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대위?’ 여의도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왜?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전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비대위원장은 어떤 인물이 맡아야 할까? 민주당의 플랜B를 걱정하고 있는 의원들은 벌써부터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앉힐지 고민하고 있다. 몇몇 비명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고, 친명계는 새로운 인물의 영입을 염두에 놓고 있다. 일각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설이 나오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 민주당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정상적인 지도체제보다 비상체제인 기간이 훨씬 긴 것 같다. 올 연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마치 2016년 비대위 체제가 생각난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서도 비슷한 그림이 연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내년 총선도 
비슷한 그림?

이 같은 예측은 최근 민주당에서 나온 ‘질서 있는 퇴진론’에 그 기반을 둔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3월 둘째 주, 한 친명(친 이재명)계 중진 의원이 <문화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서 제기한 이 대표의 ‘퇴진 시나리오’다. 해당 의원은 인터뷰서 “이재명 대표가 질서 있는 퇴장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당이 소프트 랜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가 공당을 자신으로 인한 논란 속에 오래 놔둘 수는 없다. 적어도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못한다”며 “총선에 관여하지 않고, 불출마 선언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민주당 의원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이 대표 퇴진론’을 대놓고 말할 명분을 줬다. 비명(비 이재명)계 대표 스피커들은 질서 있는 퇴진론이 친명계 내부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연말은 너무 늦다며 퇴진 시기를 더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연말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멀다. 내년 총선이 4월인데 그때쯤은 (민주당의)침몰 직전일 수도 있다”며 “지금 지도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일 색채다. 선출된 최고위원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임명직, 지명직은 다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이 몰려 있어서 연말이라고 하는데, 그때쯤이면 당 지지율이 이미 다 빠져 있는 상태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퇴하는 의미가 매우 퇴색될 것이다. 지금 물러서면 ‘당을 구하기 위해’ 퇴진하는 것이 되지만, 그때 퇴진 하면 ‘살려고 혼자 나가는’ 퇴진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기다리는 몽니 자체가 이미 퇴진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킨다는 것이 비명계 의원들의 설명이다. 이왕 퇴진할 거라면 당 지지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국민의힘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당시인 1, 2월 소폭 하락했다가 가장 최근인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41.5%의 국민의힘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 대표의 조기 퇴진을 원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직 민주당의 인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지금의 퇴진’이 지지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고, 올해 말쯤에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법정에 더 출석할 예정이다.

친명서 이 대표 ‘질서 있는 퇴진론’
“연말쯤 각종 송사 전 먼저 나가야”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법원에 계속해서 출두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를 중간평가하는 ‘중간 선거’ 성격을 띤다. 정계 전문가들은 역대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항상 유리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부분 야당이 ‘언더독’ 역할을 하는 형태였다”며 “선거라는 것은 항상 중도층 싸움인데, 중도층 유권자들은 의회와 정부가 협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에 민주당은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싸움에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퇴진 시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 민주당 의원 과반 이상이 그(이재명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걸로 안다”며 “이 대표 스스로도 연말쯤이면 각종 공판에 참여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겠나.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혹은 2016년 총선 때처럼 새로운 리더에게 전권을 맡기고 2선으로 후퇴하는 방법도 있다”며 “실제로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의원님이 몇 분 계신다. 총선에서 전권을 맡길 인물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2016년 민주당은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연합 공동 대표를 맡던 시절, 안 의원이 민주당 비노(비 노무현)계 의원을 대거 이끌고 신당을 창당한 것이다. ‘호남 홀대론’을 들고나온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며 그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당내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 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패배한 점을 문제삼아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끝까지 사퇴하지 않았고, 돌아선 이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고 모두 당을 떠났다.

박지원 전 의원을 중심으로 비노계가 뭉치기 시작했고, 여기에 천정배계, 김한길계, 박주선계, 정동영계 등 탈당한 모든 야권 인사들이 안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호남 출신 인사들로 ‘호남홀대론’을 새로운 당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면 등장?
2선 후퇴?

호남에 정치적 뿌리를 둔 민주당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던 새천년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한 뒤, 새로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 바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의 힘으로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전권을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넘긴 후 스스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에 권한을 모두 이양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고, 다음 날인 20일 정청래 의원 등 당시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모두 동반 사퇴했다. 문 전 대통령도 그로부터 5일 뒤인 25일, 당 대표에서 공식 사퇴하기에 이른다.


