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작전세력에 휘말린 임창정

공모자? 피해자? ‘뭐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가수 임창정이 주가조작, 이른바 ‘작전’에 휘말렸다. 지난달 말 터진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들과 임창정 간의 연결고리가 포착된 것이다. 다만 임창정은 연일 “자신 역시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 역시 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 하지만 임창정을 단순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 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게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연속 하한가(이틀 연속 하한가 6개, 사흘 연속 하한가 4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된 탓이다. 그 배후에는 다단계 주가조작이 있었고, 피해자는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작전’ 공모자와 피해자 그 사이 어딘가에, 가수 임창정이 있었다.

주가조작
통정거래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은 주가조작 소식을 전하며, 임창정도 일당에 돈을 맡긴 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뉴스룸> 측에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일당에게 돈을 맡겼다.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YES IM 엔터테인먼트’ 지분 절반을 50억원에 넘기는 대신, 그중 30억원을 다시 투자한 것이다. 돈은 15억원씩 나눠 자신과 부인의 증권사 계정에 넣었다. 일당에 부부 신분증도 맡겨 쉽게 대리 투자가 가능하도록 돕기도 했다.

임씨는 <뉴스룸>이 공개한 녹취서 “어떤 종목인지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게 되니까 이익이 좋고 수익이 났다고 하니 좋겠다 해서 (맡겼다)”거나 “매출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너무 낮게 책정된 회사,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한다고 했다. 그게 멋있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말 임씨 말대로 ‘투자 위임’이 이뤄진 것이라면, 금융실명제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합법적인 투자 대행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이 아닌, 신분증 원본과 계좌를 모두 넘겨주는 일은 드물다. 

실제로 금융‧사정당국은 일당이 불법 매매행위인 ‘통정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거래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가리킨다. 일당은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임창정은 “그게 규칙인 줄 알았다, 주식을 모르니까 그렇게 다 해주더라”며 “돈 많으신 회장님들도 개인 돈을 불려준다고 하니까 (하라는 대로 했다)”라고 항변했다.

본래 임씨가 투자했던 30억원은 불과 한 달 만에 58억원까지 불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큰손들도 크게 한 번에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수익이 당연한 줄 알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SG증권 ‘하한가 사태’ 연루돼 진땀
“나도 피해자” 주장에 싸늘한 반응

부부는 이때 주식을 매도했다면 약 2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매도하지 않았다.

이후 일당은 부부 계좌를 통해 약 84억원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매수까지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임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계좌 잔고는 이미 음수다. 그는 자신이 이번 투자로 약 60억원의 빚을 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부부에게 개인적으로 다 차압이 들어올거다. 이제 그 딱지 붙으면 빚 다 갚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찌감치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대로, 언론 인터뷰서 일당의 자금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당이 작전에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융‧사정당국은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통정거래 의혹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금지행위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일당으로 의심되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랐다고?
“못 믿겠다”

일단 수사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필요에 따라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거나 도주‧증거인멸이 예상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증권선물위원장 결정으로 수사기관에 신속한 이첩을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졌을 때 패스스트랙 이첩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임씨의 주장과 달리,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그의 해명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일당이 투자금을 2배로 불렸을 때는 그것을 “당연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다가, 주가가 급락하니 “나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자체가 비상식적임에도,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엔 “‘주식이나 사업 자체에 무지했다’는 임씨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임씨가 소속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임씨가 사회적 비난을 완전히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임씨로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임씨가 데뷔시킨 신인 걸그룹 ‘미미로즈’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팔더니…

임씨는 자신의 대표곡 ‘소주 한 잔’ 등 160여곡의 저작권을 팔 정도로 사활을 걸고 미미로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채널A <뉴스A> 인터뷰서 “170곡을 매각했다. 걸그룹, 보이그룹을 만들어 내보낼 계획이었는데 첫 팀이 3년 동안 발이 묶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돌아가야 하지 않나. 경비가 계속 들어가고 월급은 줘야 했다. 직원도 많아서 제가 벌어야 했다. 우리 회사의 소속 가수가 저뿐이었는데 행사가 다 끊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콘서트 대금을 먼저 받아서 그걸로 계속 버티고, 그동안 모았던 땅 팔아서 좀 버티고 그렇게 계속 버텼다. 저는 오히려 (저작권)을 팔아서 내가 원하는 어떤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미로즈는 데뷔 초반 임씨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일명 ‘임창정 걸그룹’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미로즈는 데뷔 단 7개월 만에 되레 ‘대표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임씨는 인터뷰서 “우리 걸그룹(미미로즈)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속사 지분 절반이 주가조작 일당에게 넘어간 상황인 만큼, 추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가수, 걸그룹, 직원들도 연쇄 피해
미필적 고의로 같이 처벌 가능성도

미미로즈는 지난해 9월16일 발표한 데뷔 앨범 ‘어썸(AWESOME)’ 활동 이후엔 주로 자체 콘텐츠와 브이로그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 특별히 주목할만한 활동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었다. 일반적인 신인 그룹의 활동 주기 대로라면 복귀가 점쳐질 시점이지만,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측은 오는 7월 미미로즈 복귀가 예정돼있었으며, 이는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회사 대표가 주식에 투자한 내용이라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미미로즈 팀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예정된 7월 컴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미로즈 컴백은 현재 70% 정도 준비된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 맞긴 하지만 회사 자체 내에서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미로즈 외에 소속사가 진행하려던 다른 사업들은 대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오디션’이다. 예스아이엠은 지난 3월10일부터 31일까지 글로벌 아이돌 발굴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난달 7일에는 1차 오디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달 19일 소속사는 “글로벌 오디션에 총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오는 30일 최종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자에게 1인당 1억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임씨는 오디션 상금뿐만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월급조차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스룸> 취재진에게 “이번 달에 (직원들)월급도 줘야 하는데 다 빠그라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면피는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명 ‘미필적 고의’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임씨가 제공한 투자금 30억원이 상식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임씨가 주가조작 일당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한 사실,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 투자한 사실 등을 볼 때, 주범들과의 연결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뭔가 ‘쎄’했나? 작전세력 피한 노홍철

가수 임창정 등 여러 연예인에게 접근해 막대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의혹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에게도 접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SBS 연예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의혹 일당 중 한 명은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는 별칭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그는 노홍철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에게 골프 레슨을 명목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고, 이를 빌미로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노홍철 측근은 <SBS 연예뉴스> 측에 “일당이 다른 연예인들처럼 노홍철에게도 골프 레슨 등을 통해서 접근했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우던 중 계속 주식 투자를 해보라고 수차례 권유를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노홍철은 A씨가 젊은데도 씀씀이가 말도 안 되게 크고, 투자 제안을 하는 게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이 보이는 것보다 꼼꼼하고 현실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사람과 한 금전거래라고는 2~3달 정도 골프 레슨비로 100만원가량 회원권을 끊은 게 전부다. 더 이상 이들과 금전거래한 일도 없고, 수사기관서 계좌 조사를 받은 것도 없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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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