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르포> ‘유난히 추운’ 달동네 연탄봉사 체험기

“젊은 봉사자가 안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겨울날 매서운 한파는 예삿일이라지만, 이번엔 물가마저 매섭다. 연탄값이 오르니 ‘연탄은행’으로 들어오는 연탄이 많이 줄었다. 봉사자도 예년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연탄을 옮긴다. <일요시사>는 연탄은행 정기봉사자들과 함께 백사마을로 향했다. ‘이중고’ 속 분전하는 봉사자들이 내쉬는 숨은 사뭇 거칠었다. 

서울 동북쪽,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백사마을 입구가 나온다. 밤사이 눈이 잔뜩 내렸다. 텅 빈 마을 곳곳에 눈이 쌓이니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꽤 추운 주말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평균기온은 영하 7도, 최저기온은 영하 9.8도에 달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 밤을 유난히 춥게 보냈을 것이다. 백사마을은 아직도 연탄을 땐다. 

지금도…

이날 봉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20여분을 남기고 봉사자들이 마을 초입의 ‘연탄교회’로 모여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받으며 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봉사자 대부분은 서울 근교에서, 멀게는 인천에서 왔다고 했다.

이들은 마치 ‘연탄 나눔’ 동아리처럼 활동하는 정기 봉사단이다.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풀리는 이듬해 3월까지. 이들은 수년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연탄을 날랐다. 달동네 꼭대기까지 연탄 수레를 끌고 올라갔던 이야기, 저녁 뉴스에 출연했던 일화 등 그들만의 추억도 소복이 쌓였다.

봉사자들은 가방에서 더 얇은 옷을 꺼내 들었다. ‘봉사 전용 복장’이라고 했다. 이들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사회복지사와 함께 교회 맞은 편 집에 잠시 들렀다. 지은 지 족히 40년은 넘어 보이는 목조주택이었다. 할머니 한 분이 손님을 반겼다. 아담한 방 안을 침대와 TV, 연탄난로와 의자 2개가 빼곡히 채웠다.


“1970년에 이 동네 들어와서 그 길로 쭉 살았지. 이 집도 목수하던 우리 아저씨가 직접 지은 거야. 아저씨는 3년 전에 먼저 가고 이제 나 혼자 살지.”

할머니는 연탄난로 뚜껑을 열어 안쪽을 보여줬다. 방금 넣은 듯한 연탄 주변으로 새빨간 불꽃이 이글거렸다. 연탄난로 주변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아침에 두 장, 그리고 밤에 또 두 장. 할머니는 “연탄 네 장만 있으면 종일 따뜻하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겨울 되면 집집마다 연탄 넣어주겠다고 주말마다 시끌벅적했지. 봉사한다고 오는 사람도 엄청 많았고, 연탄도 산처럼 쌓아놓고 옮겼다고. 지금은 동네에 원체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도 연탄도(예전에 비하면) 별로 안 와.”

한때 백사마을에는 1200가구가 모여 살았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정부의 강제 이주로 만들어진 달동네는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낡아버렸다. 재개발 계획은 십수년간 표류(1370호 <르포>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지금…)했다.

매서운 한파 속 백사마을 오르락내리락 
지고 나르고…차곡차곡 쌓이는 선한 마음

붕괴 우려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조기 이주’를 권했다. 텅 비고 곳곳이 무너진 마을에는 어느덧 100여가구만 남았다. 대부분 세입자다. 이곳이 아니면 몸 둘 곳 없는 일명 ‘취약계층’이 많다. 백사마을의 연탄 수요는 줄었지만, 나눔은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할머니는 선뜻 “집 한 번 둘러보라”고 권했다. 미닫이문 너머에 연탄 수백장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연탄과 추위, 무엇이 먼저 끝날 지 한창 머리를 굴릴 때였다.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모두가 채비를 마쳤다는 신호였다.


