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취 진동’ 냄새나는 대장동, 왜?

‘하수 스캔들’ 과태료 때리면 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원주민 L씨는 매일 매일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오늘은 좀 나아졌을까? 그대로다. 해결책은 딱히 없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생물을 투여하는 게 전부다. 구청에 해결책을 물어도 별다른 답이 없다. 이제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전문가가 다 됐다. 21세기. 2023년에 누가 내 집 앞 오수 때문에 고통받을 줄 알았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자리한 조용한 한 빌라. 바로 앞에는 하천이 흐른다. 앞으로 흐르는 동막천의 물로 이곳 주민들은 농사도 짓는다. 어렸을 때는 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칠 만큼 맑았다. 대장동 원주민 L씨(대장동 우계이씨 31대손)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문 열고 
나가면…

그러나 최근 빌라에 터를 잡은 L씨와 이곳의 주민들에게 악몽이 닥쳤다. 몇 명 살지도 않는 조용한 빌라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L씨의 집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다리를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 차에서 내려 동막천을 마주했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여름이 다 지났음에도 악취는 계속 났다. 

물에는 이끼 대신 찌꺼기가 채 걸러지지 못한 채 관에 걸려 있어 냄새가 더욱 심했다. 물을 배출하는 커다란 관에서는 오염수가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뿌연 오염수는 그대로 낙생저수지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L씨는 “이 관을 통해 인분까지 나온다. 물 사용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냄새가 덜하지만,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하천 오염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누군가로부터의 민원으로 빌라 내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수질이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처음 주민들은 정화조 청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하수구에는 새카만 물이 고여 있었고, 거기엔 각종 오염물질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채 악취를 뿜어냈다. 

결국 성남시 물순환과로부터 ‘물을 더럽게 써서 그렇다’는 답변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차 과태료는 120만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물을 더럽게 쓴 탓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물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을 정화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물순환과서 알려준 수질개선 업체 3개사와 주민이 알아본 업체 1개사를 통해 수질개선 작업을 의뢰했으나 모두 의뢰를 거절했다.

결국 L씨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케미컬 업체를 알게 됐고, 미생물을 주입하는 장치를 설치 및 매주 대량의 종균제(폐수정화용 고활성 미생물 제제로서 오수 및 유기성 산업폐수를 처리·정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미생물 약품)를 투입하는 작업을 3개월간 진행했다. 

L씨는 매일 아침 배달된 미생물(짚신벌레, 아메바 같은 종류)을 양손 가득 들고 하루에 100ℓ씩 아침·저녁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쏟아부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침전물 제거에는 8톤 차량 5대를 동원할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루에 몇 번씩 하수구 열어봐
빌라 요건에 충족 못 하는 시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차 수질 측정 결과도 기준초과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오히려 1차로 수질 측정을 했을 때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3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 10월까지 이곳 주민들이 받은 과태료는 1800만원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수질관리를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장동과 석운동은 공공하수관이 연결돼있지 않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위해서다. 공공하수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자기 땅이라도 건축물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 결국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이란 건물서 발생한 오수를 침전 및 분해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빌라에 사는 주민이 평생 하수구를 열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 L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횟수만 100회가 넘는다. 매일 수질 걱정에 하수구 두껑을 열다보니 하수구 뚜껑 역시 몇 개가 깨졌다. 

도면도 함께 뒤졌다. 도면상 L씨의 빌라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30톤(150인용)과 14톤(70인용)짜리로 시공돼있었다. 2m 높이의 정도 시설이다. 알고 보니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용량이 빌라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내부가 파손됐는지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L씨는 “그나마 현재 수질이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검은색 물은 미생물이 없다는 뜻이다. 미생물이 있는 것은 갈색빛을 띤다. 단순히 주민들이 오염을 시킨 게 아니라 시공이 잘못됐다고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수도법을 근거로 1일 오수 발생량 2톤 이상인 주택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시공해 오수를 흘러 보내게 돼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정화조가 앞에 있고, 뒤에 정화시설이 있는 구조다. 오염물질을 걸러 방류해 유기물질이 쌓여 있으면 다시 정화할 수 있는 곳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통받는
원주민들

해당 빌라의 전체 통의 용량은 30톤으로 시공과 동일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폭기(반응조나 저류지 내 오수나 처리물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생물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 처리 능력은 그보다 낮은 8톤이었기 때문이다. 폭기를 담는 통만 컸던 셈이다.

