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껌?’ 부자 무당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24 14:29:35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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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식으로 손님 받는 무속인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어떤 문제든 해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살면서 문제를 풀 수 없어 고통스럽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지만, 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바로 무당을 찾아가 점사를 보거나 굿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이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민속신앙사전>에서 무속은 ‘현세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추구하는 현세 긍정의 종교’라고 정의돼있다. 무당은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불교, 기독교가 죽음 이후(사후 세계)를 신경쓰는 것과 달리, 무속은 현실서 잘사는 방법을 찾는다. 한때 정부 통계에 잡힌 무당 수가 100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잘살고
싶어서”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거나 상담을 받는 사람은 다양하다. 사업가, 정치인은 큰일을 치르기 전에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일반인도 학업, 연애, 결혼, 이사 등의 이유로 무당을 찾는다. 또 ‘일상생활서 귀신을 본다’ ‘가위에 자주 눌린다’ ‘몸이 아픈데 병원서 이유를 모른다’ 등의 영적인 이유로 무당을 찾기도 한다.

무당이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의 과거를 잘 맞히고, 제시한 해결책이 닥친 문제를 없앴다고 소문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렇게 유명한 무당이 되면 예약이 최소 3개월서 길게는 2년까지 잡힌다. 하지만 국내 무당 수가 100만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모든 무당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인기가 없는 무당은 어떤 방식으로 무당 일을 하는 것일까?


네이버 닉네임 ‘영특영석’(이하 영석)씨는 지난해 6월6일 무속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명은 ‘무사귀한 점술킹 :: 사주, 신점, 신굿, 타로, 운세, 점집, 꿈해몽’이다. 영석씨가 해당 카페를 만든 것은 자신이 무당에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인근 카페서 만난 영석씨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주식 전문가로 1년간 주식투자를 공부하고 전국 주식투자 대회서 5위에 올랐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고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2억6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돈은 많이 벌수록 투자 비용을 키웠는데, 담보대출로 15억원을 받기도 했다.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회복했기에 스스로를 ‘오뚜기’라고 생각했고, 큰돈을 벌 때는 천재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욕심을 키우던 영석씨는 결국 주식으로 망했다. 인생에 회의감마저 들었던 이때 기댄 것이 무당이었다. 애초 영석씨 부모도 무당을 맹신해 10년 동안이나 찾아가 굿도 몇 번씩 했다. 영석씨 부모가 오랜 기간 무당을 찾자, 무당은 영석씨에게 “굿하는 방법 등을 전수해주겠다고”까지 말하던 사이였다. 

영석씨와 영석씨 부모는 주위서 돈을 투자하라고 하는데 괜찮은지 궁금한 마음에 자문을 구하기 위해 무당을 찾아갔다. 무당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다. 사기꾼 아니고 돈 받을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틀린 점사였다. 영석씨는 직업 사기꾼에게 8000만원을 잃었다. 주식으로도 한차례 돈을 날린 상황서 재기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주식투자 망해 점집 찾아갔지만…
방송 출연자들은 진짜 영험할까?

영석씨는 “무당을 맹신하는 사람한테 점사가 틀리면 치명적이다. 나도 그랬다. 그때부터 무당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믿을만한 무당은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무당과 무당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정보를 모았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가 말한 ‘믿을 수 없는 무당’은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유튜브 무당 채널에 출연한 무당은 영험해서 출연하는 게 아니었다.

영석씨는 “무당이 출연해서 점, 굿, 퇴마 행위를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런 곳은 공통점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을 섭외해 점을 본다. 무당이 소속사에 돈을 내고 연예인이 출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속사에서 영험한 무당을 찾아 출연 제의를 하는 게 아닌, 무당이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 무당 채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영석씨 설명에 따르면, 무당은 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한 시즌에 많게는 7500만원을 내며, 시즌당 10~15편 정도의 방송을 만든다. 출연이 결정되면 무당 소속사는 방송을 외주업체에 맡긴다. 그리고 광고비 때문에 케이블 방송에도 송출한다. 연예인 방송을 할 때는 연예인 인지도에 따라 500만원서 1000만원을 더 낸다.

