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주사기 작가’ 윤종석

창백한 푸른 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윤종석 작가의 개인전 ‘창백한 푸른 점’을 준비했다. 개인전 ‘표면의 깊이’ 이후 2년 만에 다시 호리아트스페이스로 돌아와 신작을 발표했다. 

윤종석은 ‘주사기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제작기법은 쉽고 편해 보이지만 완성까진 고된 수행의 과정에 비견될 정도로 힘겹다. 주사기 통에 아크릴 물감을 넣고 짜내는 방식으로 1~2㎜의 작은 점을 화면에 수만 번, 혹은 수십만 번을 찍는 행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깨알 같은

전시제목인 창백한 푸른 점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따왔다. 이 점은 1990년 2월14일 보이저1호가 촬영한 0.12화소에 불과한 작은 점의 지구 사진을 비유한 것이다.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르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자.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이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이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다.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라고 적었다. 

1~2㎜ 점을 찍는 방식
고된 수행의 과정 닮아


윤종석은 “내 작업은 세상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수없이 많은 일상의 사물과 관계 속에서 선별해낸 이미지와 제각각의 역사적 시간을 추적하고 채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켜켜이 쌓인 과거의 흔적을 딛고 살아간다. 선택된 이미지는 현재의 우리를 과거와 미래로 연결해준다. 화면에 어우러진 제각각의 모티브는 현재의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윤종석도 칼 세이건의 말처럼 그 작은 점에서 살아온 모든 이의 인생을 수많은 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그림에는 인터넷에서 찾은 ‘같은 날 혹은 관련된 에피소드 이미지’가 적어도 4~5개 중첩돼 구성된다. 맨 아래층엔 두꺼운 종이로 오려낸 이미지를 붙여 빛에 의한 요철 효과로 나타나고 위쪽엔 서로 다른 다양한 형상이 어우러진다. 

이 이미지와 형상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점으로 된 선은 시공간을 잇는 일종의 반복된 윤회의 선으로도 볼 수 있다. 작품 제목의 괄호에 써진 숫자는 인터넷 검색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취합한 날을 뜻한다. 

칼 세이건의 저서서 제목 따와
어머니 소재로 3m 대작 선보여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은 3m가 넘는 대작인 ‘여자의 일생(06907-어머니)’다. 작품 제목대로 어머니의 일생을 표현했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황금 줄기에 여러 모양의 저울이 달렸고 곳곳에 어머니와 연관된 소재를 얹었다.

운동회 달리기 실력은 바통, 어머니가 유독 좋아했던 동백꽃과 소주잔, 고단한 삶의 일상은 요리용 칼 등으로 담았다. 윤종석의 어머니를 넘어 모든 어머니의 일생을 한 폭에 담아낸 듯 볼수록 애처롭고 애틋하다.  

작품 창백한 푸른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전시장 전체 벽면을 청색 빛이 스민 검은색으로 칠했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의 우주 속에 작품이 빛나고 있는 듯 연출했다. 매일 보는 무심결의 수많은 시간과 피사체의 잔상 중에서 남겨두고 싶은 이미지가 ‘깨알보다 작은 점’을 만나 ‘찰나의 존귀함’으로 되살아났다. 


귀한 찰나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스스로 선택한 수도자의 자세로 정직한 노동의 대가가 얼마나 작품의 완성도를 빛낼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라며 “밤하늘 은하수의 물결이 우주의 깊이를 전해주듯 화면 위에 깨알처럼 수없이 내려앉은 점이 윤종석이 그려내는 예술적 영감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을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윤종석은?]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동 대학의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과 대전, 일본·이탈리아·중국·싱가포르 등에서 2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동안 2006 화랑미술제 Best Top10 작가 선정, 롯데화랑 유망작가 지원 프로그램 선정,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청년미술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대전광역시 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또 중국 베이징 아트사이드스튜디오, 장흥가나스튜디오, 프랑스 파리씨떼 예술공동체, 대만 타이페이 아티스트빌리지 등의 레시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돼 참여했다. 

윤종석의 작품은 코오롱, 하나은행, 외교통상부, 두바이왕실, 벤타코리아, ㈜파라다이스 아트센터 쿠, 가나아트센타,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보바스 기념병원. 골프존 문화재단, 제주현대미술관, 스텐다드차타드 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수원시립미술관, 롯데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현재 남양주 개인작업실 ‘과수원’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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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