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칼 물고 퇴장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어설픈 공격…지금부터 반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3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일요시사>와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전 전 위원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고맙고, 고생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녔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로 낙인찍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평소 조곤조곤한 성격이지만, 여러 난관들을 거치면서 ‘투사’적인 면모도 돋보였다. 

“차라리 잘 됐다.” 인터뷰 내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여러 고발과 의혹 제기가 전 전 위원장을 괴롭혀왔던 탓이다. 끝까지 버텼던 그는 “이제 반격할 차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일요시사>가 전 전 위원장을 만나 임기를 보내며 느낀 점, 감사원의 감사 관련, 포상금 문제, 앞으로의 행보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가 끝났다. 어떤 느낌이 드나?

▲시원하고,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든다. 일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서 굉장히 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에도 치열하게 일해왔다. 이런 점은 시원하다. 또 일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 싶었던 것들을 숙제로 남겨둬 서운하기도 하다. 권익위 직원들을 굉장히 고생시켰는데, 좀 미안하다.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가?

▲새벽에 간부들에게 전화해 업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 나는 일에 빠지면 정신없이 몰두하고 집중하는 성격이다. 일하는 도중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못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었다. 시간을 모르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이 미안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근태’를 문제 삼은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다. 실제로 나는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권익위는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였나?

▲해왔던 모든 경험을 농축해서 최상의 결과를 녹여낼 수 있는 자리라 천직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익위원장은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부패 방지 총괄 기관으로서, 행정심판법에 관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민원 해결에 있어 본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치료해줘야 하니 의사로서의 자질도 갖춰야 하는 곳이라고 늘 생각했다. 부처에 권고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조도 중요하다.

-다수 언론서 문제 제기한 부분은 역대 권익위원장 중 실적이 낮다는 점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실제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들 말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서 10년 만에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사안이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접속 수가 700만건에 그쳤지만, 이후에는 약 1300만건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업무들도 있었다.

일반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청렴 윤리경영 브리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권익위의 국민적 인지지도 높였다. 취임할 때만 해도 구독자가 3000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만명이 넘는다. 

경험 농축해 최상 결과 녹여낸 자리
비판 아닌 비난 하면서 사퇴 압박해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서 진보를 이뤘다는 건가?


▲그렇다. 행정심판 인용률을 높인 부분만 해도 알 수 있지 않나? 국민권익제도에 좀 더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위원장님들도 훌륭하지만,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성과가 낮다는 건 몇몇 국회의원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단지 양적인 수치 몇 개로 여론전을 펼쳐선 안 된다. 제도 개선들은 프로젝트로 보통 6개월서 1년 가까이 걸린다. 또 장기적이고 많은 기관들과 연관돼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도 국민적 측면서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효과를 본 프로젝트였다. 

-반면 감사도 꽤 오랜 기간 받았는데?

▲감사원,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조나 도움이 없는 상황이었다. 1년 동안 갖은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국무회의서 배제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업무보고를 하지 말란 소리다.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지난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이라 거기에 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을 위하는 기관은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가 더 중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인물을 임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물러나라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 그런데도 버텼다

▲국민의힘서 참 많이 물러나라고 말해왔다. 10명 이상으로 기억한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도 직원들과 간부들을 불러서 사퇴 압박을 했다. 권익위원장이 뭔가 허위로 내부에 거짓말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감사와 수사 요청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예 공개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탄원서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기관들이 이걸 확보하지 못하니까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권익위에 탄원서를 내놓으라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다.

감사원 행태 보니 분노 참을 수 없어
“가짜 소설 차라리 정교하게 던졌으면”

-감사원 감사 결과 불문 결정이 내려졌다. 어떻게 보나?

