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민국 뒤흔든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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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많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자녀사랑'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 조카며느리와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녀의 허위 국적 취득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자녀 '국적세탁'까지 하는 마당에 대학 등록금 2~3배가 넘는 학비는 국내 유력층 인사에게 '껌값' 수준이었다.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지난 9월24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조서류를 통해 자녀를 외국 국적으로 '국적세탁'을 한 혐의를 포착,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유력 가문
줄줄이 소환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며느리다. 박씨의 남편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조카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자 김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내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중남미국가인 과테말라의 가짜여권을 만들어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뒤, 관련서류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외국인학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인 박씨의 둘째언니도 같은 수법으로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언니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동생 박씨가 언니로부터 브로커를 소개받아 가짜여권을 만든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동화면세점 전무의 부인도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며,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아들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며느리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허위로 외국 국적을 취득,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5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입학요건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허위 취득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들을 적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본격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유학원 대표 A씨와 이민알선업체 대표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이민알선업체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 유학원 등 2~3곳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료를 분석했다.

재벌가 정관계 부유층 학부모들 줄소환 '충격'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1억원을 받고 자녀가 브라질·시에라리온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현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A씨 등에게 서류 위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중남미국가에 2~3일 단기 체류하면서 시민권 증서 위조와 여권을 발급받은 뒤 국내로 돌아와 국적을 포기하는 수법으로 부정입학 했다.

일부 학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이들 나라의 위조여권을 구해 국적 포기 절차도 없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이 만든 가짜서류를 이용해 실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했고 문제가 발생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혐의가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일일이 대조한 끝에 9월11일부터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의뢰한 혐의로 학부모 60여 명을 집중 소환해 조사해 왔다.

2~3일 단기체류로
하루아침에 국적포기

수사 대상 학부모들은 재벌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아들, 며느리, 투자업체 대표, 골프장 소유주, 병원장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서류들을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1차 소환대상 학부모들을 매일 1~2명씩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고, D그룹 회장의 3남인 D중공업 상무와 부인 박모씨는, 부인 박씨의 몸이 아파 소환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둘째 딸과 재벌가인 또 다른 H그룹 창업주 3세의 두 아들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다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만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3년 거주'라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씨는 "딸이 외국인학교에 지원해 다니기는 했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통보가 있어 그만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전씨 딸의 입학지원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전씨와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조사대상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대체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며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국인학교 입학방법을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브로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혐의 부인
검찰 혐의입증 자신

일부 학부모들은 유학원 형태의 회사 소속의 브로커들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점을 감안할 때 브로커에게 속아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메일과 현금거래 내역 등을 통해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학교는 모두 51곳, 이 중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49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9개 학교의 한 해 평균 학비는 1618만원. 국내 대학들의 1년 등록금 평균은 670만원으로 2.4배가 비싸다.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난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의 경우 1년 학비는 3449만원이고 이 중 수업료는 2400만원이다. 역시 부정입학 수사선상에 오른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수업료가 2290만원, 중·고등학생 수업료는 2385만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수업료 1200만원, 입학금 300만원, 스쿨버스비 240만원, 식비 80만원, 기숙사비 800만원 등 모두 26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까지 비리폭풍 휩싸여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

외국인학교들은 학비가 비싼 이유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든다. 또한 각 외국인학교는 보통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최신식·최첨단 강의실과 값비싼 기자재 등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에 한몫 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학교를 자연스럽게 국내 부유층 인사 자녀들의 해외 조기유학 대체제로 변질시켰다. 실제로 전국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 입학제한비율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생보다 한국인학생이 더 많은 곳이 전체 24.5%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무려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 의정부 소재의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역시 현원 28명 중 31명(81.6%)이 한국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외국인학교는 현원 84명 중 67명, 하이메르 국제학교는 현원 206명 중 145명,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는 현원 56명 중 39명이 한국인 학생이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해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보니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과 행태는 사회기강 차원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관련 학교와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김 총리 인척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총리 조카며느리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을 통할하고 공직자들의 표상이 돼야할 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

또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주변마저 이러한데 과연 공직자와 부유층의 부정입학 실태는 얼마나 될지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해있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정권교체기를 맞아 공직자들 또한 구시대와 절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김 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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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