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BQ 밑줄 쫙’ BHC 음해작전 전말

국회에 뿌린 라이벌 비방 문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매년 하반기마다 진행되는 국감은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대로,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덤으로 여겨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감서 한 기업이 경쟁사 수장을 국감장에 세우기 위해 일종의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로 국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은 말 그대로 ‘죽어난다’는 농담 같은 진실이 떠돈다. 

10년째
치킨전쟁

프랜차이즈, 특히 치킨업계는 국감 시기마다 언급되는 이른바 ‘단골손님’이다.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닭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치킨 관련 이슈는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교촌, bhc, 제너시스BBQ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은 국감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고물가 시대에 치킨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포착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숙명인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상생’이 사회적 키워드로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갑을’ 관계로 비치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두고 질타가 나왔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2~3위를 다투고 있는 bhc와 BBQ 역시 이 같은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국감에는 임금옥 bhc 대표와 정승욱 BBQ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양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으로부터 가맹점과 논란이 된 문제를 두고 집중 질의를 받았다.

두 대표가 가맹점과의 상생을 약속하면서 국감서 논의된 치킨 이슈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bhc가 BBQ를 공격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만들어 몇몇 의원실을 찾아다녔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다. 지난해 국감 시기(10월4~24일)를 전후해 박현종 bhc 회장, 윤홍근 BBQ 회장 등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던 때다.

<일요시사>는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분석 및 이익에 대한 분석 자료’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문서 첫머리에는 “#bhc 치킨 높은 영업이익의 know-how”라고 기재돼있다.

bhc 측은 ▲자체 물류와 주요 파우더, 소스 공장 등을 직접 보유로 내재화해 효율성 ▲경영혁신을 통한 전산 시스템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 절감 판매관리비의 효율화 ▲특수관계인 운영회사나 자회사가 없는 단일한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 등을 언급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문서 들고 의원실 찾아
타사 문제점 제기 “이런 경우 처음 봤다”

여기에 bhc 측은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및 이익 분석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 분석 등 번호를 매겨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6곳(교촌·bhc·BBQ·굽네·푸라닭·네네)의 매출 등의 자료로 표를 만들었다. 지난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표에는 6개 업체의 매출,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관비, 영업이익,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접대비, 지급수수료,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의 수치가 담겼다. 타 업체와의 비교를 통해 bhc 영업이익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서 판관비를 차감한 이익이다. 기업의 영업활동, 즉 본업서 생기는 이익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 2021년 bhc의 영업이익은 1538억원(매출 대비 32%)으로 나머지 5개 업체를 압도했다. 교촌이 280억원(6%), BBQ가 608억원(17%), 굽네가 146억원(7%), 푸라닭이 151억원(9%), 네네가 89억원(19%)으로 나타났다. 치킨 3대장으로 좁혀도 bhc의 영업이익은 교촌과 비교해 최소 5배, BBQ와는 2.5배가량 높다. 

여기까지만 보면 bhc의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홍보자료처럼 비춰진다. 타 업체와 비교해 크게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 담긴 문서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문서 곳곳에 등장하는 BBQ에 대한 언급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대부분의 언급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국감장에 
세우려고?

BBQ와 bhc는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서 철천지원수로 변한 관계다. 2014년부터 시작된 소송전은 ‘치킨전쟁’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2~3위의 오래된 갈등은 이제 봉합도 어려울 만큼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hc 측이 만든 문서 역시 그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hc가 BBQ를 공격하기 위해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

실제 문서에는 “정상적인 업계 평균 판관비를 BBQ에 반영하면 영업이익이 25%(894억) 즉, 판관비의 투명성에 의문점 시사” “가맹점 광고 분담금 86억, 판관비 중 업계 평균보다 높은 지급수수료 200억(제너시스 컨설팅 103억+업계 평균치 97억) 적용” 등 BBQ를 콕 집어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또 “BBQ-매출에 가맹점이 지출한 광고 분담금 86억으로 실제 가맹본부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35억으로 가장 작은 비용 집행” “BBQ-매출규모가 1000억 이상 높은 bhc보다 4배 이상의 접대비를 사용” “BBQ-교촌이나 bhc보다 200억 정도 더 사용하며 이 금액은 제너시스라는 오너가의 회사로 수수료를 지급” “제너시스BBQ(지급 수수료) > 제너시스 = 영업이익 103억(제너시스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용역매출로 제너시스BBQ가 제너시스로 보내는 지급수수료는 경영자문 수수료로 추정”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매출의 규모가 높은 bhc와 교촌의 경우 10%대 판관비 사용을 유지하나, 성장성이 작은 BBQ 등의 경우 매출 대비 판관비를 20% 이상을 지출해 판관비 통제와 관리, 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점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문서의 내용대로면 BBQ의 사업 능력이 bhc나 교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BBQ 오너가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될법하다.

