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안철수 테마주’ 땜에 쪽박 찬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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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때밀이로 번 생명줄 같은 돈인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증권가에 모럴해저드 ‘광풍’이 불고 있다. 벤처 대부였던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이 ‘안철수 테마주’로 부각돼 주식가치가 급등하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모조리 팔아넘겨 막대한 차익을 챙긴 것이다. 안철수 대선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기 꼭 5일전이었다. 눈뜨고 코가 베인 개미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전형적인 ‘막장드라마’를 향해가고 있는 미래산업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2100원에 그동안 목욕탕 때밀이해서 번 돈 4100만원 부었다가 이게 무슨 낭패입니까? 저는 4100만원 벌기 위해서 4년을 고생했는데 현재 1470만원.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억장이 무너집니다. 손녀 2명과 지하 전세방에서 사는 딸이 ‘아빠, 돈 1000만원만 빌려줘’ 할 때 빌려 줄 것을….”

“제발 팔게 좀 해주시지. 결혼자금 다 날리겠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명절에 부모님, 조카들 용돈은커녕 받아야 할 지경이네.”

“지금 죽으러 갑니다. 평단(평균 매수단가) 2062원. -65.32%. 고통 없이 편하게 죽는 방법 알려주세요.”

개미투자자들 ‘멘붕’

최근 미래산업 투자자들의 ‘멘붕(멘탈붕괴) 스토리’가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벤처황제주이자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미래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 포털사이트 미래산업 주식 게시판 종목 토론방에는 개미투자자들의 눈물 섞인 사연이 1분 단위로 업데이트 된다. 하루 게시글만 수천 건에 달한다. 매도주문은 연일 쇄도하는 가운데 매수주문이 없어 발목이 잡혔다는 사연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진행상황 분석 등도 전해지고 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200원대의 ‘동전주’에 불과했던 미래산업 주가는 최대주주인 정 고문이 안철수 대선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직상승했다. 안 후보가 정 고문이 낸 300억 기금으로 만들어진 ‘KAIST 정문술 석좌교수’를 지냈다는 점, 안 후보가 정 고문을 ‘멘토’로 꼽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8월 한 달 사이 미래산업 주가는 상한가만 9번 기록했고, 10% 이상의 급등도 3번을 기록하면서 무려 400% 가까이 올랐다. 평균 5000만 주에 불과하던 하루 거래량이 1~2억 주로 치솟았다.

개미투자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모아둔 결혼자금, 전세금,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감행한 사람도 있었다. 매출액 192억원에 영업손실 50억원. 올해 상반기 미래산업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고 올라갔다.

이 와중에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13일 갑자기 상승폭이 줄어들더니 다음 날인 14일, 최대주주인 정 고문은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팔았다. 단 하루 주식매매로 400억 원을 현금화했다. 테마주로 부각되기 전 정 고문의 지분가치는 불과 70억원 안팎.

그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양분순씨도 보유 중이던 139만여 주를 1900원대에 나란히 팔아치웠다. 권순도 대표와 권국정 사외이사 등 주요 임원들도 주식매도에 동참했다. 정확히 안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 5일 전이었다.

“철수와 인연” 소문만 있어도 테마주 둔갑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던 ‘먹튀’ 시나리오


개미투자자들은 뒤늦게 “대주주와 이사들, 세력 간의 철저한 계획하에 마무리된 시나리오”라고 분노했다.

“9월 3일 정기훈 전무이사 5만7980주 매도, 10일 김효원 이사 2만7000주 매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력물량정리가 들어간다. 1차적으로 13일 세력의 일부가 매도되고, 2차적으로 14일 대주주 외 3명의 물량을 장내 매도한다. 공시는 5거래일 안에만 하면 되니 3차적으로 17~18일 마지막 세력들의 물량이 정리된다. 17일 엄청난 물량을 장내매도 하기 위해서 ‘이사 5명의 주식매수공시’를 내고 이는 세력과 대주주 물량을 매도하기 위해 사전에 공시 낼 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19일, ‘최대주주변경’ 공시가 뜬다. 이후 주가는 급락수준으로 빵빵 떨어졌다. 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순식간에 600원대로 하락. 결론은 이제 세력은 굿바이. 남은 건 미련을 남기고 매각 안하고 오르겠지 하고 기다린 개미들만 몰렸다. 추석까지는 하한가 칠 것 같고 그 후로도 미래산업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 되자, 투자자들은 ‘개미지옥에 빠졌다’며 연일 단체행동을 소집하고 있다. ‘미래산업소액주주연합’이라는 카페에는 이미 하루만에 300여 명이 가입했고 소액주주운동을 대행해주는 네비스탁에 의뢰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이미 지분 300만 주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네비스탁을 통해서 소액주주연합의 최대주주 등재로 주가상승을 견인한 기업이 있다”며 “지분확보 600만 주 이상이 이루어지면 네비스탁에서 최대주주 공시를 도와줄 것이고 일단 최대주주로 등재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자”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4일 정치테마주에서 발생한 손실의 99% 이상을 개인투자자가 떠안았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정 고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행위 자체는 도덕적 문제일 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기 때문.

이와 관련해 정 고문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미래산업을 도박장으로 만든 정치테마주 투기꾼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히자 개미투자자들은 더더욱 멘붕에 빠지고 있다.

작전, 테마주의 말로

한 투자자는 “경기침체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주식으로 작게나마 보탬이 되려고 했는데 씁쓸하다. 주식을 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느낀 점이 많다.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부릴수록 시장은 개판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두 번의 사업실패로 가족들과 함께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던 정 고문. 그랬던 그가 만들어낸 막장드라마 치고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돈 앞에 장사 없다더니 돈 앞에는 벤처대부도 어쩔 수 없나보다.

<정문술 고문 ‘파란만장 인생사’>

두 번의 사업실패…자살결심까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938년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난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그는 40대 중반에 18년간 몸담았던 중앙정보부 과장직에서 강제 퇴직 당한 뒤 전 직장동료의 소개로 풍전기공이라는 금형회사에 퇴직금의 반을 투자해 동업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그 후 1983년 전세금 3000만원짜리 공장을 얻어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부푼 꿈으로 도전한 첨단 웨이퍼(반도체의 가장기본소자인 웨이퍼의 불량 여부를 검사 하는 것)는 18억원이란 빚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기계는 만들어졌으나 웨이퍼검사 시간이 숙달된 기술자보다 4배나 걸렸던 것. 두 번째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정 고문은 가족과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서 재기를 결심했고 ‘테스트 핸들러’라는 반도체 불량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반도체 업체들이 전량을 수입해오던 이 장비의 개발은 미래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1년 6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감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KAIST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던 그는 이번에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하던 미래산업 지분의 전량을 매도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의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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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