이런 과정 때문에 무당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30% 정도다. 이런 식으로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무당은 그냥 ‘광고를 많이 쓴 무당’이다.

영석씨는 “무당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도 중간에 퇴출당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무당들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 100억원은 적게 번 걸 수도 있다. 홍보해서 유명해졌으니까. 그런데 실력은 없으면서, 홍보비로 쓴 비용 때문에 다른 무당보다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기본이
7500만원

무광고로 영험하다고 소문난 무당들은 이렇게 돈 벌 필요가 없다.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A 무당은 다른 무당보다 점사 비용이 10배 비싸다. 일반적으로 무당이 점사를 보면 1시간에 10만원이다. 하지만 그는 점사 비용만 100만원하는 특별 점사를 따로 만들었다.

특별 점사를 받지 않아도 1인당 점사 비용이 10만원이면, 4인 가족의 경우 40만원이 된다. 그렇다고 A 무당이 1시간 동안 점을 보는 것도 아니며 20~30분만 점을 본다.

영석씨는 “A 무당이 직접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하루에 점사를 많이 볼 때는 20명까지 보는데 이 경우 하루에 400만원 버는 것”이라며 “사실 점사는 큰 문제가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나 굿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무당은 처음 점사를 볼 때부터 굿을 볼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서 점을 본다. 굿을 할만한 사람이면 1시간을 채워서 점을 본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굿을 보라고 해도 흘려들을 수 있지만, 힘든 일을 겪어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이를 그냥 넘길 수 없다.

영석씨는 “무당들이 굿을 하라고 제안하는 건 빙의, 산소 탈, 조상 천도, 상문 부정, 삼재, 9수, 신내림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를 엮는다. 굿 비용만으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도 제시한다”고 유튜브 광고 무당의 실체를 토로했다.


만약 손님이 무당에게 1000만원에 굿을 한다고 치자. 실제로 굿을 한 뒤에 사업, 대학입시 등에 성공하고, 건강이 회복된다면 하등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에게 굿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영석씨는 이런 과정이 다단계 형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1000만원짜리 굿을 하면 실제로 무당이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정도로 굿당에 50만원 정도 내고, 굿에 사용되는 용품 구입비, 차비 등의 경비도 많이 나간다. 그러나 비용 중 신 스승에게 바치는 돈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 스승은 신 부모, 신 선생으로도 불린다. 무당이 될 사람을 도와 신내림굿을 해주는 사람으로, 무당이 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내림굿 후에는 제대로 된 무당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제대로 된 신 스승이라면 제자 혼자서 무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어떤 무당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제자를 키운다.

정해진
시스템

영석씨에 따르면 제자가 굿을 하면 신 스승과 5:5로 돈을 나누는데 비율은 신 스승 마음대로다. 스승이 8할이나 9할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며 제자가 10명일 경우, 굿할 때마다 단돈 5만원이라도 제자 10명에게도 돈을 준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굿을 하는 주체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다. 신 스승이 굿을 하면 제자와 돈을 나누지 않지만 자신이 번 돈을 신 스승이 많이 가져가도 제자는 항의할 수 없다. 신 스승은 제자에게 “네가 나한테 기술을 배우니 돈을 줘야 한다. 돈 안 주고 기술 안 배울래? 혼자 무당 생활을 할 수 있냐”고 협박을 한다. 

제자가 많은 신 스승이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제자들이 무당이 됐어도 생활을 유지하는 데 다시 굿을 하기 때문이다. 무당은 무당이 됐어도 ▲할아버지를 대접해야 한다 ▲굿 안 해서 부정 탔다 ▲잘 불리려면(무당으로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 굿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끝도 없이 굿을 해 신 스승이 돈을 번다.