선출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평의원 신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SNS에 “지난 1년간 저와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주신 최고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당 대표 시절을 회고했다.

다수의 정계 관계자는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사퇴 이후 새로운 사령탑이 된 김 전 위원장은 광폭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테러방지법 독소 개정을 주장하며 필리버스터를 주도하더니, 주요 당내 인선을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들로 임명했다.

같은 해 3월 중순 김 전 위원장은 총선 출정식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명박정부 5년과 박근혜정부의 3년은 ‘잃어버린 8년’이었다”고 선거 전 프레임 전쟁에 돌입했다.

문 전 대통령도 대표직에서 사퇴한 신분이었지만 전국 선거유세를 다니며 동료 의원들을 지원했다. 그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호남홀대론’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정부가 호남을 홀대했다는 ‘호남홀대론’은 제 인생을 부정하는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해 호남을 실망시켰던 질책은 모두 제가 받겠다.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어필했다.


당 대표직 사퇴와 믿을만한 인물 영입 등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혔고, 민주당은 2012년 대패의 치욕을 2016년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총선서 123석을 확보해 12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1당 자리를 되찾아온 것이다.

이낙연은…
생각 없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며 38석을 확보해 범야권은 총 161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의 성공을 ‘문재인의 결단’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이 쪼개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문 전 대통령이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물론 새누리당 내부의 내홍도 원인이었겠지만, 문 전 대통령이 전권을 잡고 친노(친 노무현) 대 비노 싸움으로 몰고 갔다면 선거서 대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렇게 됐으면 유권자들이 보기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년이 지나 민주당은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총선서도 뚜렷한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외부인사 영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향수를 잊지 못하는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조용히 ‘김종인 추대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김 전 위원장만큼 경제지식도, 정치적 감각도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어디 있냐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 영입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부활시켜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이에 국민들 대부분은 호응했다. 2016년 선거를 승리로 김 전 위원장은 이후 몸값이 한층 높아졌고 2020년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영입되며 보수당 선거를 돕기도 했다.

비명 “지금으로선 김종인이 대안”
이번엔 어떤 제안으로 유혹하나?

당초 민주당의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으나,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이 아직은 정치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여러 채널을 통해 민주당에 알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이 전 대표를 대신할 인물을 물색하고 있고, 김 전 위원장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도 최근 이 대표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옥신각신하고 있다. 당의 진로를 놓고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은 결국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의)개인적인 사법 리스크와 당과는 관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시다피시 김 전 위원장이 여기서도(민주당) 저기서도(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봤고, 양쪽에서 모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이익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거기서 오는 배신감이 무척이나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그를 영입한다면 총선 승리 이후의 열매까지 모두 보장해야 된다. 그 정도의 제안을 해야 김 전 위원장도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제안을)받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욕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예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총선 승리를 이끈 뒤 문 전 대통령과의 기나긴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총선 당시 비례대표 두 번째로 자진 공천한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에 입성한 뒤 각종 현안마다 문 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오랜 갈등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던진 10차 개헌 제안에 오랜 갈등을 터트렸다. 문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의원내각제를 주장한 것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던 둘은 결국 갈라섰다. 

김 전 위원장이 2017년 3월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탈당 당시 그는 “이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당을 떠나고 의원직도 내려놓는다”며 당내 계파 싸움에서 완패한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동안 정계를 떠나있던 김 전 위원장이 정계에 다시 등장한 건 지난 2020년 총선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래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고, 김 전 위원장은 수도권, 청년, 호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세우고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민주당의 강세 속에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유례없는 대패를 하게 됐고, 김 전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나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열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직을 맡았으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간 벌어진 갈등에 휘말려 선대위를 박차고 나와 그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일해 성과를 냈으나 양쪽 모두에서 버려진 꼴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때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이 말한 ‘승리 뒤 권한 보장’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조건이다. 만일 민주당이 큰 결단을 내리고 ‘김종인의 민주당’이 될 결심을 세운다면, 김 전 위원장의 민주당 복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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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