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안철수 테마주’ 땜에 쪽박 찬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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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때밀이로 번 생명줄 같은 돈인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증권가에 모럴해저드 ‘광풍’이 불고 있다. 벤처 대부였던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이 ‘안철수 테마주’로 부각돼 주식가치가 급등하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모조리 팔아넘겨 막대한 차익을 챙긴 것이다. 안철수 대선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기 꼭 5일전이었다. 눈뜨고 코가 베인 개미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전형적인 ‘막장드라마’를 향해가고 있는 미래산업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2100원에 그동안 목욕탕 때밀이해서 번 돈 4100만원 부었다가 이게 무슨 낭패입니까? 저는 4100만원 벌기 위해서 4년을 고생했는데 현재 1470만원.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억장이 무너집니다. 손녀 2명과 지하 전세방에서 사는 딸이 ‘아빠, 돈 1000만원만 빌려줘’ 할 때 빌려 줄 것을….”

“제발 팔게 좀 해주시지. 결혼자금 다 날리겠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명절에 부모님, 조카들 용돈은커녕 받아야 할 지경이네.”

“지금 죽으러 갑니다. 평단(평균 매수단가) 2062원. -65.32%. 고통 없이 편하게 죽는 방법 알려주세요.”

개미투자자들 ‘멘붕’

최근 미래산업 투자자들의 ‘멘붕(멘탈붕괴) 스토리’가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벤처황제주이자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미래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 포털사이트 미래산업 주식 게시판 종목 토론방에는 개미투자자들의 눈물 섞인 사연이 1분 단위로 업데이트 된다. 하루 게시글만 수천 건에 달한다. 매도주문은 연일 쇄도하는 가운데 매수주문이 없어 발목이 잡혔다는 사연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진행상황 분석 등도 전해지고 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200원대의 ‘동전주’에 불과했던 미래산업 주가는 최대주주인 정 고문이 안철수 대선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직상승했다. 안 후보가 정 고문이 낸 300억 기금으로 만들어진 ‘KAIST 정문술 석좌교수’를 지냈다는 점, 안 후보가 정 고문을 ‘멘토’로 꼽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8월 한 달 사이 미래산업 주가는 상한가만 9번 기록했고, 10% 이상의 급등도 3번을 기록하면서 무려 400% 가까이 올랐다. 평균 5000만 주에 불과하던 하루 거래량이 1~2억 주로 치솟았다.

개미투자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모아둔 결혼자금, 전세금,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감행한 사람도 있었다. 매출액 192억원에 영업손실 50억원. 올해 상반기 미래산업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고 올라갔다.

이 와중에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13일 갑자기 상승폭이 줄어들더니 다음 날인 14일, 최대주주인 정 고문은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팔았다. 단 하루 주식매매로 400억 원을 현금화했다. 테마주로 부각되기 전 정 고문의 지분가치는 불과 70억원 안팎.

그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양분순씨도 보유 중이던 139만여 주를 1900원대에 나란히 팔아치웠다. 권순도 대표와 권국정 사외이사 등 주요 임원들도 주식매도에 동참했다. 정확히 안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 5일 전이었다.

“철수와 인연” 소문만 있어도 테마주 둔갑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던 ‘먹튀’ 시나리오


개미투자자들은 뒤늦게 “대주주와 이사들, 세력 간의 철저한 계획하에 마무리된 시나리오”라고 분노했다.

“9월 3일 정기훈 전무이사 5만7980주 매도, 10일 김효원 이사 2만7000주 매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력물량정리가 들어간다. 1차적으로 13일 세력의 일부가 매도되고, 2차적으로 14일 대주주 외 3명의 물량을 장내 매도한다. 공시는 5거래일 안에만 하면 되니 3차적으로 17~18일 마지막 세력들의 물량이 정리된다. 17일 엄청난 물량을 장내매도 하기 위해서 ‘이사 5명의 주식매수공시’를 내고 이는 세력과 대주주 물량을 매도하기 위해 사전에 공시 낼 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19일, ‘최대주주변경’ 공시가 뜬다. 이후 주가는 급락수준으로 빵빵 떨어졌다. 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순식간에 600원대로 하락. 결론은 이제 세력은 굿바이. 남은 건 미련을 남기고 매각 안하고 오르겠지 하고 기다린 개미들만 몰렸다. 추석까지는 하한가 칠 것 같고 그 후로도 미래산업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 되자, 투자자들은 ‘개미지옥에 빠졌다’며 연일 단체행동을 소집하고 있다. ‘미래산업소액주주연합’이라는 카페에는 이미 하루만에 300여 명이 가입했고 소액주주운동을 대행해주는 네비스탁에 의뢰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이미 지분 300만 주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네비스탁을 통해서 소액주주연합의 최대주주 등재로 주가상승을 견인한 기업이 있다”며 “지분확보 600만 주 이상이 이루어지면 네비스탁에서 최대주주 공시를 도와줄 것이고 일단 최대주주로 등재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자”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4일 정치테마주에서 발생한 손실의 99% 이상을 개인투자자가 떠안았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정 고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행위 자체는 도덕적 문제일 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기 때문.

이와 관련해 정 고문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미래산업을 도박장으로 만든 정치테마주 투기꾼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히자 개미투자자들은 더더욱 멘붕에 빠지고 있다.

작전, 테마주의 말로

한 투자자는 “경기침체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주식으로 작게나마 보탬이 되려고 했는데 씁쓸하다. 주식을 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느낀 점이 많다.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부릴수록 시장은 개판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두 번의 사업실패로 가족들과 함께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던 정 고문. 그랬던 그가 만들어낸 막장드라마 치고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돈 앞에 장사 없다더니 돈 앞에는 벤처대부도 어쩔 수 없나보다.

<정문술 고문 ‘파란만장 인생사’>

두 번의 사업실패…자살결심까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938년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난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그는 40대 중반에 18년간 몸담았던 중앙정보부 과장직에서 강제 퇴직 당한 뒤 전 직장동료의 소개로 풍전기공이라는 금형회사에 퇴직금의 반을 투자해 동업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그 후 1983년 전세금 3000만원짜리 공장을 얻어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부푼 꿈으로 도전한 첨단 웨이퍼(반도체의 가장기본소자인 웨이퍼의 불량 여부를 검사 하는 것)는 18억원이란 빚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기계는 만들어졌으나 웨이퍼검사 시간이 숙달된 기술자보다 4배나 걸렸던 것. 두 번째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정 고문은 가족과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서 재기를 결심했고 ‘테스트 핸들러’라는 반도체 불량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반도체 업체들이 전량을 수입해오던 이 장비의 개발은 미래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1년 6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감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KAIST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던 그는 이번에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하던 미래산업 지분의 전량을 매도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의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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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