군을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며, 그동안 똘마니 노릇이나 해온 남조선 정부를 제정신 잊은 꼭두각시로 깔보는 거죠.”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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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