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테일러(35·캐나다)의 퍼터를 떠난 볼이 한참을 구르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22m의 장거리 이글 퍼트가 69년간이나 맺혔던 캐나다 골프의 한을 푼 순간이었다. 닉 테일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총상금 900만달러)’ 연장 네 번째 홀(18번 홀, 파5)에서 22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69년 만에 캐나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서 우승한 캐나다인이 된 테일러는 이글 퍼트가 홀 안에 떨어지자 퍼터를 공중에 던진 뒤 캐디(데이브 마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이 장면을 기억하지 못했다.
1904년 시작해 내년 120주년을 맞는 이 대회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캐나다 선수는 19 54년의 팻 플레처였다. 플레처는 영국 태생이었고, 캐나다 출생 우승자로는 1909년과 1914년에 우승한 칼 케퍼가 유일했다.
지난달 12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오크데일 골프클럽&컨트리클럽(파72)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테일러는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고, 플리트우드와 17언더파 271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캐나다 오픈’ 숙원 풀어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최초
테일러, 플리트우드 모두 연장 첫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3차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건 연장 네 번째 홀이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테일러가 먼저 왼쪽서 오른쪽으로 휘는 22m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다.
버디 퍼트를 남겨놓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는 퍼팅할 필요가 없었다. 테일러의 이글 퍼팅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18번 홀 그린에 모인 수많은 캐나다 갤러리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동료 캐나다 선수인 마이크 위어, 코리 코너스, 애덤 해드윈은 테일러를 축하하기 위해 그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테일러의 절친한 친구인 해드윈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샴페인을 마구 뿌리다가 경비원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통산 3승째를 거둔 테일러는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믿기지 않는 느낌”이라며 “이 우승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이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PGA 투어서 119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을 노린 플리트우드는 버디 퍼트를 시도할 필요도 없이 그린을 벗어나야 했고, 대회 3연패에 도전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9위(12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성현(25)이 7언더파 공동 25위로 대회를 마쳤고, 노승열(32)이 5언더파 공동 38위, 강성훈이 1언더파 공동 57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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