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내는 이복현 금감원장 막전막후

‘윤석열 사단’ 막내 한동훈과 투톱?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금융감독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연소·검찰 출신 수장이 입성한 이후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자리 잡은 금감원 원장에 관심이 쏠린다. <일요시사>가 그 행보를 쫓았다.

‘파격을 넘어 충격’.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발탁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장관은 문재인정부서 거듭 좌천당하면서도 검복을 벗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하자 많은 이들의 눈이 한 장관의 다음 행선지에 쏠렸다. 

총선 앞두고 
광폭 행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이 언급됐다. 검찰총장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섣부르다’는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검찰 조직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의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한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깜짝 인사’에 대한 호응은 대단했다.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에 오르내렸고 그를 지지하는 이른바 ‘팬덤’도 생겼다. 취임 1주년에는 축하 꽃바구니가 법무부 계단을 가득 메웠다.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등과 설전을 벌이는 등 관련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한 장관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않지만 지명 당시 비슷한 강도로 충격을 안겼던 인사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당시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였던 이 원장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최초다. 


1972년생인 이 원장은 경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42회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시작으로 전주지검, 서울중앙지검, 춘천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이후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수사팀에 파견됐다.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을 거쳐 반부패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과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국정 농단 특검 수사에서 합을 맞췄다. 최순실 특검법 관련 수사팀에 파견됐을 때는 삼성그룹 승계 문제를 수사한 바 있다.

한 장관 등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측근으로 구성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발해 검복을 벗었다.

하이브·카카오 정조준
김범수 전 의장도 조사

이 원장은 지난해 4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나온 검찰 내 첫 사표였다.

그는 “경찰이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며 “무슨 이유인지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년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내보내고 지상전 전문요원인 보병을 새로 교육시켜 나라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했다. 


앞서 이 원장은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의 표명 이후 2개월여 만에 이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인선 과정서 검찰 출신이 득세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금감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을 앉힌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 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서 “(이 원장은)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서 금감원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 전문가이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기대와 우려
상반된 평가

지난해 6월7일 취임 이후 1년4개월이 흐른 현재 이 원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모양새다. 검찰 출신 수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검찰원’이 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눈에 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화 도모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 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건·사고가 여럿 일어났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 등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일로, 그 결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크레디트 시장 등이 경색됐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흥국생명의 행보는 ‘제2의 레고랜드 사태’로 불렸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외화채 발행까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됐다.

통상 5년이면 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해외 채권자의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이 필요했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서 이 원장은 전방위적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취임 1년 동안 금융권과 유관기관 간담회를 80회 가까이 소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 금융기관 방문을 포함한 금융권 간담회 56회, 금융위원장 회동 등 유관기관 간담회 9회, 출입기자 간담회 등 언론 공식 간담회 7회, 전통시장 방문 등 사회공헌 6회 등 총 76회의 현장 소통이 이뤄졌다.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최대다.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

반면 이 원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관치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임기 초부터 금융권의 사회공헌 동참을 위해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 금리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를 일부 인하했는데 이를 두고 금융시장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금리에 금융당국이 관여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상생금융의 결과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지난 17일 금감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인하 등 상생금융의 효과는 고신용자에 집중됐다”며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이 (금융 시스템을)흔들면 안 된다”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이 원장이 상생금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부터 가계부채 총액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그 효과가 서민보다는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해당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사실관계 분석 결과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 원장의 행보가 ‘진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행보가 금감원 내부, 금융권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 들어 바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취임 1년 만에 금감원장으로서 연착륙했다는 평이 나오자 이제 ‘특수통 검사’ 기질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사모펀드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라임펀드가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에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에 후폭풍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3대 펀드 모두 문재인정부 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사태 환매 특혜 의혹은 민주당 일부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장하원 디스커버리 펀드 대표는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다. 옵티머스 펀드 수사 과정에서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해당 측근은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가구·사무기기 임차료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금감원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당 측은 ‘정치 탄압’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조직 다지고 바깥 행보?
특수통 검사 기질 나오나

이 원장의 광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룡기업’ 카카오를 정조준한 것.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던 카카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범 4년 만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를 위한 조직으로 2019년 7월에 공식 출범했다. 금감원 소속 직원으로 구성됐고 검찰 지휘를 받아 경찰과 같은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던 금감원 특사경은 최근 아이돌그룹 BTS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직원을 검찰 송치한 데 이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가운데 배 대표에게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금감원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아직은 이르지만 시세조종 의혹이 처벌로 이어질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카카오에 대한 법인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불공정이나 불법이 있을 경우 정부 당국이 적절히 대응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특사경의 카카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배경에는 ‘이복현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 검사 시절 경제범죄 수사 경험과 전문성이 금감원 특사경이 움직일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총선 노리나
일단 선 그어

하이브, 카카오 등 금감원 특사경이 조준하고 있는 수사 대상의 체급이 커지면서 이 원장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 방증으로 이 원장은 한 장관과 함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불거지는 중이다. ‘정치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차출설은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일단 이 원장은 “내년까지는 금감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선을 그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