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냄새’ 전두환 후손들 곳간 해부

무슨 돈으로 삼형제 먹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 일가 비자금 은닉 의혹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전씨 일가와 관련된 각종 기업체에서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관측됐다. 전우원씨 발언으로 비밀금고, 미술품 등 10여년 전 제기됐던 비자금 은닉 수법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올해는 전두환씨가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힌 지 20년째 되는 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이나 숨어있던 ‘검은돈’을 이번에는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의 연희동 자택에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듯, 계속해서 현금뭉치가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구체적 폭로가 덧칠되면서, 점차 비자금 은닉처와 그 수법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비밀금고
현금다발

우원씨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희동 자택 내부에 비밀금고가 두 곳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의 둘째 부인이자 자신의 친모인 최모씨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고 (제 어머니가) 말하더라”며 “아는 사람이 밀어야지만 금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금고를 열고 들어가면 1000만원 단위 현금이 묶여서 준비돼있고, 차곡차곡 (방 전체)벽에 쌓여 있었다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금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비밀금고 밖에도 현금 가방이 놓여 있었으며, 가족들이 연희동 집에 커다란 더블백을 가져와 수억원씩 담아갔다고도 주장했다.


현금 규모에 대해선 “정말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려오듯이 비서와 경호원들이 계속 돈다발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와 쌓아놓고 또 쌓아놨다가 아는 분들이나 가족이 오면 가져갔다”며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연희동에 돈뭉치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수사가 한 번 진행되고 난 후에는 확 줄어들었고 그 이후부터 (돈가방을 쌓아 놓는 일은) 안 했다”며 “아마 다른 곳에 돈을 챙겨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원씨는 지난달 자신의 해외생활 자금 출처를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명의를 이전받은 자산 목록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비엘에셋의 지분 20%, 웨어밸리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 등이 모두 한때 자신의 소유였다. 

10년간 지지부진…비자금 찾기 새 국면?
‘수상한 저수지’ 의혹 업체 다시 수면 위

비엘에셋은 전재용씨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했던 부동산 개발회사며, 웨어밸리는 전재용씨와 전두환씨 측근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지낸 IT보안업체다. 준아트빌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급 부동산이다. 이들의 가치는 당시에도 수십억원에 달했는데, 이 재산이 비자금을 통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우원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전재용씨가 비자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명의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됐고, 비상장 주식은 전재용씨의 ‘황제노역’ 이후 계모 박상아씨에게 양도했다”는 등 구체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재용씨는 외삼촌 이창석씨와 함께 27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노역형에 처해졌다. 전재용씨는 약 2년 반 동안 노역한 대가로 벌금 38억6000만원을 탕감받았다. 


이외에도 웨어밸리는 배당금을 통해 전재용씨의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웨어밸리는 2020~2021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약 15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약 4억원을 지급했다. 

우원씨는 자신이 박상아씨에게 증여한 비상장 주식을 전재용씨가 사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웨어밸리는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했다. 해당 주장대로라면 약 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중 일부가 전재용씨 수중에 들어갔을 수 있다. 

정확한 기억
손자의 폭로

웨어밸리가 2015년 2억원, 2017년 3억원 이후 배당금 지급이 뜸하다 전재용씨가 출소한 이후부터 3년 연속으로 배당금 지급에 나선 점도 의심을 키운다. 이미 웨어밸리는 2013년 검찰 ‘전두환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5억5000만원을 환수당했다.

수사팀이 웨어밸리에 전두환씨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 추징’을 실시한 것이다.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씨 외에도 장남 전재국씨, 삼남 전재만씨 모두 벌여둔 사업들이 비자금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전재국씨는 출판 사업을 통해 독립생계를 유지 중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에도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시공사에도 전두환씨 비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전재국씨는 시공사 외에도 북플러스·리브로 등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세 업체 간의 내부거래 내역에서 20여년간 약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각 업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상호 간 내부거래액이 각기 달랐는데, 이를 모두 합산하면 156억원에 달했다. 전재국씨가 비교적 조작이 쉬운 내부거래액 항목을 이용해 비자금을 횡령·세탁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자금흐름
볼 수 없나

또 전재국씨는 음악 관련 출판사인 ‘음악세계’를 통해 수천억대 규모의 해외 부동산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19년 베트남 노른자위 땅에 약 7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사업을 벌이려다 실패했다. 음악 출판사가 아파트 공사 시행사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토지 비용과 공사비 등으로 7500억원, 이자 등으로 1400억원을 투입해 총 1조4000억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토지 소유자에게선 전재국씨 측이 해당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수개월 이내에 약 2000억원을 입금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재국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전재국씨가 은닉 비자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과 공동 운영 중인 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 역시 비자금 창고 의혹을 받고 있다. 우원씨는 지난달 이곳에 관해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거나 “최고의 돈세탁 시설이 아닌가 싶다”고 직격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했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된다.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출판사, IT기업, 양조장…
보여도 이제 못 잡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 이곳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원씨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조장 사업 시작부터 상당한 비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우원씨는 일가가 고가의 미술품을 활용해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 전씨 일가에게서 다양한 미술품을 압수해 추징금을 환수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서 우원씨와 통화하며 “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 파란 그림이 있었다. 문짝 두 개만한 크기의 몇 십억원짜리 그림이었다”며 “(전우원씨가)어릴 때 우리 집 식탁 뒤에 걸려 있었는데 아빠(전재용씨)가 액자만 버리고 그림만 말아서 새엄마(박상아씨)에게 갖다줬다”고 증언했다.

전씨 일가는 2013년 9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두환씨가 2003년 재판서 자신의 예금액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약속하면서,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703억원(당시 추산가) 상당을 추징할 방침이었다.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살짝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전씨 일가의 반발과 연이은 소송으로 추징금 환수율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공언했던 2013년에서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환수율은 58.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매 수익 추징을 두고 법적 분쟁 중인 오산 땅(55억원 상당)을 포함해도, 미납 추징금은 867억원이 남는다.

부역자들
입 열까?

2021년 11월 전두환씨가 사망하면서 비자금 추적과 추징금 집행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한 이의 ‘양심선언’ 없이는 실체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원씨는 앞으로 또 다른 양심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돈세탁을 도와주신 분들은 당연히 얻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고 지금도 입을 닫고 있다”며 “대가로 받은 것들이 회사나 아파트 등”이라고 말했다. 우원씨와 최씨는 전두환씨의 비서들이 목동 소재 아파트 등을 보수로 받아갔다고 주장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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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