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친환경적 정책 기조를 계속 끌고 가면서 자영업자들을 도와줬어야 했는데, 정부는 제대로 된 대안없이 그저 일부 자영업자들의 손만 들어줬다. 이건 옳지 않은 판단이다.”(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
“종이컵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일회용품 관리 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서 멀어지는 행보임이 분명하다.”(국내 환경단체 그린피스)
지난 7일, 환경부가 식당이나 카페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일회용품 관리 방안’ 발표가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무기한 연장 발표는 종료일을 특정하지 않아 “사실상 일회용품 감축 포기가 아니냐”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종이빨대 업체 관계자의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지적하는 SNS 넋두리 글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자신을 친환경 종이빨대 업체에 근무 중이라는 한 누리꾼 A씨는 자신의 SNS에 “대표님이 무코팅으로 튼튼한 천연 종이접착제로 특허받아 공장을 얻어 기계 및 직원을 들여 가르치고 2년 동안 준비했다. 환경과 국가발전에 같이 부응하고자 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그 동안 얼마 팔리지도 않고 사비들과 열정페이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계약건이 다 취소(됐다). 오늘이 저희 모든 회사 직원들의 마지막 날이 됐다”며 “1년간 고생한 퇴직금도 챙겨줘야 하는데 다른 일자리 알아보라고 해야 하는 미안함…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책이라는 게 표 얻기 위해 시장가서 잠시 악수하는 걸 보여준다. 계도 기간 동안 신경도 안 쓰다가 시행 20일 전에 위로를 명분 삼아 뒤집을 거라면 시행된다고 뻥치지 마셨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 시작했던 몇 몇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환경부에 ‘(계도 기간이)더 유예될 것 같으면 11월 제품 만들어놨다가 힘들어지면 안 된다며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환경부 담당자는 ’(예정대로)시행되니 걱정 말라‘고 해서 이달 치 자재비까지 피해를 떠안게 됐다.
아울러 “긴 글 넋두리할 곳이 없어서 저도 국민의 한 표이자 국가의 주인이기에 남긴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종량제 봉투도 없애고 쓰레기도 아무데나 버려도 된다고 해라. 환경 문제가 진보, 보수의 문제냐?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플라스틱 빨대 해양 투기로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빨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자 종이빨대 시행 계도 기간을 1년 준다면서 기존 빨대 생산 수입업자들을 문 닫게 하고 관련 산업을 초토화해놓고 이젠 종이 빨대 산업도 망치려 든다”고 비판했다.
또 “정책이라는 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교하신도시 2기 개발한다고 발표하고 토지보상까지 십몇년 걸렸는데 정부정책 발표 보고서 먼저 움직였던 토지주들 여럿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댓글도 달렸다.
반면 “정부 믿고서 사업을 크게 벌인 것도 이상하고 종이빨대 물면 맛도 떨어지는 데다 국가서 강제로 시키니 팔릴 거라고 생각하고 뛰어든 건데 그냥 사업적 판단 미스”라며 사업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뉘앙스의 의견도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이튿날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는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포기한 바 없다”며 “(일회용품)감량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환경)정책 후퇴가 아닌 규제 이행을 위한 조치”라고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폐기물 감량을 최우선 원칙으로 정하고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일례로 음식점, 목욕탕, 숙박업소 등에서 일회용 용기, 면도기, 칫솔 등 18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사용 제한 품목을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비닐우산 등으로 확대한 후 오는 23일까지 계도 기간으로 운영 중이었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계도 기간을 연장한 데 대해선 “정책 후퇴가 아닌 현장 여건을 감안해 규제가 잘 이행되도록 하려는 것으로 계도 기간 중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도록 해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종이컵 사용도 “규제 대상 품목서 제외하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다.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 등 다회용컵, 세척시설 등을 지원해 일회용품 줄이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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