L씨가 거주하는 빌라 주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세대 중 33%만 거주한다. 많은 인원이 살고 있지도 않음에도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오염도는 심각하다. 인근 다른 빌라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직접 하수구 뚜껑을 열어봤을 때 오염도는 더욱 심각했다. 석유 같은 검은색으로 아예 오수가 고여 있는 지경이었다. 심지어 폭기는 부숴져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하수도법에 명시돼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오수 발생량은 1인당 200ℓ로 규정하고 있다. 1세대는 440ℓ로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거실 수를 보통 하나로 계산하는데, 계산법은 N=2.7+(r-2)*0.5(N=세대 인원, r=주택의 거실 수)다. 이때 세대 인원은 2.2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이 빌라는 1차 24세대로 계산법을 적용하면 10.5톤의 오수발생량이 도출되고, 2차 15세대는 6.6톤의 오수발생량이 평균 발생량이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폭기 용량보다 많은 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 결과처럼 해당 빌라는 10.5톤 이상의 폭기가 필요한 곳이다. 단순히 주민들의 잘못인 줄 알았으나 처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상식적으로 만수가 돼있는 상태서 8톤의 능력을 가진 시설로는 10.5톤 이상의 오수가 유입되면 정화가 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민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폭기 용량이 왜 갖춰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은 기술지원까지 받아가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나섰다. 

책임 돌리기
법적인 한계

당시 기술지원은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서 공무원과 함께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현장에 참여한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빌라 1차 24세대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정화 능력은 8톤, 빌라 2차 15세대의 정화 능력은 3.77톤이다. 현재 세대의 오수를 정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씨는 준공 당시 구청의 공무원들이 나와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L씨는 “(공무원들이 나와)사진을 찍고 규격에 맞게 했는지 시운전을 하면서 물이 정확하게 정화됐는지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당구청서 환경부에 인증받은 제품을 환경부서 인증한 시공업체서 서류 몇 장으로 결재를 요청하니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L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요청한 시험 성적서와 시운전 자료는 구청서 갖고 있지 않았다. 참을 수 없던 주민들은 결국 구청에 항의하러 찾아갔지만,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바뀌는 게 없었다.

L씨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청서 허가를 해줬으니, 악취 문제도 개선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하수도법과 관련해 수질 측정은 1년에 4회 이뤄지는데, 수질 측정을 중지 또는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수질개선이 시설의 능력이 떨어져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또 그동안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청은 여전히 이곳 주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과태료 부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잘못해놓고 떠넘긴다”
분당구청 안일한 대처

주민들은 과태료 소송서 패배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수질 측정 대상이 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태료를 내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버티자는 의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연결 역시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씨와 주민들은 분당구청뿐 아니라 시공사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매립할 때, 환경부 인증 제품을 사용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용량인데 과연 제대로 따져본 게 맞냐는 의구심에서다.

<일요시사>는 해당 빌라에 개인하수처리시설 시공을 한 업체에 직접 물었다. 해당 업체는 “분당구청에 문의하라”며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빌라의 처리 능력에 떨어지는 제품을 설치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정당하게 오수량을 산정해서 합당한 공사를 해 준공까지 난 사안”이라며 “사후관리를 못한 주민 탓이며 과학적으로 산정된 근거에 따라 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수질 기준 초과로 발생하는 과태료는 오롯이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도록 법이 변경됐다. 이때 환경부서 인증받은 업체만 제작 및 시공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개정법은 여러 폐단을 낳았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오폐수 문제 발생은 당연했고, 불량하수처리시설도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도 등록 제품에 대한 준공 취소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비로소 성능 검사와 관련된 법안이 강화됐다. 

통상 건축 허가가 신청되면 편의상 건축과서 하수처리시설, 정화조 허가가 나간다. 과거에는 제품이 인증, 등록이 돼있으면 시험 조사가 다 통과돼 그대로 사용했다.

책임 소재의 여지가 있는 분당구청에도 이 빌라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검증됐다고 건축과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아니다. 등록된 제품을 써 당연히 검증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분당구청의 말 대로라면 제품이 이미 인증됐기 때문에 구청서 별다른 처리를 할 의무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 법의 테두리가 조금 세밀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부연했다. 

소유주들은 분당구청서 준공 승인을 내줘 주택을 분양받은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범법자가 돼있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지역은 현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허가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 2016년 분당구청은 해당 빌라 인근에 건축물 허가를 승인해주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시에 관련 조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멋대로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

“시공업자
알았을 것”

기술지원에 나섰던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등록 제품이기 때문에 허술한 과정에 따라 등록이 나 문제가 생겼다. 건축주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성능검사를 받은 제품을 선택해 묻었는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시공업자가 정상적으로 중공 채수했을 때 방류 기준이 초과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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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