제자가 스스로 신 스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일은 무한 반복된다. 제자가 잘 불리면 굿을 더 많이 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신 스승만 좋은 구조다.

영석씨는 제자가 많은 무당은 제대로 된 무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당 중에 제자가 10명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림굿을 몇 명에게 권했을까? 내가 볼 때는 최소한 200명에게 권했을 것이다. 아무나 다 신내림받으라고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당을 찾는 사람들 중 ‘행복해서’ ‘하는 일이 잘돼서’ ‘몸이 건강해서’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무당이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하면, 이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손님이 무당에게 “내가 이상한 꿈을 꾼다” “계속 건강이 안 좋다” “가족이 아프다”고 말하면 무당은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인생이 풀린다”고 말하는 식이다.

무당들은 “내가 내림굿 해서 네 말문 틔워줄게” “너 먹고 살도록 만들어줄게” “너 무당 만들어줄게”라고 제안한다. 은근슬쩍 무당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림굿을 받아도 말문이 트이지 않거나 살림살이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제자가 굿 따오면 
스승과 나눠 가져

실제로 굿내림을 받은 한 무당 제자가 신 스승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징역을 살도록 한 사례도 있다. 

신 스승과 제자가 서로 욕하면서 싸우기도 하며, 여성 제자를 만들어서 성관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B 무당도 있다. B는 이미 이혼도 여러 번 한 상태다.

B에게 신내림을 받으러 간 20대 여성은 고아로 자라,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B는 제자에게 “나를 가지면 큰 무당이 될 수 있다”고 꼬드겼다. 다행히 20대 여성은 그날부로 B에게서 도망쳤지만, 이런 식으로 당한 신 제자가 많다. 지금 B는 성매매 업소를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B가 신도나 신 제자에게 돈을 갈취하진 않는다. 그는 심신미약자 신도를 상대로 여러 번 굿을 했다. 당시 신도는 교통사고를 낸 상황이었다. 이 틈을 타 B는 “네가 죄를 지었으니 굿을 해야 한다”고 죄책감을 건드렸다.

이처럼 한 명의 신도에게 여러 번 굿을 하도록 하는 방식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결국 10억원 이상 배상하라는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성매매 알선, 근로기준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의 판결을 받은 무당들도 있다. 이들은 여성 신도가 찾아오면, 신이 들어와 빙의된 것처럼 말한다. “할머니가 지금부터 얘기해줄 테니 편하게 들어”라며 신도에게 술집 아가씨로 일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원래 술집 마담 출신으로, 신도들에게 은근슬쩍 술집서 일하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귀띔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신도는 이런 상황서 술집에 나가게 됐다.

이외에도 “지금 굿을 하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가 죽는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자식한테 내려간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 등으로 신도들을 협박하는 유명 무당이 많다.

지난 8월에는 한 무당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석씨는 “이 무당은 방송으로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에게 돈 받고 굿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일이 쌓였다”며 “이런 일이 소문이 나면서 인터넷 카페서 욕을 많이 들었다.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쳤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무당이 영험하다면 광고가 필요 없다. 실력 있는 무당이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서 쉽게 소문이 퍼진다. 전부는 아니지만 광고하지 않는 무당이 영험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하는 무당 중에는 아동을 살해한 무당도 있어 점 보러가기 전 확인해야 한다. 신도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무당 역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문제 많은
신내림

영석씨는 “신내림이 특히 문제가 많다. 신내림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도 받은 경우가 너무 많다. 국내 무당 중 제대로 된 무당은 극히 드물다.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보거나, 자기도 모르게 점을 본다”며 “이런 경우가 아니면 신내림을 받으면 안 된다. 또 제대로 된 무당은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하고, 굿을 한다고 인생이 한 번에 풀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무당은 평생 제자를 1~2명만 키운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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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