이날은 세 집에 250장씩, 총 750장을 옮기기로 했다. 사회복지사 2명과 봉사자 13명이 일제히 마을 중턱으로 향했다. 연탄으로 가득 찬 창고 앞에서 겉옷을 벗었다. 조끼를 입고 토시와 장갑을 꼈다. 비닐장갑과 목장갑으로 중무장했지만, 손끝은 여전히 시리다 못해 아렸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온도계는 여전히 영하 8도를 가리켰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연탄을 지게에 실어주기 ▲연탄 나르기 ▲연탄을 세면서 쌓기 등 총 세 종류의 분업이 이뤄졌다. “젊어서 힘 잘 쓰게 생겼다”는 칭찬과 함께 지게를 둘러맸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이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연탄이 얼면서 한층 더 묵직해진다고 했다. 성별과 신체조건에 따라 적게는 석 장부터 많게는 열 장까지 옮기는 듯 보였다. “초보자는 무리하지 마라”는 조언과 함께 연탄 여섯 장이 지게에 실렸다.

20㎏이 거뜬히 넘는 무게였다. 수험생 가방을 두 개는 들쳐 맨 기분에 짐짓 놀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때뿐이었다. 연탄을 단 두 시간 날랐을 뿐인데. 주말 내내 허리가 뻐근했다.

첫 번째 집은 창고에서 70m 정도 아래에 있었다. 줄곧 내리막길이라 해서 마냥 쉽진 않았다. 길 위에 쌓인 눈이 복병이었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아까운 연탄이 떨어져 부서질까 노심초사했다. 내려갈 땐 연탄 위에 무거운 책임감을, 올라갈 땐 가벼운 발걸음에 보람을 실었다. 홑옷에 조끼 차림이었지만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렇게 언덕길을 오가기 여러 번, 이번엔 다른 집 창고에 연탄을 쌓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바닥과 연탄이 모두 울퉁불퉁해서 무너지지 않게 쌓으려면 요령이 제법 필요했다. 위로 몇 층을 쌓았다가도 휘청거리면 즉각 ‘보수공사’에 나서야 했다. 이 가운데 끊임없이 들어오는 연탄 숫자까지 세려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연탄도 사람도 부족 ‘이중고’
사회 취약계층 향한 도움 절실

봉사자들은 두 집을 마무리하고 창고 앞에서 어묵을 나눠 먹었다. LPG가스 버너 위에서 커다란 냄비가 끓었다. 이 어묵도 후원받은 것이라고 했다.

“기자님도 점잔 떨지 말고 양껏 드세요.”

배려를 담은 핀잔(?)이 날아왔다. “할 만 하냐” “옮기기와 쌓기 중 뭐가 더 쉽냐”는 등 여러 질문이 오고 가는 중에 “연탄값이 계속 오를 것 같다던데 어쩌나” “젊은 친구들이 별로 오질 않아 걱정”이라는 넋두리가 귓전을 스쳤다.

올해 연탄 봉사 단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탄과 봉사자 수급이 예년 대비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3년 사이 연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장당 800원 선에 머무르던 연탄 가격은 25% 이상 급등해 현재 1000원을 웃돈다.


생산·유통비용이 치솟으면서 덩달아 가격도 올랐다. 국내 무연탄 생산량은 감소했는데, 수입 단가는 160% 이상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육지책으로 연탄공장 판매 가격을 3년 연속 639원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유통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은 차마 막지 못했다.

연탄 가격이 오르자 기부 물량은 줄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후원량은 최근 3년간 계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특히 올해 낙폭이 상당하다. 이번 동절기에 기부된 연탄은 25만700장이다. 지난해 들어온 47만장에 비하면 절반을 겨우 넘기는 물량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원봉사자 확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연탄은행을 찾은 봉사자는 992명.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1498명이 왔었다. 약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다. 젊은 봉사자들의 참여가 절실해 보였다. 이날 봉사자들만 해도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다시 지게를 메고 마지막 집으로 향했다. 직접 연탄 개수를 세던 할아버지는 봉사자들과 정겨운 안부 인사를 나눴다. 봉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모두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간단한 뒷정리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한결 가벼운 몸으로 언덕을 내려왔다. 두꺼운 외투를 다시 입었는데, 외려 한기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땀이 식어서일까. 아니면 이 마을의 이번 겨울나기가 걱정돼서일까. 어느 쪽이든 확실치 않았다.

넋두리만


하나 확실한 건, 결국 누군가는 연탄을 나를 것이란 사실이다. 언덕 위에는 서울에서 가장 추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봉사자들은 몸과 마음으로, 연탄으로 따스하게 마을을 데운다. 하지만 어쩌면 올해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휑한 마을이 괜히 더 춥게 느껴지진 않을까. 버스는 보람 대신 이런저런 걱정을 싣고 종점을 떠났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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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