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막말 회의록 ‘블랙 마킹’의 비밀

어설픈 가리개 걷어내니…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멍들고 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을 위한 회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갈등과 막말로 인한 파행의 연속이다. 회의록에 처리된 어설픈 블랙 마킹도 문제다. 인권위 내부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나 피해자와 진정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일요시사>는 야권 의원실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는 상임위원의 막말과 끼어들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때 쓰이는 ‘블랙 마킹’조차 어설펐다. 오히려 이들의 막말을 가리기도 했다. 블랙 마킹이 피해자와 진정인 보호가 아닌 갈등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다 가려진
육두문자

인권위의 결정은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11명 인권위원의 판단으로 내려진다. 전원위원회 안건은 인권위원들의 표결로 처리한다. 보통 인권위원 과반인 6명의 동의를 받으면 대부분 통과된다. 임기 3년의 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4명을 지명한다. 국회 지명 4명은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으로 나뉜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바뀐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6명이다. 사실상 의견 불일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60페이지 분량의 인권위 제7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및 회의록 보고 문건은 50페이지가량이 ‘블랙 마킹’으로 처리돼있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정보를 보호하기보다는 이충상·김용원 위원과 이들의 비상식적 발언에 동조하는 문구를 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킹 처리도 황당할 만큼 어설펐다. 문건을 인쇄할 때는 보이지 않지만 파일 형태에서는 마우스로 드래그 후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했다.

7차 전원회의는 지난 5월22일 오후에 열렸다. 이날 한석훈 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에 관해 “방청인이 이충상 위원에 대해 상당히 위협적인 언동을 했다. 원만한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퇴장을 명했어야 한다. 이해당사자가 방청인으로 들어온 상태서 회의를 진행하면 위협적인 상황서 자유롭게 의사를 발표할 수 있겠냐. 방청인이 위협적 언동을 하면 바로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석원정 위원은 한 위원의 발언에 대해 “유족분이 방청하신 것이고 이분들이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의 당사자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이해당사자라고 일반적으로 규정짓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김 위원은 “이게 무슨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권위 갈등은 직원들의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굴만 맞대면 진흙탕 싸움
부끄러운 위원들의 ‘말말말’

박진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인트라넷서 직원들이 글을 쓰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급된 내용 중 모 조사관이 진정된 사건이 있다”며 “담당조사관과 과장이 이충상 위원에게 불려간 자리서 이 위원으로부터 인트라넷 게시글에 관한 언급을 들은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이 위원은 모 조사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 이중처벌이 안 되니 지금 말고 내가 위원장이 되면 중징계를 내릴 것. 조사관에게 전해라. 곧 서기관하고 부이사관 승진이 있는 거 안다’는 발언이 사실이라는 거냐”고 물었다.

서미화 위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다시 물었으나 김 위원이 “잠깐만”이라며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이 위원이 “‘내가 위원장이 되면’이라고 안 했다. 차기 위원장은 다른 분이 될 수 있고 김용원 상임위원님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데 차기 위원장 취임 후에 징계한다면, 징계감”이라며 “무겁게 징계할 텐데 지금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라도 징계하면 징계를 두 번 할 수는 없으니까 조사관에게 나을 것이다. 위원장님 재직 중에 아주 가볍게 징계하면 심지어 징계위원회서 불문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석은 달랐지만 발언을 인정했다.

남규선 위원은 “피진정인 자격으로 조사관에게 피해자의 징계를 운운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이 위원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정 위원은 “이 위원이 여러 말씀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생각이 과연 인권위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결 아닌
갈등 유발

이 위원은 곧바로 “내가 피해자고 조사관이 가해자다. 갑질? 피해자가 아니라 진정인, 피진정인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이 위원님 말을 내가 따라야 하냐”고 했다.

서 위원은 “이 위원님께 충언하겠다. 인권위 상임위원이면 인권에 대한 어떤 감수성,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위원님은 차관급 상급자다. 일개 직원에게 이런 사안이 벌어졌다면 자중해야 한다. 내가 이충상 위원이라면 자진해서 사퇴한다”고 지적했다.

타 회의록서도 유가족과 피해자를 향한 막말은 적지 않았다. 혐오 발언에 관한 블랙 마킹 처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드래그 후 복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11명의 인권위원은 전원회의 이전 진정인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이 중 침해구제제1위원회(이하 침해1소위)는 김 위원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침해1소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8월1일이다. 이날 침해1소위는 정의기억연대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터진 욕설을 제지해달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가 낸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사무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며 침해1소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소위 표결에는 김 위원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참여해 김용원·김종민 위원은 기각, 김수정 위원은 인용 입장을 냈다.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린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는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 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 또는 기각을 결정할 때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소위원회 3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해왔던 것이 ‘관례’다.

제자리걸음
감추기 급급

현재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주도로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까지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인권위가 탄생한 2001년 이후 단 한 번도 제기된 바 없다. 행정법무담당관도 실제 회의 운영 관행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서 의결정족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의 판단도 같았다.

법제처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가결이 되지 않으면 부결이 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법제처는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하여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에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입맛대로 고쳐먹는 관례
단 1명만 반대해도 리셋

법제처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을 포함한 인권위원 6인은 관례를 깨려는 의지를 표출 중이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의견서를 언급하면서 “헌법의 여러 조항과 민법, 상법 등 의결이나 결의, 가결만을 의미함이 명백하지만 법제처는 반박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도 종전에 비해 실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다. 소위서 1명만 진정 기각 의견인 경우에는 인권위법의 새 해석하에서는 소위 기각이 가능하지만 인권위의 실무에 있어서는 2명의 인권위원의 의견이 존중돼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이 위원의 주장과는 다르게 인권침해나 차별 행위의 피해자가 제기한 진정 사건이 기각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진정인의 입장서 신중한 판단을 기해야 함에도 단 1명의 반대로 사건이 초기부터 기각되는 건 인권위의 역할 축소나 다름없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인권위원 6인의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관례가 깨지면 그만큼 피해를 보는 진정인이 늘어난다는 거다. 이충상 위원이 주장한 “‘소위서의 기각 처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전원회의서 기각돼도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약 80%는 소위원회서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경우, ‘다시 위원끼리 논의(40.6%)’를 하거나 ‘전원위 상정 논의 후 3인이 동의하면 전원위에 상정(39.6%)’해야 한다고 답했다. ‘3인 정족수 미달로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2%에 불과했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쌍방이 더 주장하고 자료를 제출할 것이 없어 재상정할 것이 아니다. 이 안건은 인권위의 운영에 관한 것이라서 인권위원들이 이 안건에 관해 최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외부에 최고의 전문가가 따로 없기에 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외부의 전문가에게 사실 조회를 하거나 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

법제처 무시
의견 고집만

송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전원회의서 “위원장으로서 위원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구에게 무식하다, 오만방자하다,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방청인들도 지켜보고 있는 회의다. 회의의 품위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위원님들이 더 엄격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공무원 노조를 향해 오만함이 섞인 발언을 하기 이전에 송 위원장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는 게 어떨까? 그는 인권위의 추락이 자신을 포함한 일부 인권위원들에 의한 결과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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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