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폐지’ 경찰 웃지 못하는 이유

몸집 커졌지만 허약한 체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된다. 간첩수사 전문성이 약한 경찰의 몸집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과정에서 경찰 수사력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으나 짐이 더 추가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감지된다. “국정원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자신 없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전문성이 약한 간첩수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일요시사>와 접촉한 경찰청 본청 관계자의 말이다. 기존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 이관 준비에 나선 경찰청은 안보수사팀을 신설했다. 인력난 대비를 위해 수사관 추가 채용도 진행 중이다. 

급하게 대비

그러나 문제는 전문성이다. 간첩수사는 마약·살인 같은 강력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수사 업무 인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1월1일 자로 경찰로 이관되기에 수사관 추가 채용도 서두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서울강남·금천경찰서, 경기 분당경찰서 등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신설팀에 수사관 130여명을 확충하면서 경찰 내 안보수사 관련 인력은 현재 840여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안보 전문인력 121명도 추가로 채용 중이다.


경찰은 기존 일선 경찰서 안보과 내에 수사팀을 신설하고, 배정된 수사관은 기존 안보과 업무인 탈북민 신변보호에서 제외해 수사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수사 인력 증원에 맞춰 다른 경찰서에도 안보수사팀을 늘릴 예정이다.

경찰은 그간 시·도경찰청 안보수사대를 중심으로 안보 관련 범죄 수사를 해왔으나, 이를 경찰서 단위로 확대해 운영하는 것이다. 압수물이 많거나 주요 기업체가 연루된 경제안보사건 등 주요 사건은 시·도청에서 사건을 담당하지만, 제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 고소·고발 사건이나 인지사건 등은 경찰서에서 맡을 예정이다.

경찰은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그동안 국정원의 고유 업무로 여겨진 형법상 내란, 외환죄 및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청으로 이관되는 것을 두고, 국정감사 등에서 수사력 공백 우려가 제기됐던 터라 관련 교육의 중요성도 커졌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수사 인력을 계속 증원하고 교육센터에서 안보 전문 교육 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정원이 해오던 역할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지속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방첩 수사 차질 우려가 나왔다.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북한 직파간첩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직파간첩을 검거하려면 장기간 내사가 불가피한데 경찰 수사 능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2024년 1월 전 담당 수사관 채용…지원은 글쎄?
해외통신망 정보 활용 능력 한계 “FBI 수준 아냐”

국정원이 그동안 전문성을 갖고 장기간 내사를 통해 직파간첩을 검거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국민의힘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거론해왔다.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직파간첩 A(55)씨를 체포한 것이 일례다. A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2019년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당시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B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A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에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A씨를 체포했다. 당시 A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A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A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신문에서 간첩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A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A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A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A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있는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년간 내사로 검거하는데…수사 노하우 부족
해외 파견 휴민트 통한 정보 입수 체계화 필요

경찰은 수사력 논란을 피하려 안보 전문가 선발 계획을 밝혔으나 대공수사 전문가 선발 실적은 사실상 전무했다. 지난해 경찰은 ‘2021년 하반기 경찰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채용 분야 및 인원은 16개 분야 총 526명이었다.

당시 안보수사 분야는 10명(국가안보 4명, 방첩·대테러 3명, 경제안보 3명)이다. 여기에 안보수사 분야 응시 자격 어디에도 북한 관련 전공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 11월17일 진행한 안보수사국 특별승진 심사에서도 대공수사와 관련 없는 인물들을 특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수년간 내사를 통해 간첩수사를 진행해온 것과 다르게 경찰은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보수사국 출신 관계자는 “국정원은 해외통신망을 통해 경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네트워크 활용 수사도 뛰어나다”며 “관련 전문성이 국정원보다 약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간첩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를 통해 들어온다. 국정원의 간첩 검거는 국내외 정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해외에 파견된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후 국내 공항에 파견된 외사방첩관들이 확인 절차를 거쳐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정보를 넘긴다.

국정원은 간첩을 이용해 북한 관련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기도 한다. 대공수사국 수사 과정에서 정보가 입수되면 해외 휴민트들이 포섭한 북한 공작원들을 이용해 정보를 확인한다. 특히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선 북한 내부에 있는 휴민트들에게도 정보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국정원만의 대공수사 정보, 공작기법, 신문기법 등을 경찰이 익히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커지는 부담

국정원 출신 한 관계자는 “현재 대공수사는 경찰과 군 안보지원사령부 공조로 이뤄진다. 경찰이 미국 FBI의 수준도 아니다. 마약 수사를 할 때도 인터폴을 통한 제한적인 방법을 쓴다”며 “경찰이 대공수사를 맡는 건 북한 입장에서나 좋을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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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