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땅따먹기’ 화성시 공장 도로,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09 09:10:12
  • 호수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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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위로 화물차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농업진흥구역은 과거 ‘절대농지’라고 불렸다. 그만큼 농업진흥구역 땅은 무조건 농지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의 한 자동차공장은 농업진흥구역 땅을 화물 도로로 사용했다. 이는 엄연한 불법용도변경이다. 이미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진 적 있지만, ‘인근 주민 사용’ ‘20년 동안 도로 사용’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는 취소됐다. 하지만 도로를 사용하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화성시는 제조업이 발달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업도시다. 제조업체 종사자는 22만5260여명으로 경기도 전체 제조업체 종사자의 17.3%를 차지해 31개 시·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다. 이곳에 위치한 주요 기업 중에는 우정읍 매향리에 자리한 자동차 전문 A사의 공장(이하 화성공장)이 있다.

여의도 면적
20년간 사용

화성공장은 여의도 면적의 1.3배(약 100만평)에 달하는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 공장으로 1989년에 완공됐다. 1997년에는 경기도 화성 3공장을 준공했고, 지난 1월18일 신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A사의 지난해 7월, 전년 국내 판매 실적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한 5만1355대를 판매했다. 해외에서는 20만6548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국산 자동차 판매 실적은 현대자동차가 5만5182로 38.4%, A사는 5만536대로 42.0%에 달했다. 제네시스(1만5205대) 11.6%, 쌍용자동차(5520대) 4.2%, 르노코리아 (3243대) 2.5% 순이었다.


A사가 항상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회사 정리 절차를 끝냈고, 현대자동차는 A사를 인수 우선 대상 협상자로 국제 선정 입찰에서 낙찰해 자금 체결 후 선정됐다. 당시 ‘A사 살리기 국민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부침 이후로 A사의 성장은 ‘국난 극복의 역사’라고 언급되기도 했다. A사 사장은 “새롭게 선보인 로고는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객들의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OO의 새로운 모습과 미래를 함께 지켜봐달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A사는 국산 자동차 판매 실적 1순위다. 이 같은 호실적에는 화성공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2년 전, 화성공장의 후문 도로를 두고 행정소송이 발생했다. 해당 도로는 도로명도 ‘A자동차로’라고 지정돼있으며 이용자는 화성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원 및 자동차 관련 화물차 운전사다.

후문 출입문 용지 ‘농업진흥구역’
원상복구 명령했지만 법원서 취소

문제는 화성공장 후문 도로가 ‘농업진흥구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농지는 효율적 관리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나뉜다.

여기서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기반 정비사업이 시행됐거나 시행 중인 지역으로,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 정확히는 ▲농작물 경작 ▲다년생식물 재배 ▲고정식 온실 ▲버섯 재배 및 비닐하우스 ▲축사·곤충사육사 부속 시설 ▲간이 퇴비장 ▲농지개량 사업 ▲농막·간이 저온 저장고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은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1996년 이전에는 ‘절대농지’라고 불렀다. 이는 농지법에 잘 기재돼있다. 농지법 제32조(용도구역에서의 행위 제한)는 ‘농업진흥구역에는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외에는 토지이용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해놨다.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행위는 ▲어린이 놀이터 및 마을회관 ▲농업인 주택 ▲국방·군사시설 ▲문화재 등이 있다.

즉, A사는 화성공장 후문의 농업진흥구역 땅을 도로로 바꿔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문제로 A사는 화성시 우정읍장으로부터 ‘원상복구 이행 명령’을 받은 적 있고, A사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걸었다. 화성공장 후문의 토지 원상복구를 취소시키려는 의도였다.

딱 봐도
화물도로

A사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땅은 농업진흥구역이 맞지만, 화성시 우정읍장은 화성시 사무위임 규칙이 아닌 화성시 사무위임 조례의 농지법상 원상회복 사무 재위임 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을 처분했는데 이는 권한이 없는 자의 처분으로 하자가 중대‧명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도로는 화성공장의 주유, 물류 도로고 인근 주민의 농업경영을 위한 농기계 등 중요 통행로로 도로 사용을 하지 못하면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 폐쇄로 전체적 물류 흐름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인근 주민의 농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또 이 도로가 화성시장에게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적법한 도로”라고 주장했다.