▲감사원 감사는 빈손 감사로 한마디로 실패했다. 처음에는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비위가 있다면서 감사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막상 10달 동안 감사한 결과는 권익위원장 개인 비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완전 실패다. 단 하나 탄원서를 써준 부분을 문제삼았는데 이것도 개인 비위가 아니다.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놨다. 감사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 공직자들이 공권력을 낭비하면서 손발을 묶고 일도 못 하게 했다. 임기가 정해진 권익위원장을 정권과 발맞춰 감사한 것 아닌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기관을 자기들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를 바 없다. 


-평소 격양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화가 많이 난 듯하다

▲조곤조곤 말하려 한다. 원래 투사형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세를 가지려는 성격이다. 감사원의 행태를 보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원에선 주심 패싱 논란도 일었다

▲조직이나 통상 국가기관의 결재 라인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현장 질서 문란이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뭐라도 있다고 포장해야 하는데 감사위원들이 불문 결정을 내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뭐라도 채워서 감사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감사위원들을 패싱하고 자신있게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법원으로 따지면 감사 결과 보고서 판결문의 최종 권한은 명백히 판사에게 있으며 법원 서기에게 있는 게 아니다. 이 같은 행태는 사무처가 마치 판결하는 판사나 주심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수처에 감사원을 고발했다


▲공수처에 표적 감사 및 직권남용 조작 감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감사 결과로 나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게 확인됐다. 조작 감사 부분도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면 공수처서 자신들의 후속 감사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정권 입맛대로 법치주의 무너뜨렸다”
“바다의 딸 경험 강력하게 발휘할 것”

-최근에는 포상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치권서 문제삼고 있는데…

▲신고자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기자회견을 보니 내가 그 신고자라는 사람과 기획해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자작극, 조작 행위로 이 역시 직권남용,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할 생각이다.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배후가 있다는 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돼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관여된 국회의원들도 함께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포상금 제도는 어떤 시스템인가?

▲우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포상금 지급은 권익위의 보상금 심의위원회서 결정한 뒤 전원위원회서 결정하는 구조로 위원장은 관여할 수가 없다. 이건 증거가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다. 차라리 잘됐다. 다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 카르텔’ 등의 용어를 써서 자꾸 키우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허무맹랑한 소설이다. 어설프게 던지려면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교하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위원장이니 결정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입할 이유 자체가 없는 게 이 신고가 접수된 건 내가 취임하기 이전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결탁해 포상금을 줄 이유가 뭔가?

전원위가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보고되는 게 아니다. 신고 사건이 이렇게 처리됐다는 보고는 최종적으로 올라온다. 지급하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건가?

▲이미 고소, 고발을 다 했다. 이 건은 막판에 자신들을 고발해달라고 들어왔으니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게 맞다.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당당하게 못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압박해 집권여당 대통령과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서 임명한 인사들은 임기 말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곤 하는데…

▲일반 행정부처들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맞다. 가급적이면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이 필요하다. 예외 기관이 있는데 선관위원장,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이 그렇다. 해당 기관들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도 지난 정권에 임명했었는데 왜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만 물러나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하고 충성을 맹세하니까 봐주는 건가? 기관을 정권 입맛대로 자신들의 잣대로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차기 권익위원장 내정자가 벌써 하마평이 돈다. 차기 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차기 위원장님께서 내가 열심히 지키려던 권익위의 독립성, 중립성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번 정권서 임명하지만, 위원장으로 오는 순간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 권익위 법에 정해져 있는 원칙 그대로,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워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는 권익위의 제일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국민 권익 구제 기능, 민원 해결, 제도 개선 이런 데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데 현장에 자주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퇴임 이후 일정은?

▲바다서 나고 자라 바다의 딸로도 불렸다. 경험과 경륜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국민이 나를 필요하다고 명령한다면 국민이 부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일단은 오염수 저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건 차후 수순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총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는 않았다. 정치가 모든 해결 방법의 마지막 길은 아니다.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 가능한 방법에는 포함되지만 다양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날 계획이 있나?

▲저를 권익위원장에 임명하신 분에게 퇴임 시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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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