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경질사태 야구감독 굴욕 스토리

허울 좋은 ‘파리목숨 감독님’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것은 더 이상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요즘은 프로야구 감독들도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팽이 돌듯 휘둘리며 내쳐지기 마련이다. 최근 2년 간 8개 전 프로야구 구단들은 일방적 해임통보로 소속 1군 감독들을 전격 교체했다. 주종관계로 변질 돼버린 구단과 프로감독. 그 내막을 살펴봤다.

 

바야흐로 프런트의 시대가 도래 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막강한 파워를 의미한다. 남자라면, 특히나 야구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프로야구 감독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고뇌로 바뀌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80년대에도 감독경질은 있었지만 당시 프런트가 소속 감독을 대하는 자세와 더불어 프로감독의 권위도 지금과 사뭇 달았다. 현장의 지휘봉이자 사령탑인 프로감독은 구단의 얼굴이자 자존심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프런트의 말 한마디에 싹이 잘리듯 잘려나가는 현재 감독들은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문구처럼 무력한 사령탑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타감독 떠나고…

감독 경질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06부터 SK와이번스의 지휘봉을 잡고 만년 하위권을 달렸던 팀을 단숨에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이라는 베스트 팀으로 바꿔놓았다. 팀의 위치와 구단의 권위가 급부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SK수뇌부는 김 감독과의 잦은 마찰을 핑계로 5년 만에 감독경질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프런트 측은 김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장의 전권을 김 감독에게 맡겼지만 구단과 감독 은 갑과 을 사이임을 강조했다. 굽힐 줄 모르는 자기주장과 강한 고집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감독에게 을이라는 역할은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역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김 감독의 경질소식을 접한 인천 야구팬을 비롯한 타 팀 팬들은 “부모가 다 죽어가는 자식 살려놨더니 되레 해코지한 패륜적 행태를 보인 SK는 반성하라”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등의 비난세례를 쏟아 부었다. 김 감독의 후임으로는 SK의 2군 감독이었던 이만수 현 SK감독이 내정됐다. 이 감독은 말 잘 듣는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으로 프런트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인물이었지만 팬들로부터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운영능력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박종훈 전 LG트윈스 감독과 조범현 전 KIA타이거즈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운영에 따른 팬들의 잇단 성화로 구단으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경우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야구가 지나친 성적지상주의 스포츠로 변질되면서 잇단 감독 경질 열풍을 몰고 왔다. 오죽하면 최근 야구계에서 2년 이상 버틴 감독을 두고 장수감독이라고 칭할 정도라 하니 말 다했다.

박 전 감독의 경우 10년 만에 가을야구진출을 꾀한 LG트윈스 구단이 성적 끌어올리기로 목표를 선정하며 매 경기 막중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박 전 감독은 SK와 두산 2군 감독이었을 당시 유망주 발굴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LG 프런트의 마음을 흔들었다. 팀 재건과 성적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던 LG는 박종훈을 1군 감독으로 앉히며 5년 간의 장기계약을 맺었고 실제 선수 리빌딩에도 꽤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프런트는 당장의 성적향상에 초점을 뒀지만 박 전 감독에게 급격한 성적 올리기는 적잖은 부담으로 여겨졌다. 매년 반복되는 포스트시즌진출 실패에 성이 난 LG트윈스 팬들은 한 목소리로 박종훈 감독 해임을 촉구했고 LG구단 측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질을 통보했다.

서슬퍼런 경질 칼날…“2년새 다 잘렸다” 
구단주는 ‘가위손’무엇을 위한 행위인가?

조범현 전 감독은 하위권에서 주춤하던 KIA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공을 세웠던 감독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거즈의 숙원이었던 10번째 우승을 이끌었으며 우승 다음 해에도 4강까지 올려놓았다. 이 같은 성적향상에도 불구, 팬들은 감독교체를 종용했다.

2010년 팀의 16연패를 손 놓고 지켜봐야만 했던 수많은 KIA 팬들은 무기력한 선수들의 모습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완벽한 6선발 체제를 이어갔던 팀이 전력 면으로 한참 뒤질 것 같았던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맥없이 탈락하며 실망감과 아쉬움은 이윽고 불신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인선 과정 중 과거 해태 출신들보다 새 인물들을 대거 기용했던 조 전 감독과 프랜차이즈 출신을 고집하려던 KIA 프런트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감독 경질에 더욱 힘이 쏠렸다.

한대화 전 한화이글스 감독과 김시진 전 넥센타이어 감독은 성적부진의 이유 등으로 팬들이 아닌 구단으로부터 전격 해임통보를 받았다. 분위기 쇄신 차 구단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적절치 않은 해임 시기 때문에 야구인들과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정규시즌 15여 개의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런 경질을 선언했기 때문. 성적부진을 이유로 기본적인 예우도 갖추지 않고 사령탑을 내친 프런트의 몰상식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전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선수 리빌딩과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받았다. 그러나 워낙 얇은 선수층과 아마추어와 견주어도 모자를 야수들의 수비실력 때문에 번번히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결국 한 전 감독은 지난 3년여 동안 리빌딩과 성적향상 모두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큰 맘 먹고 김태균을 영입했지만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이어 구단주는 감독의 수족인 1군 코칭스태프에게 사전 통보 없이 2군행을 요구했다. 한 전 감독에게 암묵적으로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시즌 중 감독경질은 없을 것이라며 단정했던 구단 관계자의 발언과는 달리 한 전 감독은 계약기간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쓸쓸한 조기퇴장을 맞이해야만 했다.

넥센 구단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김 전 감독의 경질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009년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고 선수 육성에 힘써왔다. 구단의 자금 마련을 위해 주전 선수들을 타 팀으로 줄곧 내보내는 과정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내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다.

매년 하위권이었던 성적도 올 시즌 5월에는 1위까지 올리기도 했다. 물론 하반기로 가면서 선수들의 경험이 체력저하 등으로 현재 6위까지 내려왔지만 팬들은 넥센의 밝은 내년을 기대했다. 이렇다 할 사유도 없이 팀 재건을 위해 4년 동안 성실히 임해왔던 감독을 경질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마치 탐관오리가 힘없는 서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   

야구장엔 ‘오직승리’만?

한국 프로야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메이저리그식야구로 변화하고 있다. ‘감독의 야구’가 대세로 알려져 있던 일본에서도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 혹은 단장 야구가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정확한 사유나 사전 통보 없이 사령탑을 내치진 않는다. 그야말로 ‘프로야구 감독은 파리목숨’이라고 자조하기엔 한국의 어설픈 메이저리그식 야구가 불길하다는 얘기다. 구단은 성적부진을 운운하기 전에 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대한 소중함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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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