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푸라닭 ‘-200억원’의 비밀

3000만원 넣고 200억 가져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이더스코리아 장부상에서 의미심장한 마이너스가 표시됐다. 한 해 성과보다 옛 인연을 챙기는 데 씀씀이가 더 컸던 탓이다. 그럼에도 정작 가게 주인은 별 타격이 없어 보인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인이 누리게 된 혜택이 제법 쏠쏠했던 덕분이다. 

2015년 11월 설립된 아이더스코리아는 프랜차이즈 및 도소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치킨 브랜드 ‘푸라닭’을 내세워 인지도를 확보한 이 회사는, 2020년 가맹점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탄탄대로

성공적인 점포 확장 정책에 힘입어 아이더스코리아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년 각각 1410억원, 147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듬해 1726억원, 151억원으로 증가했다. 높은 수익성은 2020년 136억원이었던 총자본이 1년 새 26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 들어 성장세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지난해 아이더스코리아는 매출 1638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1%, 37.4% 감소한 수치다. 매출총이익이 300억원가량 줄어든 반면 급여 지출은 3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게 수익성을 갉아먹은 원인이었다.

2022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드러난 또 다른 특징은 총자본이 전년(262억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인 1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순이익 75억원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아이더스코리아는 안정적인 가맹본부 운영을 이유로 주주 배당에 나서지 않았기에 의구심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물음에 대한 해답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 처리에 있었다. 회사를 떠난 전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포기한 대가였다.

자본금 3000만원을 밑천 삼아 설립된 아이더스코리아는 2017년 6000만원, 2018년 1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납입자본금 규모를 확대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법인 출범 당시 6000주였던 발행 주식 수는 2만주로 불어났다.

2021년 말 기준 아이더스코리아의 발행주식(2만주) 중 9000주(지분율 45.0%)는 최대주주인 장성식 현 대표의 몫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지분 55%는 ▲서기원 이사(22.5%, 4500주) ▲황인섭 전 대표(22.5%, 4500주) ▲최진석(10.0%, 2000주) 등이 나눠 갖는 구조였다.

1년 뒤 주주구성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장 대표와 서 이사의 지분율에 변동이 없는 가운데 황 전 대표와 최씨는 주주명단에서 제외됐고, 두 사람의 기존 보유 물량만큼 자기주식(32.5%, 6500주)이 생겼다. 이는 황 전 대표와 최씨가 보유했던 주식을 아이더스코리아가 사들였음을 의미했다.

엄청난 차익 남겨준 씀씀이
잘 벌고도 결국 마이너스

아이더스코리아가 지난해 11월, 두 사람의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 투입된 금액은 200억원. 이는 자기자본(1억원)의 200배에 해당하며, 1주당 평가금액(200억원÷6500주)은 307만6923원으로 집계됐다. 아이더스코리아 측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그동안 일궈놓은 회사 가치를 평가해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데 투입된 200억원은 회계상 총자본 항목에 ‘-200억원’으로 처리됐다. 해당 금액이 ‘자본조정(자본금 및 잉여금으로 구분되지 않은 항목을 임시로 모아 놓은 계정)’으로 표기된 탓이다. 이 영향으로 2021년 111.6%였던 아이더스코리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20.0%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황 전 대표와 최씨가 어느 시점에 얼마를 투입해 아이더스코리아 주식 6500주를 취득했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일단 액면가(5000원)를 적용한 투자였다면 두 사람은 주식을 정리한 대가로 최대 615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고 추산될 뿐이다.

아이더스코리아의 자기 주식 취득에 따른 수혜는 황 전 대표와 최씨는 물론이고, 장 대표 역시 쏠쏠하게 누렸다. 장 대표가 보유한 주식 9000주는 자기주식으로 묶이게 된 6500주를 제외한 나머지 발행주식(1만3500주) 가운데 2/3에 해당한다.

아이더스코리아가 일시적인 재정적 악영향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취득해준 덕분에 장 대표는 50%를 밑도는 지분으로 사실상 66.7%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자기 주식 취득과 이사회 구성원 변경 사이에는 접점이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 황 전 대표는 한때 장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수행하는 등 이른 시기부터 회사의 성장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사내이사 사임으로 이사회 명단에서 제외됐고, 현재는 동종업계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김수정 전 감사와의 소송건 역시 이사 교체 과정에서 파생된 사안쯤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2018년 3월 감사직을 맡았던 김 전 감사는 2020년 5월 해임 결정과 함께 임원직을 상실했다. 황 전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상실하기 한 달 전 결정된 사안이다.

뒷걸음질

이후 김 전 감사는 아이더스코리아를 상대로 ‘상표권이전등록말소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안건은 아이더스코리아가 보유한 상표권(등록번호 4103527300000 등 5개)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김 전 감사는 보유 중이던 특허청 등록된 푸라닭 관련 상표권 5개를 2018년 1월 아이더스코리아에 일괄 양도한 바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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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