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돈봉투·코인…’ 민주당 잡을 4번째 스캔들

태양광 게이트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의 정책이 또 한 번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표적이 됐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윤석열정부의 1년을 되짚는 과정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문재인정부 지우기’다. 윤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서 문정부의 정책을 손보고 있다.

취임 1주년
흔적 지우기

문정부의 주력 정책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 법안을 시행령을 통해 일정 정도 무력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통과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안을 공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내각 조각 과정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문정부서 증발했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시켰다. 검찰의 권한이 다시 커지면서 그 칼끝은 문정부로 향하고 있다.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 하면서 ‘중립외교’ 정책을 고수했다. 일본과는 ‘등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반면 윤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외교정책 방향을 잡았다. 문정부의 ‘친중’ 스탠스를 뒤엎고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의료 정책도 뒤집혔다. 2017년 8월 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초음파와 MRI 검사 급여 기준을 중증질환서 일반 질환으로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문정부의 의료정책을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보건복지부는 뇌·두경부 MRI 급여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정부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사정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있다. 문정부서 이미 결론을 내린 서해공무원 피살‧귀순어부 강제북송 사건이 윤석열정부 취임과 동시에 다시 불거졌다. 특히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결론이 뒤집힌 것은 물론 문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
군산시장 포함해 13명 수사 의뢰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정부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서 또 다시 문정부 시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 감사원 그물망에 걸렸다. 문정부는 임기 초부터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 관련 지원이 두드러졌는데, 이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비리 혐의가 발견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전직 과장 2명 등 총 13명이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외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했다.  


감사원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서 민간업체와 산자부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300㎿ 규모의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곳이다. 

이미 많은데
거듭된 악재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개발을 추진하던 부지의 1/3가량이 ‘목장용지’로 돼있어 토지용도를 변경해야 했다. 해당 기업은 주민 등의 반대로 태안군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산자부서 유권해석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으로부터 다른 산자부 과장을 소개받아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청탁했다. 산자부의 두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청탁을 받은 과장은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산자부 과장 1명은 이 기업 대표이사로, 또 다른 과장은 이 기업의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부지가 목장용지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100억원이 뛰었다. 또 개발업체는 허가가 지연될 때 내야 하는 지연이자 45억원을 굳혔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8000만원도 아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을 밀어주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업이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 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군산시는 최소 연 1.8%p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부처 과장에
지자체장까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곳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북대 교수도 감사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해당 교수는 개발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시행사가 이 교수 회사의 발전 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경우다.

감사원은 한전 등 유관기관 8곳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 도중 한국전력, 한전 발전 자회사, 지자체 공무원 등의 건강보험 가입 이력 자료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사결정 라인 감찰” 지시
야, ‘총선 악재 될라’ 전전긍긍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지자체장 등 민간업자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 과정서 대거 드러난 비리 혐의와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의사결정 라인을 지목한 것인데 조사가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에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에 대한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사원서 감사했지만 미처 못한 것을 공직감찰 차원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강경성 산자부 2차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공식 만남을 가진 강 차관은 감사원 감사에 산자부가 연루된 점에 대해 개인 비위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 차관은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로서 죄송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견된 여러 문제점 등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생에너지 확산·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예산이나 보조금이 많이 늘지 않았나. 감사원이 산자부에 지적한 것은 개인 비위”라며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위법, 부당, 직권남용 등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에 윤 대통령의 감찰 지시 등 문정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여야는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셈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태양광 비리 의혹이 ‘제2의 대장동 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나 감찰 과정서 혹여나 정치인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번 ‘태양광 비리 카르텔’의 본질은 사실상 당시 문정권이 판을 벌여줬고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는 산자부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기관, 그리고 눈먼 돈을 보고 모여든 태양광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태양광 이권 트로이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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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