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노·친문 들쑤신 야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림수

14년 만에…정치적 입김 들어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3주기를 약 두 달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검찰이 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 전 부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폭로에 나선 것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정치적 맥락과 연결 짓는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의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이 전 부장은 이달 공개한 자신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서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수뢰 혐의를 자세히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재직 당시, 해당 혐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가족 비리
사실이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550만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고, 재임 중이었던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6월29일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40만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면서 자금 용처는 아들 노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이라고 지목했다.

2008년 2월22일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받고 사업명목으로 사용한 것 역시 “다툼이 없다”고 적었다.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공모한 범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정 전 비서관 본인이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것과는 반대되는 주장이다. 

이 전 부장 설명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그런데 기소 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책임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다면,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큰 심리적 압박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이었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진두지휘
서거 13주기 앞두고 회고록 출간

그러면서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발언을 뒤집고 검찰을 악마화해 대통령이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서 비롯된 검찰의 ‘가해자’ 프레임을 희석할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부장은 지난 19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책은 고소도 각오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라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각종 허위 사실과 억측을 바로잡으려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 전 부장의 발언에선 검찰 조직에 대한 각별한 인식과 자신의 검사 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이 전 부장은 1958년 1월22일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이 전 부장은 1985년부터 검사의 길을 걸었다. 초임지는 서울지방검찰청이었다. 그가 처음 두각을 드러낸 시기는 199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 사건을 수사할 때였다.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유공 표창을 받았다.

그 뒤에는 ‘특수통’으로서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수사 역량 역시 인정받았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등을 거쳐 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로스쿨(LLM 과정)에서 유학했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하던 1998년 6월에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귀국한 후에는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검찰2과장을 역임했다. 이때 2000년 12월 한미 SOFA 형사재판권 분야 개정 협상, 2001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입법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 떠민
수사 총책

최고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검찰1과장 재임 이후에는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초대 금융조사부장을 지냈다. 금융조사부장 당시 SK 분식회계 사건 등 기업 수사에서 성과를 보이며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수사부 불법 대선자금 수사 기업수사팀장 시절에는 대기업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았다.

노무현정부 때도 계속 승승장구했다. 2006년 서울지검 3차장검사로서 황우석 가짜줄기세포사건과 윤상림·김홍수 법조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수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에게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듬해 2007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 전 부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거쳐 2009년 1월 중앙수사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약 반년간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다. 회고록에 담긴 내용 중 대부분이 이 사건과 이에 얽힌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을 떠났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회고록에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당황해 ‘수사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고 적었다. 

이 전 부장 주장에 따르면 당시 면담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과 변호인인 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또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회장이 “시계 전달 후인 2007년 봄,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만찬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마치 시계를 찬 것처럼 왼손을 들고 ‘박 회장! 시계가 번쩍거리고 광채가 난다. 좋은 시계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똑같은 시계 사진을 보고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진술했고, 동석한 문 전 대통령 역시 ‘시계가 이렇게 생겼군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논두렁 시계
과연 진실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책 속에 등장했던 전해철 의원은 책에 대해 “무도한 거짓 주장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인규 검사는 당시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며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재단은 이 전 부장 회고록 발간 뒤 입장문을 내고 ‘피아제 시계 의혹’을 해명했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노건호씨 주택자금 수뢰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재단과 민주당 측의 날 선 반응과 관련해 “저는 그분들이 그런 말씀을 할 수는 있다고 이해한다”며 “나라고 이런 걸 왜 쓰고 싶었겠는가. 조용히 살면 제일 좋다”며 “그렇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거짓말한 것이라면 법정에서 수사 기록을 공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검사가 작성한 것도 안 믿는다면 뭘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중수부 수사 당시 기록해둔 보고용 메모를 참조해 회고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구보존된 기록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며 “책으로 성에 안 차면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고 전했다. 

“혐의 사실, 입증 가능했다” 주장
노재단·민주당 “2차 가해” 반발

이 전 부장은 수사 이후 와전된 일화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는 “조사 시 우병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호칭은 일관되게 ‘대통령님’이었고 예우를 다했다”며 “인터넷에 우 과장이 ‘당신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에는 이 전 부장 외에도 우병우, 홍만표 등의 검사가 속해 있었다. 이 중 우병우 전 중수1과장은 훗날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으나, 탄핵 정국 중 제기된 여러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이때 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 수사 이력이 다시 회자되면서 이 같은 일화가 퍼졌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는데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2월 라디오서 또 같은 내용의 허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온라인상에서 ‘대검에 도착하는 노 전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검사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은 “거짓 사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소환 당일 사진은 확실히 아니다”며 “왜 거짓 사진을 유포해 검찰을 악마화하는지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논두렁 시계’ 보도 논란에 대해 “검찰이 허위 사실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논두렁에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마치 금품을 받지 않은 근거인 양 교묘하게 논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보도의 발원지로 국정원을 지목했다. 당시 국정원의 수장은 원세훈 원장이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역시 국정원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뒤늦은 결단
숨은 의도는?

정가에선 이 전 부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 입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반 민주당적 발언과 과거 행보, 특수통 검사 출신의 이력 등이 현 정권과 여러모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는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공직도 다시 맡을 생각이 없으며 제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 글로리’ 박연진 같다” 이인규 폭로에 발끈한 유시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북스>에 출연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공개한 회고록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비평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니다”라면서도 “형식은 회고록이지만, 내용은 정치 팸플릿이다. 529페이지 가운데 70페이지를 제외하면 전체가 다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다”고 평했다.

이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는 제목은 형식상 붙여 놓은 것이고 부제가 진짜 제목이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나는 노무현을 안 죽였다’ 그게 부제”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이)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한다. 노무현을 죽인 건 누구냐고 물으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 이런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발언 중 이 전 부장을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등장인물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박연진(작중 가해자)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등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른 척하고 해서 걔가 죽은 거야’라고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며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몹시 억울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 전 부장이)부당하게 빼앗긴 나의 글로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가졌으리라 본다”며 “이제 검사 왕국이 됐지 않나. 검사 왕국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지금이야말로 나는 도도한 대세,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때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짚었다.

유 전 이사장은 재단의 향후 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책 내용 대부분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다툴만한 가치조차 없다. 형사 고소를 하게 되면 윤석열·한동훈 검찰에 사건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고소는 없을 것”이라며 “이인규씨가 권력을 휘둘렀고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글로리를 지키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마감하셨다. 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자신의 길을 간 것이고, 이인규씨는 자기 인생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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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