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원장 위에 총장? 2인자 쥐락펴락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감사원의 하반기 감사 계획을 놓고 ‘보복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는 현 사태를 각각 전‧현 정부 탓으로 규정하고, 연일 정면충돌하는 형국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실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좌천 뒤 영전한 유 총장의 ‘복수혈전’에 중립·정중동이 사명인 감사원 전체가 흔들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5일 임명됐다.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직으로 사실상 좌천당한 지 5개월 만에 차관급인 사무총장으로 영전한 셈이다. 두 정권은 불과 반년 사이 유 총장에게 상반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정부 바뀌고
다시 돌아왔다

유 총장은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1997년 감사원에 전입해 이후 25년간 근속한 ‘감사통’이다. 그동안 공공기관감사국장·심의실장·지방행정감사1국장·국방감사단장·IT감사단장 등 감사원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평가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유 총장 임명 당시 “국가‧사회적 현안 관련 또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감사를 주도적으로 지휘해 문제를 해결해와 감사원의 신뢰를 높였다”며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통해 조직적인 감사 증거 은폐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제성이 졸속으로 평가돼 조기 폐쇄 결정됐음을 밝혀 원칙주의자로서의 강직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서울교통공사 등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친인척 채용 실태를 파헤쳐 위법부당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사례 등 원칙과 상식에 벗어난 공공기관 인사에도 제동을 건 바 있다”며 “확고한 소신과 함께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감사원을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 정부 때와는 정반대의 평가다. 감사원이 언급한 두 사건은 모두 문재인정부 때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을 정조준한 감사였다. 유 총장은 25년간 감사원에 근무하면서 두 번의 좌천을 맛봤다. 각각의 사건을 파헤친 뒤, 유 총장은 비(非)감사 부서로 보내졌다.

그는 2019년 9월 지방행정감사1국장 시절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비리’를 밝혀내고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유 총장은 같은 해 12월 심의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듬해 4월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의해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복귀했다. 난항을 겪고 있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전 감사에 구원 등판한 것.

유 총장은 전면 재감사를 단행했고, 그해 10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했다. 담당 국장 중징계 처분 요구와 포렌식 복구 절차가 이어졌다.

유 총장은 지난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또다시 좌천당했다.

‘인사보복’이라는 비판이 일자, 당시 감사원은 “본인이 원해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 총장은 “‘희망을 당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며 인사보복이 실재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 총장은 지난 6월15일 취임식에서 “새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대한민국호가 물가 등 경제적 난제, 사회통합 등의 격랑을 헤치고 미래로 순항할 수 있도록 우리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중심으로 밥값(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문화개혁’을 천명했다. 그는 “앞으로 전략과 방법론, 고민 없는 계획서·보고서 등이 얼렁뚱땅 결재·시행되는 일이나 그렇게 일하는 간부가 감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우물쭈물할 이유가 없다. 특히 간부가 제대로 감사지휘를 하지 못한 채 현재나 미래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순리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감사원 안팎에서는 “개원 이래 가장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유 총장이 지난달 초 간부회의에서 “악폐 진상규명을 시리즈로 해나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고 밝힌 일화가 흘러나오면서다. 

감사원 25년 근속…요직 거친 ‘감사통’ 
문정권서 두 번 좌천, 윤정권에선 영전

일전에 유 총장은 문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 관한 잘못을 덮었다는 의혹을 ‘악폐’로 규정한 바 있다. 연루된 감사원 간부와 직원 5명은 감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 총장의 ‘시리즈’ 발언은 전 정권 의혹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총장은 “향후 인사에서 감사교육원 공간을 빌려 (국·과장이)재충전과 성찰을 하도록 할 것이고, 성찰한 순서대로 (감사 부서로)복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유 총장 뜻에 따라 국·과장 100여명 중 능력이 애매한 간부를 최대 30명까지 재교육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복귀 기준으로 제시한 ‘성찰’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를 들어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선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유 총장은 “전 간부, 전 직원이 곧 인사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안 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심한 경우 형사처벌로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유 총장 말대로, 이달 초 감사원은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국·과장급 간부 인사는 승진 59명, 전보 90명 규모다. 

이 같은 유 총장 방침에 대한 감사원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히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과 “공포 통치 수준”이라는 비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감사원은 끊임없이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에선 감사원을 ‘윤정부 최전방 공격수’로 지칭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 초기 ‘죽은 권력’을 향해 ‘칼춤’을 추는 주체는 대대로 검찰이었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규모 피바람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검수완박으로 직격탄을 맞은 윤정부는 검찰 대신, 감사원을 ‘칼잡이’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총장 영전 뒤에는 이 같은 맥락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전 정권 정조준
중립 위반 시끌

게다가 최재해 감사원장의 실언이 논란을 키웠다. 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받던 중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권은 이 발언을 빌미로 감사원 중립성 논란 맹공에 나섰다.

