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의 모든 나라는 마약과 전쟁을 벌이는 걸까? 아마도 범죄와의 관련성 때문일 것이다.
마약 관련 제조·소지·판매·복용 등 모든 행위는 대부분의 국가서 범죄로 규정된다. 마약 복용자는 약물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강도와 같은 범행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다수 범죄 통계는 마리화나·코카인 복용자가 일반인보다 범행할 개연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남녀 모두 체포된 범법자들 중에서 적게는 40%서 많게는 85%에 이를 정도가 약물 검사 양성 반응을 보였다거나, 교도소 수형자 중 30~40%가 범행 당시 약물의 영향 하에 있었다는 미국의 통계는 마약과 범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만 마약과 범죄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범죄는 다양한 요인에서 초래되기 때문에, 마약이 그 원인이라고 해도 그런 다수 원인, 요인의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게다가 마약범죄는 대표적인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s)’여서 암수 범죄의 규모가 상당하고, 이런 이유로 실체를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범죄와의 관계를 정확히 규정짓기 어렵다. 마약과 범죄는 관계가 있지만, 그 관계는 단순한 상관관계(correlation)이지 인과관계는 아니어서, 약물의 오남용이 그 사람이 장래 범행할 것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약과 범죄의 관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약물 남용자가 거치게 되는 사회적 변화일 것이다. 약물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동기의 변화인데, 중독이라는 동기는 그 대가가 어떤 것이라도, 심지어 범죄일지라도 감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마약의 부작용은 마약 복용, 중독자의 생활 유형이며, 이를 보여주는 실제 범죄 통계일 것이다. 대체로 마약과 범죄는 일탈적 생활 유형의 보편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마약 복용자, 특히 중독자가 합법적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범죄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상황에 노출되기 쉬워서 범죄나 불법 활동에 가담할 개연성과 그 빈도가 증대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약물에 중독되면 사람들은 그 극복기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고, 약물은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인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약물에의 지나친, 극단적인 동기와 그와는 반대로 약물 외의 다른 어떤 것, 특히 합법적 활동 등에 대한 동기의 결여와 마음가짐의 변화는 그 사람의 직업, 가정, 재정 등 약물 남용 이전에는 안정적이었던 거의 모든 것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각종 증거들은 약물 오남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범행할 개연성이 더 높고, 실제로 체포된 범법자와 수형자 상당수가 범행 시 약물의 영향 하에 있었으며, 마약 밀반입이나 거래 등이 폭력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약물 오남용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나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정확하고 믿을만한 정보와 통계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마약과 범죄는 인과관계가 입증될 수 없어 그 관계를 계량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둘 사이엔 적어도 상관관계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