타업체 비해
유독 강조해


BBQ 측은 문서의 존재와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BBQ 관계자는 “bhc서 경쟁사(BBQ)를 음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내용도 마치 BBQ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교묘하고 악의적으로 적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공의 문서로 이슈를 만들어 국감서 언급되게 하고 BBQ 경영진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 회사(교촌·bhc·BBQ)는 사업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 나온 수치만으로는 비교가 어렵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대로 줄 세우려면 가맹점의 수익을 비교해야 하는데 감사보고서에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으로 비교하기엔 그 이면에 복잡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교촌은 본사와 지역본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회계장부 역시 분리돼있기 때문에 가맹점만의 수익을 알 수가 없다. bhc 측이 만든 문서에도 “교촌 등의 브랜드는 가맹본부-가맹점의 직접 거래가 아닌 가맹본부-지사-가맹점으로 한 단계 추가돼 거래하는 형태 때문에 지사와 가맹점과의 매출총이익은 알 수 없다”고 명시했다.

bhc는 물류사업 부문과 생산공장사업 부문, 그리고 가맹 부문이 감사보고서에 포함돼있다. BBQ의 경우 가맹·직영·유통사업 부문만 운영돼 일원화돼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각 업체의 영업이익이 동일한 구조에서 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서 파생된 투명성 문제 등은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hc 측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방식의 해석으로 BBQ를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bhc 측에서 제기한 제너시스BBQ로 가는 지급수수료 200억원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언급했다.


BBQ 관계자는 “BBQ를 비롯한 계열 브랜드는 영업본부·운영본부·마케팅실·운영지원팀 등 가맹사업의 현장업무를 위주로 편성돼있다. 각 계열 브랜드의 경영지원 부문은 제너시스에 편제돼있는 인사전략실, 재무전략실, 구매전략실 등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토대로 제멋대로 분석
BBQ 측 “악의적이고 교묘한 해석”

현장경영은 각 브랜드에서 전담하고 경영지원 업무는 제너시스에서 일원화해 지원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BBQ와 제너시스는 경영관리 지원에 대한 용역계약이 체결돼있다. 제너시스BBQ그룹 전체 계열사가 동일한 구조”라며 “브랜드마다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비용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bhc 측은 지급수수료가 오너가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 돈’처럼 말했지만 용역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지급하는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BBQ 측은 “bhc는 한때 BBQ와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사업구조에 대해 잘 안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의 문서를 만들어 의원실을 찾아 다녔다는 건 나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현종 회장이 기소되고 국감에 불려가는 일이 반복되니까 이걸 무마하기 위해 우리 쪽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를 퍼트려 (윤홍근)회장님을 국감장에 (증인으로)세우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의원실서 bhc 측이 작성한 문서를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이슈가 워낙 컸기 때문에 bhc뿐만 아니라 교촌, BBQ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그때 (bhc가)가져온 자료”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서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청한 자료였다는 것.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 bhc 측에서 먼저 (문서를)가지고 찾아와 BBQ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며 “BBQ 측이 이와 관련해 나름의 설명을 했고 대응 논리가 있었다. bhc나 BBQ나 모두 경쟁사에 대해 언급했지만 BBQ와 달리 bhc는 문서를 만들어왔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불리한 이슈
덮으려고?

bhc 관계자는 “문서를 보지 못해 bhc서 만들었다고 확답할 순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공시 내용을 토대로 문서를 만들었다면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했을 것이다. 의원실서 경쟁업체와의 비교를 요구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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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