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냄새’ 전두환 후손들 곳간 해부

무슨 돈으로 삼형제 먹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 일가 비자금 은닉 의혹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전씨 일가와 관련된 각종 기업체에서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관측됐다. 전우원씨 발언으로 비밀금고, 미술품 등 10여년 전 제기됐던 비자금 은닉 수법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올해는 전두환씨가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힌 지 20년째 되는 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이나 숨어있던 ‘검은돈’을 이번에는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의 연희동 자택에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듯, 계속해서 현금뭉치가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구체적 폭로가 덧칠되면서, 점차 비자금 은닉처와 그 수법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비밀금고
현금다발

우원씨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희동 자택 내부에 비밀금고가 두 곳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의 둘째 부인이자 자신의 친모인 최모씨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고 (제 어머니가) 말하더라”며 “아는 사람이 밀어야지만 금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금고를 열고 들어가면 1000만원 단위 현금이 묶여서 준비돼있고, 차곡차곡 (방 전체)벽에 쌓여 있었다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금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비밀금고 밖에도 현금 가방이 놓여 있었으며, 가족들이 연희동 집에 커다란 더블백을 가져와 수억원씩 담아갔다고도 주장했다.


현금 규모에 대해선 “정말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려오듯이 비서와 경호원들이 계속 돈다발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와 쌓아놓고 또 쌓아놨다가 아는 분들이나 가족이 오면 가져갔다”며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연희동에 돈뭉치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수사가 한 번 진행되고 난 후에는 확 줄어들었고 그 이후부터 (돈가방을 쌓아 놓는 일은) 안 했다”며 “아마 다른 곳에 돈을 챙겨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원씨는 지난달 자신의 해외생활 자금 출처를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명의를 이전받은 자산 목록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비엘에셋의 지분 20%, 웨어밸리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 등이 모두 한때 자신의 소유였다. 

10년간 지지부진…비자금 찾기 새 국면?
‘수상한 저수지’ 의혹 업체 다시 수면 위

비엘에셋은 전재용씨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했던 부동산 개발회사며, 웨어밸리는 전재용씨와 전두환씨 측근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지낸 IT보안업체다. 준아트빌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급 부동산이다. 이들의 가치는 당시에도 수십억원에 달했는데, 이 재산이 비자금을 통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우원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전재용씨가 비자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명의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됐고, 비상장 주식은 전재용씨의 ‘황제노역’ 이후 계모 박상아씨에게 양도했다”는 등 구체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재용씨는 외삼촌 이창석씨와 함께 27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노역형에 처해졌다. 전재용씨는 약 2년 반 동안 노역한 대가로 벌금 38억6000만원을 탕감받았다. 


이외에도 웨어밸리는 배당금을 통해 전재용씨의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웨어밸리는 2020~2021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약 15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약 4억원을 지급했다. 

우원씨는 자신이 박상아씨에게 증여한 비상장 주식을 전재용씨가 사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웨어밸리는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했다. 해당 주장대로라면 약 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중 일부가 전재용씨 수중에 들어갔을 수 있다. 

정확한 기억
손자의 폭로

웨어밸리가 2015년 2억원, 2017년 3억원 이후 배당금 지급이 뜸하다 전재용씨가 출소한 이후부터 3년 연속으로 배당금 지급에 나선 점도 의심을 키운다. 이미 웨어밸리는 2013년 검찰 ‘전두환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5억5000만원을 환수당했다.

수사팀이 웨어밸리에 전두환씨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 추징’을 실시한 것이다.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씨 외에도 장남 전재국씨, 삼남 전재만씨 모두 벌여둔 사업들이 비자금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전재국씨는 출판 사업을 통해 독립생계를 유지 중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에도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시공사에도 전두환씨 비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전재국씨는 시공사 외에도 북플러스·리브로 등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세 업체 간의 내부거래 내역에서 20여년간 약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각 업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상호 간 내부거래액이 각기 달랐는데, 이를 모두 합산하면 156억원에 달했다. 전재국씨가 비교적 조작이 쉬운 내부거래액 항목을 이용해 비자금을 횡령·세탁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자금흐름
볼 수 없나

또 전재국씨는 음악 관련 출판사인 ‘음악세계’를 통해 수천억대 규모의 해외 부동산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19년 베트남 노른자위 땅에 약 7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사업을 벌이려다 실패했다. 음악 출판사가 아파트 공사 시행사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토지 비용과 공사비 등으로 7500억원, 이자 등으로 1400억원을 투입해 총 1조4000억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토지 소유자에게선 전재국씨 측이 해당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수개월 이내에 약 2000억원을 입금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재국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전재국씨가 은닉 비자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과 공동 운영 중인 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 역시 비자금 창고 의혹을 받고 있다. 우원씨는 지난달 이곳에 관해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거나 “최고의 돈세탁 시설이 아닌가 싶다”고 직격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했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된다.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출판사, IT기업, 양조장…
보여도 이제 못 잡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 이곳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원씨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조장 사업 시작부터 상당한 비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우원씨는 일가가 고가의 미술품을 활용해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 전씨 일가에게서 다양한 미술품을 압수해 추징금을 환수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서 우원씨와 통화하며 “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 파란 그림이 있었다. 문짝 두 개만한 크기의 몇 십억원짜리 그림이었다”며 “(전우원씨가)어릴 때 우리 집 식탁 뒤에 걸려 있었는데 아빠(전재용씨)가 액자만 버리고 그림만 말아서 새엄마(박상아씨)에게 갖다줬다”고 증언했다.

전씨 일가는 2013년 9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두환씨가 2003년 재판서 자신의 예금액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약속하면서,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703억원(당시 추산가) 상당을 추징할 방침이었다.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살짝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전씨 일가의 반발과 연이은 소송으로 추징금 환수율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공언했던 2013년에서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환수율은 58.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매 수익 추징을 두고 법적 분쟁 중인 오산 땅(55억원 상당)을 포함해도, 미납 추징금은 867억원이 남는다.

부역자들
입 열까?

2021년 11월 전두환씨가 사망하면서 비자금 추적과 추징금 집행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한 이의 ‘양심선언’ 없이는 실체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원씨는 앞으로 또 다른 양심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돈세탁을 도와주신 분들은 당연히 얻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고 지금도 입을 닫고 있다”며 “대가로 받은 것들이 회사나 아파트 등”이라고 말했다. 우원씨와 최씨는 전두환씨의 비서들이 목동 소재 아파트 등을 보수로 받아갔다고 주장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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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