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BQ 밑줄 쫙’ BHC 음해작전 전말

국회에 뿌린 라이벌 비방 문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매년 하반기마다 진행되는 국감은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대로,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덤으로 여겨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감서 한 기업이 경쟁사 수장을 국감장에 세우기 위해 일종의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로 국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은 말 그대로 ‘죽어난다’는 농담 같은 진실이 떠돈다. 

10년째
치킨전쟁

프랜차이즈, 특히 치킨업계는 국감 시기마다 언급되는 이른바 ‘단골손님’이다.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닭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치킨 관련 이슈는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교촌, bhc, 제너시스BBQ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은 국감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고물가 시대에 치킨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포착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숙명인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상생’이 사회적 키워드로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갑을’ 관계로 비치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두고 질타가 나왔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2~3위를 다투고 있는 bhc와 BBQ 역시 이 같은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국감에는 임금옥 bhc 대표와 정승욱 BBQ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양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으로부터 가맹점과 논란이 된 문제를 두고 집중 질의를 받았다.

두 대표가 가맹점과의 상생을 약속하면서 국감서 논의된 치킨 이슈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bhc가 BBQ를 공격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만들어 몇몇 의원실을 찾아다녔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다. 지난해 국감 시기(10월4~24일)를 전후해 박현종 bhc 회장, 윤홍근 BBQ 회장 등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던 때다.

<일요시사>는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분석 및 이익에 대한 분석 자료’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문서 첫머리에는 “#bhc 치킨 높은 영업이익의 know-how”라고 기재돼있다.

bhc 측은 ▲자체 물류와 주요 파우더, 소스 공장 등을 직접 보유로 내재화해 효율성 ▲경영혁신을 통한 전산 시스템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 절감 판매관리비의 효율화 ▲특수관계인 운영회사나 자회사가 없는 단일한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 등을 언급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문서 들고 의원실 찾아
타사 문제점 제기 “이런 경우 처음 봤다”

여기에 bhc 측은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및 이익 분석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 분석 등 번호를 매겨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6곳(교촌·bhc·BBQ·굽네·푸라닭·네네)의 매출 등의 자료로 표를 만들었다. 지난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표에는 6개 업체의 매출,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관비, 영업이익,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접대비, 지급수수료,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의 수치가 담겼다. 타 업체와의 비교를 통해 bhc 영업이익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서 판관비를 차감한 이익이다. 기업의 영업활동, 즉 본업서 생기는 이익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 2021년 bhc의 영업이익은 1538억원(매출 대비 32%)으로 나머지 5개 업체를 압도했다. 교촌이 280억원(6%), BBQ가 608억원(17%), 굽네가 146억원(7%), 푸라닭이 151억원(9%), 네네가 89억원(19%)으로 나타났다. 치킨 3대장으로 좁혀도 bhc의 영업이익은 교촌과 비교해 최소 5배, BBQ와는 2.5배가량 높다. 

여기까지만 보면 bhc의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홍보자료처럼 비춰진다. 타 업체와 비교해 크게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 담긴 문서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문서 곳곳에 등장하는 BBQ에 대한 언급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대부분의 언급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국감장에 
세우려고?

BBQ와 bhc는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서 철천지원수로 변한 관계다. 2014년부터 시작된 소송전은 ‘치킨전쟁’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2~3위의 오래된 갈등은 이제 봉합도 어려울 만큼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hc 측이 만든 문서 역시 그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hc가 BBQ를 공격하기 위해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

실제 문서에는 “정상적인 업계 평균 판관비를 BBQ에 반영하면 영업이익이 25%(894억) 즉, 판관비의 투명성에 의문점 시사” “가맹점 광고 분담금 86억, 판관비 중 업계 평균보다 높은 지급수수료 200억(제너시스 컨설팅 103억+업계 평균치 97억) 적용” 등 BBQ를 콕 집어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또 “BBQ-매출에 가맹점이 지출한 광고 분담금 86억으로 실제 가맹본부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35억으로 가장 작은 비용 집행” “BBQ-매출규모가 1000억 이상 높은 bhc보다 4배 이상의 접대비를 사용” “BBQ-교촌이나 bhc보다 200억 정도 더 사용하며 이 금액은 제너시스라는 오너가의 회사로 수수료를 지급” “제너시스BBQ(지급 수수료) > 제너시스 = 영업이익 103억(제너시스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용역매출로 제너시스BBQ가 제너시스로 보내는 지급수수료는 경영자문 수수료로 추정”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매출의 규모가 높은 bhc와 교촌의 경우 10%대 판관비 사용을 유지하나, 성장성이 작은 BBQ 등의 경우 매출 대비 판관비를 20% 이상을 지출해 판관비 통제와 관리, 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점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문서의 내용대로면 BBQ의 사업 능력이 bhc나 교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BBQ 오너가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될법하다.