2021년 7월23일, 해당 행정소송에 대해 법원은 원고(A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A사 도로는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이 도로가 폐쇄될 경우 전체 물류 흐름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성공장은 국내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생산 비중 및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 위치와 공장 구조를 따지면 A사에 경제적 손해를 끼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도로 인근에서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사건 도로를 농지 진·출입을 위한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도로가 폐쇄될 경우 농기계를 이용한 농업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농지법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관리하는 용도인데, 폐쇄할 경우 주변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를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버스 노선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성시의 원상복구 이행 명령은 무효가 됐다.

이 판단은 정확한 것일까? 위 판결에 따르면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는 인근 주민이 드나들며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반대였다.

현장 가서 
확인해보니…


<일요시사>는 지난 1월 A사 화성공장 후문 출입문 도로에 가서 상황을 확인했다. 해당 도로는 대로변에서 화성공장 후문으로 직행하는 길로 10m 너비의 아스팔트 도로였다. 일반도로보다 폭이 훨씬 넓어 한 눈에 봐도 화물차가 쉽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도로였다. 이 도로 주변은 모두 농지 아니면 농로였다. 

<일요시사>가 화성공장 후문 도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대형 화물차들이었다. 도로에 잠시 서 있었는데도, 화물차 수십대가 계속 지나갔으며 일반 승용차는 보이지 않았다. 해당 도로를 지나는 마을버스도 있었지만 하루에 2~3대만 운행해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이 이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을 살펴봤다. 3시간가량 도로에 서서 지켜봤으나 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당초 이 도로 자체는 화성공장에 물품이나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 통행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농기계가 다니는 용도로 쓰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화성공장 후문에 방문한 시점은 한겨울이어서 농사를 짓는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농기계가 이 도로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화성공장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되니, 차량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는 행렬을 볼 수 있었다. 화물차들도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지나갔다. 농기계의 최고속도가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느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농기계는 화성공장 직원의 출퇴근 시간에 도로를 사용할 수 없다.

또 앞뒤로 화물차량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기계로 통행을 시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시·A사 모두 “허가 기록은 없어”
끝없는 행렬…없으면 삥 둘러가야 

화성공장은 일반 회사처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일요시사>가 퇴근행렬 차량을 확인했던 시간은 오후 3시쯤으로, 이 시간에는 일반 승용차가 도로를 이용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인근 주민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게다가 인근 농지는 일반농로가 깔려 있어 굳이 화성공장 후문 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다만, 인근에 화성공장까지 이어진 농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 후문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화성공장에 진입하는 데는 약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길을 잘 안다는 전제하에 승용차로 후문에서 정문까지 이동하는 데 7분 걸린다. 하지만 목적지가 후문에 가깝다면, 정문에서 후문까지 다시 돌아가야 한다. 결국 15~20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이마저도 길을 헤맬 경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일요시사> 취재진은 초행길이었던 만큼 길을 더 헤매야 했다. 정말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즉, 후문 도로 폐쇄 시 A사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가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이 땅은 여전히 농업진흥구역으로 A사는 불법으로 땅을 사용하고 있고, 해당 도로가 폐쇄되더라도 인근 주민에게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도로는 A사의 편의에 따라 농업진흥구역 땅을 화물도로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화성시는 A사가 해당 도로를 공사할 때 어떤 방식으로 허가를 내준 것일까? 화성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로가 만들어진 지 시간이 많이 지났다. 현재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 
허가해줬나

A사 관계자는 “이 도로는 신고와 민원이 들어와서 2019년에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져 행정소송을 했다. 20년 넘게 사용됐는데, 마을 주민이 사용하고 버스도 다닌다. 2021년 하반기에 원상복구 명령이 취소됐다”며 “그 이후로 추가 항소는 없었다. 황당한 것은 마을 주민이 민원을 넣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라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한 사람은 공익신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신고를 받았으니 시청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도로를 만들 때(허가 방식은) 화성시와 어떻게 논의됐는지는 듣지 못했다. 추측해보자면 도로가 논·밭으로 돼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비포장도로였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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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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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