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회상한 이태원 참사 아비규환 현장

“눈치 보며 알아서 응급처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컨트롤타워가 없어 눈치보면서 알아서 대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이태원 참사 당시를 회상하면서 꺼낸 말이다. 현장에 도착한 신 의원은 바로 응급처치를 할 수 없었다. 경찰의 가이드가 없던 탓에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참사 희생자들은 숨을 거두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현장으로 빠르게 달려간 국회의원이 있었다. 바로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으로 재난의료지원팀으로 긴급 파견됐다. 신 의원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신 의원을 만나 당시 현장의 급박함, 참사를 막기 위한 대비책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목격하신 상황을 설명해 주신다면

▲현장에 갔을 때 통제가 잘 안 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긴급 재난 의료지원을 갔습니다. 빠르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통제 협조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습니다. 어디에 주차해야 하는지 등 경찰의 가이드가 전혀 없었습니다. 겨우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충격을 받으셨다고

▲도착해 보니, 중환자나 사망자 처리는 수습된 상황이고, 경증의 미분류 환자들 40여명이 의료 천막 앞에서 대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현장 상황이 적나라하게 노출돼있었습니다. 심지어 사진을 찍고, 일부 거리에서는 핼러윈 축제가 진행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중적인 상황을 동시에 목격한 셈입니다.


긴급한 와중에 많은 팀이 오긴 했지만 현장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도착해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지휘나 오더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눈치보고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의 통제 부족을 지적하셨습니다. 전문가적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우선 재난 대응 훈련이 잘돼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통상 경찰이 먼저 옵니다. 다음은 소방, 응급의료팀 순서입니다. 경찰이 상황을 잘 통제해서 안전하게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수습할 수 있도록 지휘해야 합니다. 통제선을 통해 도착할 소방이나 의료진이 잘 진입할 수 있도록 협조도 필요합니다.

긴급한 와중에 한쪽에선 축제
“경찰 현장 통제 부족했던 탓”

현재 이런 것들이 미흡합니다. 이번 참사 때 응급의료팀은 DAMT 조끼를 입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과연 그 조끼를 인지하고, DMAT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짚어주신다면

▲저는 100%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참사고, 인재가 맞습니다. 좁은 골목에서 인구가 밀집됐을 때 통제가 불가능하고 압박이 일어나는가, 그랬을 때 한 방향이나 양방향으로라도 현장에서 통제했으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습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인구유입,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겹치면서 압박이 됐습니다. 즉 위아래로 압박이 됐을 때 대피 장소 이런 것들에 대한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심리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정신심리에 대한 위해성이 대국민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급성기가 있고 그 다음에 아급성기, 만성기가 있는데, 단순히 6개월 지원에 그치면 안됩니다. 정신심리 반응은 처음에는 부정과 분노까지 이어지다가 환자가 수용하게 되면은 우울과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발생한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책임론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오면서 경찰 조직을 다시 재정비했습니다.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서 브리핑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통제를 위해서 행안부 장관이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윗선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브리핑한 바 있습니다.

경찰국을 신설했음에도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했던 것과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체계나 명령 하달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최종 책임은 대통령한테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긴 하지만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깁니다. 반드시 책임질 사람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모든 자료가 적극적으로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그렇고, 저희가 서울경찰청, 경찰청에 항의 방문하러 갔을 때 현장 CCTV, 무선 녹취록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저는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그 당시에 응급의료에 대한 현장 상황, 소방과 경찰과의 협조가 얼마나 잘됐는지에 대한 협조체계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개한 자료인 모바일 운영 카톡방 자료를 받는 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야당의 검증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은폐나 내용 삭제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시간의 싸움입니다. 

분명히 윗선 책임져야
끝까지 진상규명 노력

-일각에서는 국정조사를 위해서 여당도 동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부분입니다. 실제로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유가족은 참사에 대해서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상당히 궁금해합니다. 제게도 여러 유가족께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윤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저희가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최대한 동원할 것입니다.

-다만 여야의 대치로 정쟁으로 번질까 봐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진정성 있는 여당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윤정부에서도 꼬리 자르기를 하면 안됩니다.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 문제가 시스템의 문제였는지 총괄하는 인사자의 문제였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결국 이런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데 있어 적절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가 돼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능력주의를 표방한 윤정부가 과연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행안부 장관으로 임명했는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과 능력있는 사람이 임명됐는지 직에 걸맞은 자질을 발휘했는지는 꼭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참사는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러나 발생한 이후에도 제대로 그게 운영됐는지,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스템과 인력의 소통체계 구축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반드시 사전에 훈련이 돼있어야 합니다. 저도 정치인 중 한 명으로서 피해 본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반드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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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