타업체 비해
유독 강조해


BBQ 측은 문서의 존재와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BBQ 관계자는 “bhc서 경쟁사(BBQ)를 음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내용도 마치 BBQ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교묘하고 악의적으로 적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공의 문서로 이슈를 만들어 국감서 언급되게 하고 BBQ 경영진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 회사(교촌·bhc·BBQ)는 사업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 나온 수치만으로는 비교가 어렵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대로 줄 세우려면 가맹점의 수익을 비교해야 하는데 감사보고서에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으로 비교하기엔 그 이면에 복잡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교촌은 본사와 지역본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회계장부 역시 분리돼있기 때문에 가맹점만의 수익을 알 수가 없다. bhc 측이 만든 문서에도 “교촌 등의 브랜드는 가맹본부-가맹점의 직접 거래가 아닌 가맹본부-지사-가맹점으로 한 단계 추가돼 거래하는 형태 때문에 지사와 가맹점과의 매출총이익은 알 수 없다”고 명시했다.

bhc는 물류사업 부문과 생산공장사업 부문, 그리고 가맹 부문이 감사보고서에 포함돼있다. BBQ의 경우 가맹·직영·유통사업 부문만 운영돼 일원화돼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각 업체의 영업이익이 동일한 구조에서 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서 파생된 투명성 문제 등은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hc 측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방식의 해석으로 BBQ를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bhc 측에서 제기한 제너시스BBQ로 가는 지급수수료 200억원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언급했다.


BBQ 관계자는 “BBQ를 비롯한 계열 브랜드는 영업본부·운영본부·마케팅실·운영지원팀 등 가맹사업의 현장업무를 위주로 편성돼있다. 각 계열 브랜드의 경영지원 부문은 제너시스에 편제돼있는 인사전략실, 재무전략실, 구매전략실 등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토대로 제멋대로 분석
BBQ 측 “악의적이고 교묘한 해석”

현장경영은 각 브랜드에서 전담하고 경영지원 업무는 제너시스에서 일원화해 지원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BBQ와 제너시스는 경영관리 지원에 대한 용역계약이 체결돼있다. 제너시스BBQ그룹 전체 계열사가 동일한 구조”라며 “브랜드마다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비용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bhc 측은 지급수수료가 오너가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 돈’처럼 말했지만 용역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지급하는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BBQ 측은 “bhc는 한때 BBQ와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사업구조에 대해 잘 안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의 문서를 만들어 의원실을 찾아 다녔다는 건 나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현종 회장이 기소되고 국감에 불려가는 일이 반복되니까 이걸 무마하기 위해 우리 쪽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를 퍼트려 (윤홍근)회장님을 국감장에 (증인으로)세우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의원실서 bhc 측이 작성한 문서를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이슈가 워낙 컸기 때문에 bhc뿐만 아니라 교촌, BBQ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그때 (bhc가)가져온 자료”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서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청한 자료였다는 것.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 bhc 측에서 먼저 (문서를)가지고 찾아와 BBQ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며 “BBQ 측이 이와 관련해 나름의 설명을 했고 대응 논리가 있었다. bhc나 BBQ나 모두 경쟁사에 대해 언급했지만 BBQ와 달리 bhc는 문서를 만들어왔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불리한 이슈
덮으려고?

bhc 관계자는 “문서를 보지 못해 bhc서 만들었다고 확답할 순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공시 내용을 토대로 문서를 만들었다면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했을 것이다. 의원실서 경쟁업체와의 비교를 요구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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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