일각의 지적대로, 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이후 전 정권 관련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관해 국방부와 해경을 시작으로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해양수산부·통일부 등 9개 정부 부처·기관을 현장 감사 중이다.

문정부 인사가 남아 있는 국민권익위에도 강도 높은 감사가 시행됐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 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개인 SNS에서 “권익위 직원에 대한 괴롭히기식 불법 감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상습 지각 등 제보’라는 억지 이유로 시작된 감사가 부위원장들과 수행원들 근태, 권익위 직원과 권익위 업무 전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는 처음부터 고래 잡기를 작정하고 망신주기나 겁박으로 사표를 내도록 압박하거나 임기 포기를 종용하는 사퇴 겁박용 표적 감사”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고래’란 고위 공직자가 연루되거나 규모가 큰 사건을 의미한다. 감사원에서 통용되는 은어는 아니지만, 유 총장이 자주 쓰는 말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올린 게시글에선 “(권익위 감사에)감사원 컴퓨터 포렌식 조사까지 동원됐다”며 “먼지 한 톨이라도 찾아낼 기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익위 업무가 마비됐다. 직원들이 4주째 감사에 대응하느라 사실상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직원 사이에 두려움이 소리 없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감사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과 국민권익위 모두 문정부 인사가 수장으로 있었거나 정권교체 후에도 남아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병무청,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선관위 감사가 입방아에 올랐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시간에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걷어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자료수집 등 본격적인 감사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 대신
칼춤 추나

감사원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회계 집행뿐 아니라 선거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하반기 감사 운영 계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감사 계획에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코로나 백신 수급 등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 포함됐다. 앞서 무분별한 추진으로 잡음이 일었던 태양광 사업 및 백신 도입 지연 사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문정부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 1년 반 만에 감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례 없는 전방위 감사가 예고되면서 편파·표적 감사 의혹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앞서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감사위원이 특정 정책이 불과 1년 반 만에 다시 감사 대상에 오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유 총장은 ‘보복 감사’ 논란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 총장은 지난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왜 그랬는지 사실관계를 엄밀히 밝혀야 하지 않나. 감사원은 원리·원칙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기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게 있으면 벌주는 게 왜 보복인가.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것과 같다”며 “안 하는 게 직무 유기다.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총장은 “한국의 중요 이슈에 대해 감사원은 해야 할 일, 잘하는 일을 하는 거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본래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에 이은 조직 내 2인자 자리다. 하지만 정·관계는 유 총장을 ‘원장까지 제친 실세’로 보고 있다. 최근 단행된 감사원 내부 개혁과 전 정권 감사 드라이브를 모두 유 총장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유 총장이 감사원 내 특별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것이 감사원 ‘집안싸움’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정중동’ 칼자루 입맛따라?
표적 수사·특별 감찰 논란

최 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 총장에 대한 특별감찰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유 총장이 공공기관 감사국장 시절 행동강령 위반으로 신고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고서가 접수된 걸로 알고 있다.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2020년 당시 유병호 공공기관 감사국장의 직속 부하들이 유 총장을 신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기업 경영평가, 실태감사를 하면서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고 배경은 ‘맞불 감찰’이다. 유 총장은 감사원 K 과장 등 5명을 지난달 초 직위해제하고 이들을 감찰해왔다. 유 총장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봐주기 감사, 즉 ‘악폐’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었고, 결국 K 과장이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이다. 

‘유 총장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 총장의 고압적인 태도는 내부 직원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익명 비판을 입막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초 내부망에 익명게시판 ‘감나무숲’을 개설했다.

내부 문제를 직원끼리 자유롭게 논의하라는 취지였다. 지난 6월 유 총장이 취임한 이래로, 감나무숲에 조직 운영 방향을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 게 발단이 됐다.

비판 글은 유 총장이 회의 때 “(감나무숲의)명예훼손 글은 디지털 포렌식을 해서 고발하겠다”고 발언한 뒤 그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측은 “유 총장은 ‘익명성에 기댄 비방을 자제하고,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요청하면 법률 지원 등을 하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오해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유 총장과 감사원을 둘러싼 정치권 충돌 역시 날로 격화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행보를 겨냥해 ‘정치 보복성 감사’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비판이 사실 왜곡이라며 감사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권익위·방통위 같은 전 정권의 임기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표적 감사는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며 “고발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더니, 윤석열정권에서 권력기관은 법보다 충성이 먼저인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같은 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감사원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전면 대응에 나설 것이다. 감사원은 민주당의 집중 감사 대상”이라며 “특히 (감사원 실세)유 총장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은, 강경 발언의 연속이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서 “문정부가 마땅히 했어야 할 감사를 그냥 넘어갔기 때문에 윤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정기관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한통속?
폭풍전야

그는 “백신 수급도 제대로 못한 코로나 대응,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은 공수처, 대선 때 소쿠리 투표함을 내민 선관위까지 모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얼마나 지은 죄가 크면 감사원의 상시적 업무까지 경기를 일으키고 발목 잡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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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